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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골든볼, 한국만 열광? 'NO' 현지반응도 마찬가지! [U20 월드컵 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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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골든볼, 한국만 열광? 'NO' 현지반응도 마찬가지! [U20 월드컵 결승]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6.16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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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20세 이하(U-20, U20) 축구 대표팀이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이강인(18·발렌시아)은 당당히 골든볼(최우수선수상)을 차지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초. 리오넬 메시(31·바르셀로나) 이후 14년만에 나온 18세 이강인의 골든볼 수상은 '20세 대회지만 최고의 선수는 18세 이강인이었다'는 현지 반응을 대변한다.

이강인에 열광한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물론 해외 현지에서도 이강인의 이번 대회 활약을 인정하며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강인이 16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2019 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 선발 출전, 풀타임을 소화하며 1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1-3으로 졌지만 이번 대회 2골 4도움으로 한국을 준우승시킨 이강인이 골든볼 수상자로 호명됐다.

▲ 한국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강인은 당당히 개인 부문 최고의 영예인 골든볼(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쥐었다. [사진=FIFA U-20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번 대회 한국이 기록한 9골 중 6골이 이강인의 발에서 나왔다. 7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해 두 살 위 형들 틈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활약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준우승팀에서 골든볼이 나온 것만 해도 이강인이 이번 대회에서 얼마나 좋은 기량을 선보였는지 말해준다.

이강인은 한 수 위 전력을 자랑했던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1차전에선 다소 힘에 부치는 듯 외로워 보였다. 하지만 남아공과 2차전을 시작으로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장기인 탈압박과 공 소유는 물론 왼발을 활용해 온더볼과 세트피스를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킥으로 수비를 괴롭혔다.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최종전부터는 투톱으로 올라섰는데 수비 부담을 덜자 날개를 단 듯 훨훨 날았다. 매 경기 마르세유턴을 비롯 화려하고도 내실 있는 플레이로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아르헨티나전 그림같은 왼발 크로스로 오세훈의 헤더를 도왔다. 세네갈과 8강전에선 코너킥으로 이지솔의 헤더골, 킬러패스로 조영욱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페널티킥도 성공시켰다. 에콰도르와 4강전에선 상대 수비 전열이 갖춰지기 전 재치있는 패스로 최준의 결승골을 이끌어냈다. 결승전 페널티킥 역시 이강인의 패스에서 시작됐다.

한국 남자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오르자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이강인이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팀 막내지만 팀에서 유일한 유럽 최고 클럽 소속 선수라는 책임감을 견뎌내며 왜 등번호 10을 달고 공격을 지휘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스페인 매체 라나시온 역시 "U-20 월드컵 스타 이강인이 스페인에서 축구 열기를 띄웠다. ‘한국 메시’ 이강인은 수많은 스카우터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앞으로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 이강인(오른쪽)은 이번 대회 한국 U-20 대표팀 막내지만 가장 형다운 경기력으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전 세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FIFA U-20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캡처] 

'날아라 슛돌이' 출신 이강인은 경기장 밖에서도 ‘막내형’다웠다. 인터뷰 때마다 “형들 덕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고, 한일전을 앞두고는 “함께 애국가를 크게 불러달라”고 부탁하는 리더십도 발휘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면 3선으로 내려와 직접 공격을 전개하고 반칙을 유도하며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는 등 노련한 ‘에이스’로서 면모를 보여줬다. 

이강인은 명실공히 한국 축구 최고 기대주다. 이번 U-20 대표팀 최연소지만 지난 3월 벌써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 성인 대표팀에 승선했다. 지난여름 발렌시아는 이강인에게 8000만 유로(한화 1023억 원)의 바이아웃(이적허용 금액) 조항을 달았다. 구단의 미래로 꼽히는 만큼 다른 팀으로부터 이강인을 사수하기 위해서다.

이후 프리시즌 동안 1군과 함께 훈련하며 모든 경기에 얼굴을 비추더니 2018~2019시즌 마침내 1군에 데뷔했다. 라리가 3경기, 유로파리그 2경기, 국왕컵 6경기를 소화했다. 발렌시아 2군, U-19 팀에서는 대회를 막론하고 에이스로 세트피스 킥을 전담했다.

기대가 큰 만큼 많은 부담이 이강인의 어깨에 지워졌지만 그는 오히려 대회를 즐겼다.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을 앞두고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강인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다. “결승전 같지 않다. 그냥 계속 뛸 경기, 뛰었던 경기 중 하나”라며 “나가서 즐기고 좋은 추억을 만들면 된다. 잘 뛰어 행복하면 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폴란드로 출국하며 그는 “U-20 월드컵에 참가하는 모든 팀의 목표는 우승이다. 한국에도 우승할 수 있는 멤버들이 있다. 한국의 우승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목표를 정상 등극으로 잡았는데 그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 이강인(사진)이 리오넬 메시 이후 14년 만에 18세 나이로 20세 이하 월드컵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사진=FIFA U-20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번 대회 활약으로 이강인의 몸값은 천정부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강인은 현재 네덜란드 아약스, PSV 에인트호번, 스페인 레반테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동안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거머쥔 이들은 대부분 월드클래스로 성장하며 세계 축구에 이름을 남겼다.

1979년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은퇴)부터 2005년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2007년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 2013년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골든볼을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강인의 골든볼 수상은 한국 남자축구 최초의 성과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브론즈볼(최우수선수 3위)을 차지한 적은 있지만 골든볼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는 없었다. 여자축구에선 2010 U-20 여자월드컵에서 지소연(첼시)이 실버볼(2위), 같은 해 U-17 여자월드컵에서 여민지(수원도시공사)가 골든볼을 수상했다.

이번 대회 큰 기대에도 전혀 주눅들거나 짓눌리지 않고 팀을 이끌었던 이강인의 피치 안팎에서의 존재감은 그가 왜 한국 축구의 미래인지를 증명하며 앞으로 더 큰 기대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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