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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발레돌' 이동훈 "전사로 터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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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발레돌' 이동훈 "전사로 터닝해요"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3.12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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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에서 발레스타로 극적 전환...대작 '라 바야데르'서 솔로르 역

[300자 Tip!] 배우 같은 외모와 모델 못지 않은 신체조건을 앞세워 꽃미남 발레리노 전성시대를 이끄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이동훈이 블록버스터 발레 '라 바야데르'에서 용감한 전사 솔로르로 거듭난다. 오랜시간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온 발레리나 김지영과의 앙상블은 몰라보게 향상됐다. 비보이 출신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노로 성장하기까지 황금같은 기회가 연이어 주어졌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무대에 땀방울을 흥건히 뿌렸다. 그는 테크닉이 완벽한 무용수가 아닌 관객에게 기억되는 발레리노이고 싶은 소망을 내비쳤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동윤(스튜디오플로어1)]

꽃미남 발레리노 이동훈(28)은 외모와 실력을 겸비해 여성 관객을 몰고 다니는 ‘발레돌’의 선두주자다.

국립발레단 입단 3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전막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주역을 맡은 이후 ‘왕자호동’ ‘신데렐라’ ‘백조의 호수’ ‘차이콥스키’ ‘지젤’ ‘스파르타쿠스’의 남자 주인공을 휩쓸고 있다. 13~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을 올리는 ‘라 바야데르’의 용감한 전사 솔로르로 비상할 준비에 한창이다.

♦ 대작 '라 바야데르' 전사 솔로르, 고난도 테크닉·자연스런 표현력 요구

“지난해 초연 때는 동작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틀리지 말아야지’ ‘완벽하게 처리해야지’란 강박에 사로잡혔죠. 또 주로 맡아왔던 왕자가 아닌 전사라서 어려운 테크닉이 많이 요구되거든요. 반면에 대부분의 클래식 발레 남자주인공(왕자와 귀족)들은 바람둥이거나 자기 짝을 알아채지 못하는데 솔로르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캐릭터라 흥미로워요. 표현법에서도 왕자의 마임이 부드럽다면 전사는 내추럴하다는 차이가 있고요.”

지난해 그는 극중 고난도의 발롱(도약하는 동안 공중에 멈춘 듯 보이는 동작)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어린 시절 비보이로 춤과 인연을 맺은 덕인지 발군의 도약과 회전력을 자랑한다. 우아하면서도 남성적인 힘이 넘치는 아름다운 발레를 구사한다는 게 중평이다.

▲ 니키아(김지영)와 솔로르(이동훈)의 2인무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아름다운 순정파 무희 니키아와 용맹한 전사 솔로르, 간교한 공주 감자티 사이에 벌어지는 배신과 복수, 용서와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화려한 무대와 120여명의 무용수, 200여 벌의 의상이 동원돼 ‘블록버스터 발레’로 불린다.

러시아의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로 1877년 초연됐고,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1991년 볼쇼이발레단 버전에 이어 국립발레단 버전으로 재구성했다. 니키아 역에는 김지영 김리회 박슬기 이은원이, 솔로르 역에는 이동훈 정영재 이영철 김기완 등 4쌍이 기용됐다. 이동훈은 대선배인 수석무용수 김지영(36)과 호흡을 맞춘다.

지난해 두 무용수는 오랜 기간의 파트너십이 빛을 발하는 무대를 꾸몄다. 특히 3막 파드되(2인무)에서는 망상 속에 재회한 연인의 모습 그 자체로 보일 만큼 깊은 여운을 남겼다.

“처음에는 누나한테 많이 혼났어요. 제가 경험이 부족한 신인이라 발레리노로써 리드를 잘 못한 거죠. 질책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 했지만 불만스러워 하진 않았어요. 아! 잘 하면 칭찬도 잘 해줬어요. 휴우~. 발레에서 가장 중요한 게 파트너가 편해야 하고, 저를 믿어줘야 하거든요. 역할에 집중해서 아이컨택을 하다보면 편하게 임할 수 있음을 점차 깨닫게 됐죠. 예전에는 (누나가) 선생님 같았는데 지금은 친구처럼 대해주세요.”

♦ 길거리 비보이에서 무대 위 왕자로...황금같은 기회에 노력으로 보답 

데뷔 초기 ‘비보이 출신 발레리노’란 별칭이 끈질기게 따라 다녔지만 이제는 한국 발레의 ‘신성’을 넘어 ‘간판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스타성만 앞세웠으면 경쟁 치열한 발레계에서 생존하기 힘들었을 터. 2008년 특채로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지 7년이 됐고 수석무용수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새롭게 영입된 강수진 단장 겸 예술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재능 있는 무용수로 그를 콕 집어 언급했을 만큼.

▲ 지그프리드(백조의 호수)와 솔로르(라 바야데르) 연기 장면[사진=국립발레단]

“과분할 정도로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전 최대한 노력해서 보답을 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가다듬어야 할 단점이 많아요. 늦게 발레를 시작했기에 기본기와 셰이프(shape)가 부족해요. 여전히 상대 발레리나와의 파트너십이 떨어져요. 어서 빨리 ‘이동훈과 파트너하고 싶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상대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교감하며 무대를 마치고 싶을 뿐이죠.”

여유가 생기면 소년시절 거리를 누볐던 비보이 친구들과 만난다. 서로의 춤 얘기는 일절 배제한 채 청년의 꿈과 일상을 나눈다. 간혹 무용이 아닌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콜라보레이션 작업 차 만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길어 올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가슴에 품게 된다.

“고3때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런 결심은 했어요. ‘왕자, 노예, 전사 어떤 역할을 소화함에 있어 잘하든 못하든 관객의 기억에 남는 무용수가 되자!’ 관객이 제 춤을 보며 캐릭터와 스토리를 이해하고 감동을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거든요.”

 

[취재후기] 요즘은 ‘발레계 주원’으로 통한다. 탤런트 겸 뮤지컬 배우 주원과 흡사한 외모 때문이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방영 당시 친구들과 수영장에 갔다가 그를 주원으로 오인한 사람들에게 에워싸인 적이 있었다. 빗발치는 사인요청에 “저 주원 아닌대요”를 외쳐가며 수 십장의 사인을 해줬다. 노래실력까지 출중하다고 하니 언젠가 댄스뮤지컬 배우로 ‘외도’한 이동훈을 목격하게 될 것도 같다.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외모와 달리 의젓한 구석이 있으며 조리정연하게 말한다.

► 프로필

1986년 5월 4일/ 181cm, 71kg/ 세종대 무용과 졸업/ 2007년 동아무용콩쿠르 금상, 2008년 국립발레단 입단, 2009년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 은상, 2012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당스’ 후보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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