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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미쟝센단편영화제②] '비정성시' 신인 감독들이 스크린에 그린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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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미쟝센단편영화제②] '비정성시' 신인 감독들이 스크린에 그린 사회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7.0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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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비정성시'. 영화 팬들이라면 익숙한 이름이다. 바로 대만의 영화 감독 허우 샤오센 감독의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미쟝센단편영화제(이하 'MIFF')에서 주목 받는 섹션이 있다. 바로 '비정성시'다. 허우 샤오센 감독의 영화에서 이름을 본뜬 '비정성시' 섹션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신예 감독들의 작품이 선정된다.

'비정성시1'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사진 = 스포츠Q]
'비정성시1'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사진 = 스포츠Q]

 

허우 샤오센 감독의 '비정성시'는 1989년 작으로 대만 현대사의 비극 2.28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중화민국 국민 혁명군이 타이완 원주민인 본성인들을 학살한 사건인 2.28사건을 다룬 영화 '비정성시'는 영화가 사회의 아픔을 어떻게 조명할 수 있는지 보여준 훌륭한 수작으로 꼽힌다.

허우 샤오센 감독의 '비정성시' 못지않은 신예 감독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빛난 영화 네 편이 'MIFF'를 통해 소개됐다. 김용천 감독의 '안녕, 부시맨', 김예지 감독의 '빈 집', 허지은·이경호 감독의 '해미를 찾아서', 구양욱 감독의 '분실'이다.

네 작품은 각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 중 '안녕, 부시맨'은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얻었다. 그렇다면 감독이 직접 말한 네 편의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 김용천 감독의 '안녕, 부시맨', 아픔과 낭만 그 사이

 

'안녕 부시맨' [사진 =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안녕 부시맨' [사진 =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안녕, 부시맨'은 시골로 내려간 한 어린 형제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영화 '부시맨'을 우연히 할머니 댁에서 발견한 어린 소년들은, 뒷산에서 마치 부시맨 같은 한 남자를 마주한다. 

영화 '안녕, 부시맨'에서 부시맨은 대사를 하지 않는다. 감독의 시선도 그저 어린 아이 둘의 시선을 좇아 진행된다. 숨겨진 사연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고 부시맨과 아이들은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이별한다.

김용천 감독은 영화 '무떼'로 이미 2003년 제 2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미래상을 수상했다. 오랜만에 연출작을 들고 MIFF를 방문한 김용천 감독은 독립 단편영화임에도 상업 영화 못지않은 높은 완성도의 영화 '안녕, 부시맨'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용천 감독은 "어릴 때부터 봐 왔던 '부시맨' 영화가 제게 위안을 줬다. 그래서 '부시맨'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해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안녕, 부시맨'은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 영화다. 어렴풋한 단서만이 영화 내에 짧게 드러난다. 큰 사건이 없는 만큼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증이 생긴다.

김용천 감독은 "남자(부시맨)에게 어떤 일이 있을까 저도 상상해봤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말고 어렴풋한 느낌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다. 남자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큰 사건을 겪은 후 장애가 있다는 설정이었다. 대사를 줄까도 생각했지만 이상하더라"라며 '부시맨'의 뒷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놨다.

# 김예지 감독의 '빈 집', 모두가 떠난 동네에 대해

 

[사진 =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사진 =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김예지 감독의 '빈 집'은 경상남도 거제를 배경으로 한다. 조선업이 발달된 이 곳은 최근 조선업의 쇠퇴로 경기가 어려워 진 지역이다. 거제 출신인 김예지 감독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역 경제의 쇠퇴가 한 가족에게 어떤 아픔을 선사하는가를 영화로 담아냈다.

'빈 집'은 조선소에서 일하던 남편이 일자리를 잃고 가족이 결국 거제를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가족뿐만이 아니다. 빈 마트, 휑한 거리는 '빈 집'이라는 주제 처럼 경제가 기울어진 지역의 쓸쓸한 초상을 시각적으로 담아냈다.

김예지 감독은 "거제에서 20년 동안 살았다. 대학을 오면서 상경했는데, 제가 상경한 시점부터 거제의 조선소 산업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고향에 가 보면 마트에도 거리에도 사람이 없었다. 저희 집도 결국 거제를 떠나게 됐다. 제가 경험하고 봐왔던 걸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며 제작 동기를 설명했다.

김예지 감독은 남다른 지역 사랑을 GV에서 드러냈다. 김예지 감독은 "앞으로도 거제 지역에서 영화 작업을 해 볼 계획이다"라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 허지은·이경호 감독의 '해미를 찾아서', '미 투'가 영화가 되었을 때

 

[사진 =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사진 =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해미'가 누굴까?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이 갖게 되는 궁금증이다. 영화 '해미를 찾아서'는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 선아가 스스로 일어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단 내 성폭력'을 시작으로 지난 2017년과 2018년은 국내에서도 '미 투'(Me too) 폭로가 줄을 이었다. 그동안 나서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히며 연대하며 성폭력 문화의 근절을 외쳤다.

영화 '해미를 찾아서'는 '해미'라는 익명으로 뭉친 대학가 성폭력 고발 연대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선아는 피해자 연대와 가해자인 교수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결국 스스로의 문장으로 자신이 해미임을 밝힌다.

허지은, 이경호 감독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허지은 감독은 "제가 여성이다 보니 제가 직접 겪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성 중심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남성 감독인 이경호 감독은 "페미니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공부를 하고 있다"며 여성주의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 구양욱의 '분실', 입시 경쟁의 학교 속 개인과 개인의 관계

 

[사진 =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사진 =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구양욱 감독의 '분실'은 여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사회문화 노트를 시골 외갓집에 두고 온 선아는 노트를 빌려주지 않는 친구의 노트를 훔치고 이로 인해 친구와 갈등이 발생한다.

주인공 선아의 심리를 날카롭게 표현한 영화 '분실'은 입시 경쟁 속 학생이 받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 인간관계의 의심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팽팽하게 당겨진 끈 같은 심리 묘사는 마치 '여고 괴담' 시리즈 같은 공포물을 떠올리게 한다.

여고생이 주인공이지만 구양욱 감독은 남성 감독이다. 구양욱 감독은 "여고는 당연히 나오지 않았다"며 극중 인물을 여고생으로 설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구양욱 감독은 "여성이어야지만 알 수 있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분실'은 여자 주인공이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고등학교 졸업한 지가 꽤 되어 어린 연출부 친구들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이라고 불린다. 신인 감독들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인기 섹션인 '비정성시'는 2019년에도 감각적이고 새로운 영화들로 관객들을 만나며 한국 영화의 밝은 미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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