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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진화한 10구단 시대의 유쾌·상쾌·통쾌 '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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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진화한 10구단 시대의 유쾌·상쾌·통쾌 '썰전'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23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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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미디어데이, 조범현·류중일 감독 '1강 삼성' 대항마 넥센·SK 지목…선수들은 '통큰' 우승공약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어느 팀에든 우승 기회가 있다. 한화에도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

“다른 팀이 견제해서 삼성의 힘이 빠지면 우리가 치고 올라가겠다(웃음).” (김태형 두산 감독)

사상 첫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의 대항마를 묻는 질문에 재치 있으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답변이 터져나왔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타 구단들의 목표는 ‘타도 삼성’이다.

KBO리그 10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23일 서울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에서 올 시즌을 앞둔 각오를 재치있게 풀어냈다. 시종일관 웃으면서 말을 주고받다가도 뼈있는 한 마디를 던진 이들은 정규시즌 개막을 5일 앞두고 유쾌한 입씨름을 벌였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23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삼성홀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에서 각 팀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넥센·SK, '5연패 도전' 삼성의 대항마

시범경기에서 8위에 머물렀지만 삼성은 삼성이다. 지난 시즌 KBO리그 최초 통합 4연패를 일군 삼성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5연패에 도전한다.

하지만 올 시즌 막내구단 케이티가 처음으로 1군에 진입하면서 경쟁팀이 한 팀 더 늘었다. 삼성은 9팀의 견제를 모두 이겨내야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즌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날 10개 구단 감독은 삼성과 대적할만한 팀을 꼽으며 ‘타도 삼성’을 외쳤다. 대부분 자기 팀을 삼성을 견제할 수 있는 팀으로 선정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해 나와 류중일 감독님의 차이 때문에 우리가 패했다. 다시 한 번 잘 해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15년 만에 1군 사령탑에 복귀한 김용희 SK 감독도 “열심히 싸워 올라가보도록 하겠다. 우리가 한 번 해보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이종운 롯데 감독, 김성근 한화 감독도 자신의 팀을 꼽았다. 김경문 NC 감독은 “어느 팀이든 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나름의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이 지쳤을 때 치고 올라가겠다는 것. 그가 “목표는 우승이다. 그런데 다른 팀이 견제해서 삼성의 힘이 빠지면 그때 우리가 치고 들어가겠다”고 재치 있게 답하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반면 김기태 KIA 감독과 조범현 케이티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김 감독은 “우리는 하위권 팀이라 조금 부담스럽다”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삼성에 진 것을 반만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대항마는 넥센과 SK다”라며 삼성을 견제할 두 팀에 기대를 걸었다.

감독들의 말을 다 들은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팀이 우승후보라는 말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운을 뗀 뒤 “넥센과 SK가 우릴 견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감독과 일치한 답변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높은 마운드를 구축했던 넥센, SK가 삼성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두산 유희관이 23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삼성홀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에서 넥센 서건창의 타격 폼을 따라하고 있다.

◆ 그라운드 안에서는 선후배도 없다

구단을 대표해 참석한 선수들의 입담도 뜨거웠다. 야구장 밖에서 친분이 있는 선수들은 과거에 했던 사담을 폭로하며 장내를 폭소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지난 겨울 자선경기에서 서건창(넥센)의 타격폼을 따라했던 것에 대한 질문을 받은 유희관(두산)은 “지난해 건창이에게 7타수 6안타로 약했다. 그래서 이렇게 타격폼을 하면 공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그렇게 해봤다. 그렇게 서보니까 공이 정말 잘 보이더라. 그런데 밥도 한 번 사지 않았다. 올해는 그 타격폼에서 공이 안 보이는 곳으로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유희관은 무대 중앙으로 나와 서건창의 타격폼을 재연했다. 두 다리를 오므리며 방망이를 흔드는 타법이 제법 서건창의 그것과 비슷했다. 유희관의 타격폼을 본 서건창은 “정말 잘 따라하신 것 같다. 그런데 지난해 1년 만으로는 밥은 못 살 것 같다. 올 시즌에도 저를 잘 배려해주신다면 겨울에 더 큰 것을 사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구 경운중학교 2년 선후배 사이인 이범호(KIA)와 안지만(삼성)의 유쾌한 설전도 시선을 모았다. 이범호는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 지만이가 1학년이었다. 그때 잘 치라고 배팅볼도 곧잘 던져주곤 했는데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가 돼 좋다”며 후배 안지만을 칭찬했다.

