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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에 월드컵 심판 못나가는 한국축구, 과감한 개혁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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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에 월드컵 심판 못나가는 한국축구, 과감한 개혁만이 희망이다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1.2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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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심판개혁안...신뢰 회복으로 경쟁력 향상 과제

 [스포츠Q 신석주 기자] 한국은 1994년 미국월드컵부터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월드컵 심판을 배출했다. 1994년 박해용 부심, 1998년 전영현 부심, 2002년 김영주 주심, 2006년 김대영 부심, 2010년 정해상 부심 등이 바통을 이어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월드컵 영예의 한 축을 맡았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16일 공개한 2014 브라질월드컵 심판 명단에는 한국인 심판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6회 연속 배출이 무산됐다.   

FIFA가 이번 브라질월드컵부터 주심 1명과 부심 2명을 한 조로 묶는 '트리오 시스템'을 채택한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일본, 우즈베키스탄, 바레인, 호주 등 4개국 14명의 주·부심이 심판 배정을 받았다. 

◆ 심판을 둘러싼 내부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세계 최대의 축구 축제에 한국인 심판이 초대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매끄럽지 못한 내부적인 문제가 국제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축구무대에서 선수-지도자-심판 사이에는 불신의 벽이 높았다. 프로축구 K리그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여자리그 등에서도 심판을 믿지 못하는 풍조가 만연해 왔다. 경기장에서는 정확한 판정조차 인정하지 않거나 휘슬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경기 결과가 전적으로 심판의 책임처럼 여기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심판 역시 배정의 형평성에 아쉬움이 많다. 현역으로 활동 중인 한 아마추어 심판은 “실력이 있어도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다 보니 심판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배정에 대한 불만으로 심판들 사이에서 불신도 생기고, 심판의 사기도 많이 떨어지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많은 심판들은 한국 심판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이렇듯 내부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 심판의 신뢰회복이 급선무
 
대한축구협회 정해성 심판위원장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심판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현재 아마추어에서 활동하는 심판들 중에서 실력 있는 심판들이 많다”고 말했다. 축구인들도 한국 심판들의 판정 능력은 다른 나라의 심판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심판들의 자질과 능력보다 여건이나 제도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러한 불신을 허물기 위해 지난 21일 심판 개혁안을 제시했다.
우선 ‘심판 평가의 투명성’의 특별한 전략을 세웠다. 협회는 올시즌부터 심판 배정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배정 논란을 불식하고, 수준 높은 심판은 상위 리그로 올려보내고, 부족한 심판은 내려 보내는 심판 승강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심판위원회가 개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첫 번째 시도는 2월 5일부터 제주도에서 펼쳐지는 2014년 K리그 클래식 심판 테스트를 통해서다. 이번에는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들이 함께 참여해 가장 공정하고, 정확하게 심판을 선발할 방침이다. 또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 역량 있는 위원회를 구성해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심판 배정 자동화 시스템을 내셔널리그, 챌린저스리그, U리그 등에서 시행하면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 공정한 심판 평가제가 기반
 
정 위원장은 “심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심판 평가제가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평가위원의 수준을 높이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또한 유능하고 열정적인 심판들이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심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지는 것이 심판의 위상을 높이는 지름길이며 이것이 심판위원회에서 할 일이다”고 말했다.
 
이런 기반 위에서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국제 심판을 주심 1명과 부심 2명으로 묶어 꾸준히 호흡을 맞추도록 해 2018, 2022년 월드컵까지 대비할 방침이다. A매치는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또는 다른 유럽리그에 한국 심판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과감한 개혁만이 희망이다
 
그동안 심판 개혁의 의지는 여러 차례 보였지만 용두사미에 그쳤다. 이번 월드컵 심판 배정 실패가 어떻게 보면 개혁을 위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심판계와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축구협회의 입장에 축구인들과 팬들은 상당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축구협회의 의지 또한 단호하다. 심판들도 이번 개혁이 제대로 정착돼 심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8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위상을 높인 한국축구가 24년만에 월드컵 본선축제에 심판이 초대받지 못한 충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철저한 자기 반성과 과감한 개혁으로 심판계의 신뢰 회복과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월드컵의 해'를 시작하고 있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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