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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대표팀, 비아냥에도 아시아선수권에서 그리는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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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대표팀, 비아냥에도 아시아선수권에서 그리는 '큰 그림'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8.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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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은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노린다. 이미 도쿄 올림픽 티켓을 가져간 일본(개최국)과 중국(대륙간예선 통과)이 2진으로 나오면서 대회의 중요성에 의문부호가 붙기도 하지만 한국에는 의미가 남다른 대회다.

항간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세계랭킹 9위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이루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 비장하다.

도쿄 올림픽으로 가는 관문 중 하나인 이번 대회를 통해 ‘라바리니호’가 그리는 비전은 뭘까. 이번 대회가 그들에게 중요한 이유가 궁금하다.

▲ 여자배구 대표팀은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우승을 노린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1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A조 1차전에서 39위 이란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19일 오후 7시 117위 홍콩과 대결(SBS스포츠, 카카오TV 생중계)에서 승리해 조 1위를 확정하면 20일 오후 4시 30분 C조 2위, 23일 오후 4시 30분 C조 1위와 8강 풀리그를 벌인다. C조 1위는 태국(14위)이 유력해 ‘빅매치’가 성사된다. 태국과는 결승에서 다시 만날 공산도 크다.

또 대진표에 따라 6위 일본과 4강 이후 만날 가능성이 있어 ‘한일전’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첫 날 여자배구 대표팀은 약체 이란을 맞아 모든 선수를 활용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이란보다 전력이 약한 홍콩과 경기에서도 힘을 빼고 선수단 전반의 체력을 비축할 전망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란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대회가 시작됐지만 오늘 오후 웨이트트레이닝을 진행한다. 선수들이 대회 후반부에도 좋은 컨디션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8, 4강 이상부터는 상대에 대한 정보가 많은 만큼 디테일한 작전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 라바리니(오른쪽) 감독과 김연경은 홈에서 치르는 이번 대회의 중요성을 힘줘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또 “러시아를 다녀오는 긴 일정이 있었던 터라 선수단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오늘)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했다. 퍼즐을 맞추듯 모든 선수가 중요하다. 후보라 할지언정 항상 준비가 돼있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 들어가더라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남은 경기일정에서도 많은 선수들을 활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설명했다.

이번 대회 8강에 들면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대륙별(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최종예선 1위만 올림픽행 막차를 탈 수 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를 올림픽 최종예선에 대비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원팀’이 돼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배가 항해할 때 거친 파도를 만나고 좋지 않을 때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중요한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에 대비한 연습을 충분히 잘하고 있다. 1월에 올림픽 티켓을 딸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이번 대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장 김연경 역시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승을 목표로 준비했다. 한국에서 뛰지 않다보니 한국 팬들 앞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더 감회가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 이 대회 우승이 없다보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은 아시아선수권에서 7차례 준우승했지만 정상에 오른 적은 없다. 지난 5일 러시아와 대륙간(세계)예선 최종전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해 올림픽 직행 티켓을 눈앞에서 놓쳤던 대표팀이다. 안방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대회에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우승까지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 이재영(오른쪽)은 러시아와 대륙간예선 최종전 역전패 이후 "많이 울었다"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사진=연합뉴스]

김연경과 이재영 모두 러시아전 패배 이후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김연경은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여태껏 배구하면서 가장 힘든 경기 중 하나였다. 그만큼 간절했고, (올림픽 진출에) 정말 가까이 갔다가 놓쳤다는 게 아쉬웠다”며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여기 있는 모든 분들도 우리가 그렇게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텐데 러시아를 상대로 대등하게 경기했다는 점이다. 좋은 공부가 된 것 같다. 1월에는 무슨 일 있더라도 좋은 경기 해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정말 많이 속상했고, 많이 울었다. 다음에 그런 시합에 나갔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재영의 말에서도 심기일전하고 있는 여자배구 대표팀의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다.

대륙간예선에서 러시아를 꺾었다면 이번 대회에 힘을 쓰지 않아도 됐을 거란 아쉬움이 짙다. 팬들만큼이나 선수단은 패배 이후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팬들의 실망감을 알기 때문에 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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