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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묘한 궁합', 믿음의 재회가 만든 송은범-김상현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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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묘한 궁합', 믿음의 재회가 만든 송은범-김상현 부활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3.3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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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개막 2연전 2홈런 6타점 폭발-송은범 4이닝 2실점 쾌투,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찰떡궁합’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팬들에게 잔뜩 실망만을 안겼던 스타 선수들이 옛 스승과 재회해 화려한 부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포문은 김상현(35·케이티)이 열었다. 지난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롯데를 맞아 멀티홈런을 터뜨리며 5타수 4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다음날에도 안타 하나, 타점 하나를 추가해 2경기에서 0.556,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다음날 송은범(31·한화)도 부활 조짐을 보였다. 지난 29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3피안타 4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3회까지 사구 하나만을 내주면서 팀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 송은범은 지난 29일 목동 넥센전에서 4이닝을 2실점으로 막으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누군가는 조범현 감독과 김성근 감독이 이들의 ‘사용설명서’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2000년대 후반 각각 KIA와 SK 소속으로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두 선수는 돌고돌아 다시 만난 사령탑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날아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 어게인 2009, 배트를 던지기 시작하는 김상현 

김상현의 2009년은 아름다웠다. LG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김상현은 고향팀인 KIA로 이적한 후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타율 0.315, 36홈런 127타점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8월에는 월간 최다홈런 기록인 15개의 아치를 그렸다.

이전까지 그는 ‘2군 본즈’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달고 살았다. 1군 무대만 서면 하염없이 작아졌던 김상현은 “붙박이 3루수로 기용하겠다”는 조 감독의 믿음에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렀고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초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42경기 출전에 0.262, 5홈런 20타점에 그쳤던 그는 SK의 보호선수 20인 명단에 들지조차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다행히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케이티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신규 입단선수 기자회견에서 “조범현 감독님께 감사하다”며 “최근 몇년간 못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 김상현은 조범현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사직 개막 2연전에서 2홈런 6타점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가 배트를 자주 던지면 케이티는 리그의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사진=케이티 위즈 제공]

조 감독 역시 팀을 이끌 리더로 장성호와 함께 김상현을 언급하면서 “케이티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고참으로 팀을 좋은 분위기로 잘 이끌어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2009년 타이거즈의 우승을 함께 일군 제자를 향한 분명한 메시지였다.

케이티의 공격력은 10개 구단 중 최하위로 평가받고 있다. 개막 2연전에서 모두 패하긴 했지만 고무적인 것은 2경기에서 13점을 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 김상현이 있다. 그가 대포를 직감한 순간 배트를 던지는 특유의 동작을 자주 보여준다면 케이티도 NC처럼 신생팀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 “내 몸을 맡기겠다”던 송은범, 한화 시즌 첫승의 일등공신 

“승리의 일등 공신은 송은범이다. 흔들리면 1회라도 교체하려고 했는데 잘해줬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9일 시즌 첫승을 거둔 후 송은범의 활약상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했다. 전날 총력전을 펼치고도 12회말 끝내기포를 얻어맞고 패한 탓에 선발투수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 송은범은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몫을 해냈다.

2003년 SK에 입단해 4년간 그저 그런 투수에 불과했던 송은범은 2007년 김 감독을 만난 후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투수로 발돋움했다. 김 감독과 함께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그는 전천후로 활약하며 매 시즌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SK가 독주체제를 구축하며 통산 3번째 우승컵을 들었던 2010년에는 8승5패 8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1년 시즌 도중 김 감독이 물러나자 점차 내리막길을 걷던 그는 2013년 5월 김상현-진해수의 반대 급부로 신승현과 함께 KIA로 향했다. 호랑이 유니폼을 입은 그는 평균 이하의 투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 2년 연속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선수 생애 한번 올까말까한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획득했음에도 송은범은 급락한 가치로 인해 마음을 졸였다. 이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팬들의 요청으로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이 다시 그를 찾은 것. 4년 총액 34억원을 받고 독수리 군단에 합류하게 됐다.

송은범은 기자회견에서 "한화로 오게 돼 기쁘다. 감독님하고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구단에서 잡아줘 너무 감사드린다"며 "감독님께서 10번을 쓰시면 8,9번은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앞으로 김성근 감독님께 내 몸을 맡기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그는 전성기 시절의 홀쭉한 몸으로 돌아와 옛 명성을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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