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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피칭의 정석' 장진용, 12년만에 서광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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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피칭의 정석' 장진용, 12년만에 서광이 비친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22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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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상대로 4.2이닝 무실점 호투, LG 5선발 경쟁 선두주자

[스포츠Q 민기홍 기자] LG는 지난 2년간 플레이오프에 오르며 강팀으로 올라섰다. ‘더 높은 곳을 향한 2015!’라는 캐치프레이즈답게 이제는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LG의 불펜은 리그 최강. 2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상승세의 원동력이 됐다. 챔피언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발이 불펜과 균형을 맞춰야하는데 LG의 뒷선발들은 삼성, SK, 두산 등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들의 자원에 비해 약해 보인다.

장진용(29)이 훌륭한 옵션이 될 수 있다. 프로 12년차의 무명 선수가 기지개를 켜며 희망으로 거듭나고 있다.

장진용은 21일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에에서 열린 연습경기에서 야쿠르트 스왈로스를 맞아 4.2이닝 동안 53개를 던져 4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상대가 주전을 대거 기용했음에도 기죽지 않았다. 최고 구속은 채 140km도 되지 않았지만 노련한 완급조절로 가볍게 타자들을 요리했다.

▲ 지난해 1군 무대에서 종종 얼굴을 비친 장진용은 이번 시즌 선발 한 자리를 꿰차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1일 연습경기 야쿠르트전에서 호투하며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 6년 만의 1군 등판, 박병호-강정호를 삼진으로 돌려잡았지만... 

지난해 6월 1일 목동 넥센전. 장진용은 무려 6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해야할 타자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 박병호, 강정호였다. 그는 기죽지 않았다. 2군 무대서 던지듯 자신의 공을 힘차게 뿌렸고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큰 관심을 끌었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의 임팩트는 없었다. 8월에는 2008년 5월31일 청주 한화전 이후 2272일 만에 처음으로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2.2이닝 4피안타 1탈삼진 2볼넷 4실점(비자책)으로 고개를 떨궜다.

배명중-배명고를 졸업하고 2004년 LG에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그는 2005년 당당히 선발 로테이션에 들며 창창한 앞날을 기대하게끔 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발목이 뒤틀리는 부상을 당하며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2009년 상무에 입대하기 전까지 그가 거둔 성적은 27경기 55.2이닝 2승2패, 평균자책점 6.95가 전부. 꼬여버린 야구 인생에 전환점이 된 건 군생활이었다. 2009년에는 10승, 2010년에는 15승을 거두며 2년 연속 퓨처스 북부리그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LG는 퓨처스를 정복한 그에게 기회를 주려 했다. 그러나 이번엔 팔꿈치가 문제였다. 장진용은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재활을 받던 중 계속되는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타자 전향을 노렸다. 배트를 놓은 지 8년.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그는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 이닝당 투구수 11.4개 ‘짠물피칭’, 선발 경쟁의 선두주자 

▲ 2004년 LG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그는 발목, 팔꿈치 부상 등으로 1군에서 한 번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2013년까지 긴 어둠의 터널에서 허우적대던 그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LG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시작했다.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2015년 쌍둥이 군단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류제국이 무릎 수술을 받아 시즌 초반 합류가 불투명한 상황. 그가 돌아올 5월 초까지는 누군가 그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여줬던 신정락은 군에 입대했다. 헨리 소사, 루카스 하렐, 우규민을 받쳐줄 선발 두 자리에 구멍이 생겼다.

임정우, 임지섭, 유경국, 김광삼 등과 선발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중인 상황에서 장진용이 제대로 한 발 치고 나간 것이다. 한 수 위의 일본팀을 상대로 이닝당 11.4개의 ‘짠물피칭’을 해냈으니 양상문 감독과 강상수 투수코치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셈이다.

3회를 빼고는 매 이닝 볼넷과 안타를 허용했음에도 실점하지 않았다. 1회에는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를 만들었고 2회에는 빠른 견제 동작으로 주자를 잡아내는 민첩함도 보였다. 경쟁자들보다 월등히 많은 경험을 앞세운 ‘관록투’였다.

이 안정감이라면 장진용이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야구 인생 내내 늘 고배만 들었던 그에게 마침내 서광이 비치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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