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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와 인종차별 사건'을 대하는 K리그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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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와 인종차별 사건'을 대하는 K리그의 자세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3.18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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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아디 사건' 등 K리그도 방심 못해...지속적인 실무자 교육도 실시 중

[스포츠Q 강두원 기자] 지난 8일 일본 사이타마현 우라와시의 사이타마 스타디움에 충격적인 현수막이 하나가 내걸렸다.

‘재패니즈 온리(JAPANESE ONLY)'

말 그대로 ‘일본인만 입장 가능하다’라는 뜻으로 인종 차별을 연상시키는 소지가 충분했다. 이는 올해 초 우라와에 입단한 재일교포 선수인 리 다다나리(29 이충성)에게 직접적인 불만을 표시한다는 의미로 알려졌다.

급속도로 우경화가 진행 중인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축구장까지 번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행태였다.

J리그는 사안이 일파만파 퍼지자 13일 성명서를 내고 “우라와 레즈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우라와는 23일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인 시미즈 S펄스와의 경기에서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른다”라고 밝혔다.

옆나라 일본의 모습을 본 K리그 역시 발빠르게 움직였다.

바로 다음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22개 전 구단에 공문을 보내 최근 J리그 우라와 레즈 팬들이 일으킨 인종차별 행위와 유사한 상황이 K리그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과 관리를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18일 “일본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행위가 이슈화되고 있고 K리그에서도 그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하고 구단 자체적으로 배너 및 문구에 대한 검색을 강화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며 "연맹은 지속적으로 실무자 회의를 통해 인종차별 행위와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관련자료 또한 꾸준히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지난 8일 일본 J리그 우라와 레즈의 홈구장 사이타마 스타디움에는 'JAPANESE ONLY(일본인만 입장 가능)'라는 인종차별적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우라와 구단은 '무관중 경기'라는 중징계를 맞았다. [사진=@tonji5 트위터 캡처]

프로축구연맹이 이처럼 인종차별적 행위를 강조하는 이유는 우라와 레즈 사건에서 비롯된 점도 있지만 2012년 5월에 아디(현 FC서울 코치)에 대한 인종차별적 사건이 발생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외국인 선수로서 최초로 한 구단에서 2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을 세운 아디에 대해 FC서울 유니폼 스폰서인 르꼬끄 스포르티브의 디자인 팀장을 사칭한 사람이 인터넷에 아디를 ‘연탄장수’ 비유하는 인종차별적인 글을 게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르꼬끄측 직원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인종차별이라 하면 외국에서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K리그 팬들에게 이 사건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과 같은 파장을 불러왔다.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박지성 역시 네덜란드에서 뛰던 시절 인종차별적인 문구와 야유로 인해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었다고 여러차례 밝혀왔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인종차별의 위험성을 크게 인식하고 2001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FIFA 특별총회에서 반인종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역사적인 문건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결의’를 채택했고 2004년 FIFA 집행위원회에서는 ‘축구계 관계자, 선수, 에이전트 등은 인종, 종교, 성(性), 언어 등에 관련된 일체의 차별적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라는 내용의 윤리강령을 의결했다.

2006년부터는 FIFA가 개최하는 국제대회 등을 통해 ‘인종주의는 안돼요(Say No To Racism)’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K리그 역시 정관 3조 3항에 ‘성별, 인종, 종교, 출생지, 출신학교, 직업, 사회적 신분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문구를 포함하고 있다. 이같은 문구와 함께 이번에 연맹이 보여준 인종차별 행위 예방 노력은 앞으로 ‘아디 사태’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단과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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