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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현대캐피탈 이승원-KB손해보험 황택의, 명승부 속 증명한 세터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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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현대캐피탈 이승원-KB손해보험 황택의, 명승부 속 증명한 세터의 중요성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1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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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배구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게 윙 스파이커라면 그 속에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는 건 단연 세터라고 볼 수 있다. 23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선 세터가 경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천안 현대캐피탈과 의정부 KB손해보험은 이날 2시간 27분 동안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를 펼쳤다. 승리팀을 떠나 장내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양 팀 주전 세터 이승원(25·현대캐피탈)과 황택의(22·KB손해보험)가 뛰어난 경기 조율로 각 팀의 공격력을 배로 끌어올린 덕분이었다.

 

▲ 현대캐피탈 이승원(오른쪽)과 KB손해보험 황택의가 부상을 딛고 돌아와 팀 공격력 한층 끌어올렸다. [사진=KOVO 제공]

 

이승원은 손가락 부상을 겪었다. 그러나 복귀와 함께 현대캐피탈 공격의 톱니바퀴가 맞아 들어갔다. '삼각편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크리스티안 파다르와 윙 스파이커(레프트) 전광인, 문성민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이날도 이승원이 올린 88개의 세트 중 51개가 적중(세트성공률 57.95%)했다. 라이트 파다르(33.03%)와 레프트로 나눠 출전한 전광인(27.52%), 문성민(20.18%)의 공격 점유율이 균형을 찾았다. 직전 경기였던 안산 OK저축은행전과 비교하면 차이를 알 수 있다. 파다르가 48.45%를 차지한 반면 전광인(16.49%)과 문성민(3.09%)을 합쳐도 그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로 나선 문성민은 승부처였던 3세트 듀스에서 내리 3점을 따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29-29에서 퀵오픈 공격으로 역전, 30-31에선 동점을 만들었다. 31-32에선 백어택을 꽂는 등 3세트를 가져오는데 큰 공을 세웠다. 문성민은 이날 고비 때 마다 득점을 터뜨리며 13점(공격성공률 50%)을 기록했다.

파다르는 3세트 만에 2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이날 파다르는 백어택 14개,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4개를 포함 29점(공격성공률 61.11%)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대전 삼성화재와 인천 대한항공에게 2연패 했을 때 현대캐피탈은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파다르에게 토스를 집중시키는 단조로운 패턴을 보였지만 이날은 파다르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격 패턴 속에 KB손해보험의 블로킹 벽을 잘 피할 수 있었다.

 

▲ 현대캐피탈이 자랑하는 '삼각편대' 파다르(왼쪽), 문성민(가운데), 전광인은 이날 세터 이승원의 공 배급 아래 55점을 합작했다. [사진=KOVO 제공]

 

지난 20일 OK저축은행전을 통해 코트에 복귀전한 이승원의 노련한 경기 운영 덕분이었다. 몸 상태가 다 올라오지 않았음에도 주전 세터다운 경기력을 뽐냈다. 이승원은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이제 통증은 없다. 훈련도 100% 소화 중”이라면서도 “오늘 경기 100점 만점에 50점을 주고 싶다”고 겸손한 소감을 나타냈다.

컨디션을 더 끌어올리고 공격수와 호흡을 더 가다듬는다면 현대캐피탈에 천군만마가 될 전망이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아직 (이)승원이가 정상적인 몸은 아니지만 팀 컬러에 맞는 것들을 주문할 것이다. 평소대로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준비해 갈 생각이다. 지금까지 기다려왔다”며 파다르-문선민-전광인 삼각편대를 활용한 빠른 공격을 펼칠 것임을 예고했다.

의정부 KB손해보험 역시 패하기는 했지만 도약을 위해 반드시 살아나야 하는 조합 세터 황택의와 아포짓 스파이커 펠리페 알톤 반데로(등록명 펠리페) 조합이 빛을 발했다.

황택의는 발목 부상 복귀 이후 치른 4번째 경기만에 진가를 나타냈다. 그의 활약 속에 펠리페는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3점(공격성공률 53.44%)을 뽑아내며 주포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함께 했던 윙 스파이커(레프트) 알렉스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를 복근 부상으로 떠나보냈다. 대체자로 데려온 펠리페는 데뷔전에선 시차적응도 안된 상태에서도 16점이나 뽑아내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 KB손해보험 주전 세터 황택의(등번호 2)와 호흡이 맞아들자 펠리페(등번호 18)는 가공할 위력을 뽐냈다. [사진=KOVO 제공]

 

개막전에서 발목을 다쳐 전력에서 이탈했던 황택의가 돌아왔지만 둘이 호흡을 맞춰본 시간이 적어 고전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공격점유율 45.67%로 KB손해보험 공격의 절반가량을 책임진 펠리페를 향한 황택의의 토스는 날카로웠다. 펠리페는 1세트에 서브에이스 1개, 블로킹 1개를 포함 7점(공격성공률 42.86%)을 올렸다. 3세트에선 듀스 접전 끝에 33-35로 졌지만 홀로 11점(공격성공률 55%)을 획득하는 등 펄펄 날았다.

4세트에 두 사람은 좀처럼 보기 힘든 명장면도 만들어냈다. 21-17에서 파다르의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리베로 정민수가 가까스로 받아냈지만 현대캐피탈 진영 라인 밖으로 멀리 날아갔다. 모두가 서브에이스라고 생각했지만 황택의는 네트 아래를 통과해 공을 쫓아가더니 토스로 연결했고 펠리페는 이를 그림 같은 백어택으로 마무리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이재형 SBS스포츠 캐스터는 "프로배구 역사에 남을 만한 명장면"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도 경기를 마치고 “펠리페가 (세터) 황택의와 맞기 시작하는 것 같다. 부담감이 수그러들었는지 공을 때릴 때 컨트롤이 됐다”며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황택의의 폼이 올라오고 펠리페와 호흡에서 진척을 보이자 권 감독은 “졌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왔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며 다음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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