하지만 이범호는 안지만을 상대하기 힘든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는 “지금도 잘 치라고는 하는데 기합을 넣으면서 던져 치기 힘들다. 기합이 크면 빠른 공이 와야 하는데 커브도 오고 포크볼도 온다. 기합소리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후배 안지만은 선배의 부탁을 거절했다. “소리가 나는 건 던지다 보면 나오는 버릇이다. 빠른 공만 던져도 소리가 나겠지만, 변화구를 뿌릴 때도 소리가 난다. 그건 어쩔 수 없다”고 맞받았다.

아울러 이범호에게 양보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안지만은 “경기장 밖에서는 아니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선배도, 친구도 없다. 부모님이 와도 삼진으로 잡을 것”이라며 다시 만나도 이범호와 전력으로 붙겠다고 다짐했다.

개그맨 뺨치는 입담을 자랑하는 유희관은 지난해 다섯 차례 만난 양현종(KIA)과 선발 맞대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너무 지긋지긋했다. 야구장에서 쳐다도 안봤다”며 “현종이가 해외에 간다고 해서 좋아했다. 최고의 좌완 투수이니 해외에 가면 내가 위로 올라가는 것 아니겠냐”며 웃었다. 이어 “올 시즌엔 제발 만나지 말자고 했다. 만나면 서로 피를 보니까. 우리도 서로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현종은 피하지 않고 맞붙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나도 특정 선수와 다섯 번 만난 것은 처음이다. 희관이 형이 제구력도 좋아 쉽지 않았다”면서 “어떤 선발을 만나든 개의치 않고 반드시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양현종의 발언에 유희관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NC 이재학(오른쪽)이 23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삼성홀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에서 옆자리의 나성범과 함께 춤을 추겠다는 우승공약을 내걸자 나성범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지정석 사겠다", "그렇다면 스카이박스 사겠다"…불붙은 우승공약 경쟁

입담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우승 공약에도 재치가 넘쳤다. 자리에 참석한 20명의 선수들은 팀이 우승한다면 그라운드에서 이행할 공약을 내세웠다.

공약의 내용은 춤과 물량공세로 나뉘었다.

박석민(삼성)은 “우승한다면 속옷만 입고 팬들 앞에서 춤을 추겠다. 구자욱과 김상수가 이행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났다. 이재학(NC)과 조동화(SK)도 춤을 공약으로 정했다. 이재학은 “나성범 형과 함께 단상에 올라가 섹시댄스를 펼치겠다”고 했으며, 조동화는 “후배들의 유행 댄스 무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용규(한화)와 박세웅(케이티), 우규민(LG)은 크게 한 턱을 쏘겠다고 했다. “말만 들어도 꿈만 같다”며 먼 곳을 응시한 이용규는 “우승한다면 2016년 홈 개막전 지정석을 내가 다 대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박세웅은 “지정석을 사신다고 하셨는데 나는 케이티가 우승한다면 스카이박스 티켓을 사겠다”고 말했다. 현장 카메라가 이용규를 비추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처음에 별다른 공약을 내세우지 않은 우규민(LG)은 다시 자기 차례가 오자 작심한 듯 “내 자비로 팬들에게 유광점퍼를 쏘겠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모두가 우승할 수 없기에 한 가지 공약만 즐길 수 있는 팬들이지만 ‘통큰’ 공약이 나올 때마다 박수를 쏟아내며 환호했다. 10구단 시대에도 유쾌한 설전, 말만이라도 통쾌한 우승 공약은 더욱 진화했고 시즌 개막을 기다려온 팬들의 마음도 그만큼 상쾌해졌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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