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세영 기자] 11번째에서 12번째로 가는 노히트 노런은 짧았다. KBO리그 통산 12번째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도 외국인 투수였다.
두산 외국인 투수 유네스키 마야(34)가 한국 무대 두 번째 시즌 만에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넥센 강타선을 상대로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볼넷을 단 3개만 내줬다.
마야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과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 9이닝 동안 136개의 공을 던지며(스트라이크 82개) 피안타 없이 8탈삼진 3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마야의 호투에 힘입어 넥센을 1-0으로 꺾고 1패 뒤 2연승,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마야의 노히터 경기는 역대 12번째이며 외국인 선수로는 지난해 6월 24일 잠실 LG전에서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찰리 쉬렉(NC)에 이은 2번째다. 정확히 290일 만에 같은 장소에서 노히터 경기가 나왔다.

◆ 속구만큼 위력적인 변화구로 넥센타선 격침
이날 마야는 시속 145㎞를 넘나드는 속구만큼 예리한 변화구를 구사했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적절히 사용하며 넥센 타자들을 농락했다. 홈플레이트에서 예리하게 꺾이는 변화구에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헛돌았다.
특히 두산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인 이택근-유한준-박병호-윤석민으로부터 5개의 삼진을 뽑아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4회초 유한준과 박병호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장면이 백미였다.
위기도 있었다. 8회 선두타자 박헌도가 볼카운트 3-2에서 마야의 공을 받아쳤는데 경쾌한 소리가 나며 타구가 날아갔다. 안타가 될 수도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잘 맞은 타구가 좌익수 정진호의 글러브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남은 이닝 동안 안타를 내주지 않은 마야는 노히트 노런으로 경기를 끝냈다.
마지막 타자 유한준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노히트 경기를 확정한 순간 마야는 두 팔을 올리며 세리머니를 취했다. 이날 시구로 기운을 불어넣은 자신의 절친 시몬(안산 OK저축은행)을 향해 인사하기도 했다. 투혼의 136구를 던진 마야에게 행운의 여신이 미소지었다.
경기 후 마야는 "생애 첫 노히트 노런을 달성해 매우 기쁘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기회를 주셔서 이룰 수 있었다"며 "모든 영광은 가족과 팬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구를 한 시몬에 대해서는 "친구의 기운을 받아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경기 전에 '쿠바에서 했던 것 만큼 하면 잘 될 것'이라고 조언해줘 힘이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 290일만에 나온 노히트경기, 연내 13번째 주인공 탄생할까?
마야 이전에 노히트 경기를 달성한 선수는 모두 11명이었다. 1984년 5월 5일 광주 삼미전 방수원(해태·6탈삼진 3사사구)을 시작으로 김정행(롯데), 장호연(OB), 이동석(빙그레), 선동열(해태), 이태일(삼성), 김원형(쌍방울), 김태원(LG), 정민철, 송진우(이상 한화), 찰리(NC)가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10번째에서 11번째로 가는 노히트 경기는 매우 길었지만 이후 12번째로 가는 노히트 노런 경기의 주기는 짧았다. 11번째와 12번째의 주인공이 모두 외국인 선수라는 점도 눈에 띈다.
KBO리그 역대 10번째 노히트 경기 주인공은 송진우 KBS N 해설위원이다. 그는 2000년 5월 18일 광주 해태전에서 9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6탈삼진 3사사구를 기록했다. 이후 14년이 넘도록 노히트 노런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한국 무대 2년차였던 찰리가 무려 5150일 만에 노히트 경기를 일궈냈다. 당시 시즌이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양상으로 흘렀기에 더욱 의미 있었다.
하지만 12번째 노히트 노런이 나온 주기는 생각보다 매우 짧았다. 불과 290일 만에 나왔다. 직전 주기와 비교했을 때 18분의 1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 흐름이 지난해에 비해 투고타저 양상으로 흘러간다고 봤을 때 노히트 경기가 연내 또 나올 수도 있다. 김광현, 양현종 등 국내 투수들이 건재하고 구위가 뛰어난 외국인 투수들도 대거 영입됐다. 13번째 노히트 노런이 언제 탄생할지 지켜보는 것도 KBO리그를 즐기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syl015@sport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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