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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스타보다 믿었던 유벤투스? 발등 찍힌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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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스타보다 믿었던 유벤투스? 발등 찍힌 프로축구연맹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7.30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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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더페스타보다 유벤투스를 믿었다. 더페스타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던 연맹에 확신을 심어줬던 건 유벤투스였다. 결국 믿었던 유벤투스에 발등 찍힌 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매주 진행하던 주간 브리핑을 이른바 ‘호날두 노쇼’ 사건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으로 대체했다.

김진형 연맹 홍보팀장은 “K리그는 (더페스타가 주최한 친선경기의) 참가 팀 개념이지만 그래도 한국 프로축구를 관장하는 기관의 입장에서 팬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은 해야겠다는 취지”라고 운을 뗀 뒤 유벤투스에 항의 공문을 보낸 배경과 더페스타와 사후 처리방안 등 진행과정을 전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대행사 더페스타보다는 유벤투스 담당자의 말을 신뢰해 친선경기 제의를 받아들였다. [사진=연합뉴스]

김진형 팀장에 따르면 유벤투스 선수단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하기 전 유벤투스 구단 관계자가 구두로 “킥오프를 9시에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연맹은 “말도 안 된다. 팬들이 이미 입장해 기다리고 있다”며 거절하자 유벤투스 측은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선수단이 경기장에 도착할 때 쯤 경기시간 단축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킥오프 지연 및 경기시간 단축을 요구한 사람은 유벤투스 고위급 관계자다. 일방적인 경기 시간 단축 요구는 축구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K리그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연맹은 “세리에A(이탈리아 1부리그) 사무국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도 서신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유벤투스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열리기 위해선 결국 세리에A와 AFC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벤투스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연맹에 팀 K리그와 친선경기를 제안 및 기획한 것은 대행사 더페스타다. 연맹이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은 이렇게 큰 규모의 대회를 치러본 적이 없는 더페스타의 실무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고, 결국 호날두가 45분 이상 출전 조항을 어기고 팬 사인회도 불참해 축구팬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안기게 된 점이다. 

연맹 실무진 역시 더페스타를 반신반의했다. 빠듯한 일정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일부 K리그 팬들 사이에서도 반대 여론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맹에서 제의를 받아들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유벤투스 관계자의 확신에 찬 약속이었다. 연맹을 찾아온 유벤투스 국제사업 담당자 마티노 리몰디는 “빡빡한 일정에도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 나와도 처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는 것. 

▲ 유벤투스는 경기 당일 프로축구연맹에 잇달아 무리한 요구를 했다. 연맹은 이에 대해 공식 항의 서신을 보내놓은 상태다. [사진=스포츠Q DB]

연맹은 유벤투스가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자신감을 내비쳤던 게 이번 친선경기를 치르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이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불과한 점과 전세기 이동 등을 근거로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연맹은 “이번 서신에 유벤투스를 향한 별도 요구사항은 없다. 유벤투스 측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로빈 장 더페스타 대표가 언론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파벨 네드베드 유벤투스 부회장은 경기 후반전 도중 “호날두도,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도 45분 이상 출전 조항을 알고 있다”면서도 “호날두가 뛰지 않겠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연맹도 더페스타도 믿었던 유벤투스와 호날두에게 발등이 찍힌 셈이다. 로빈 장 대표는 “유벤투스가 금주 안에 다시 내한해 사과의 뜻을 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더페스타는 물론 연맹, 축구팬들도 모두 한 마음으로 유벤투스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연맹이 리그와 리그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요구한 만큼 근시일 안에 유벤투스가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유벤투스가 어떤 방식과 어떤 메시지로 어느 정도까지 사과를 표하고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질 것인지에 시선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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