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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규, 한국빙상 '비리 온상' 파헤쳐보니... 교수직 파면 중징계 의결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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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규, 한국빙상 '비리 온상' 파헤쳐보니... 교수직 파면 중징계 의결 배경?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8.2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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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빙상 ‘대부’ 전명규(56) 한국체육대학교 교수가 파면 당할 처지에 놓였다. 한체대 징계위원회에서 최고 수위인 파면 징계가 의결돼 안용규 한체대 총장의 재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걸로 알려진 그의 몰락, 그 배경이 궁금하다. 

한체대는 22일 빙상계 비리 몸통으로 지목된 전 교수의 파면 징계를 의결, 관련 내용을 안용규 총장에게 보고했다.

징계는 총장의 재가를 받아 최종 확정된다. 파면 징계가 결정되면 전 교수는 향후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고, 퇴직 급여도 1/2로 삭감된다.

▲ 한국체대 징계위원회에서 전명규 교수에 대한 파면 중징계가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전명규 교수는 이날 변호사와 함께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3시간가량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관해 전면 반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 교수 측 변호사는 “중징계가 나오면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지난달 17일 부로 교수 직위에서 해제했다. 파면이 확정될 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해 소청 심사를 받거나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빙상경기연맹 감사에서 “전 교수의 전횡이 확인됐다”고 발표했고, 교육부는 문체부 감사 결과와 자체 조사 등을 토대로 한체대에 전 교수 중징계를 요구했다. 전 교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 폭행 사건 때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 각종 비위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당시 “전 교수가 폭행 피해 학생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격리조치 중인 피해 학생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피해자의 지인들을 동원해 피해자에게 합의를 압박하고 폭행 피해 학생의 아버지를 만나 ‘감사장에 출석하지 말라’고 회유한 사실도 밝혀냈다”고 전했다. 

이에 체육계 성폭력·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전 교수 파면만이 '메달리스트의 산실'에서 '스포츠 적폐의 본산'이란 오명으로 위신이 추락한 한체대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전 교수의 비위행위는 셀 수가 없다. 페이스 메이커의 실체가 드러났으며 한체대 출신 특정 선수에게 특혜를 제공해 온 부분 역시 세상에 알려졌다. 국가대표 지도 개입은 일상다반사였다. 

빙상부 학생이 훈련 용도로 협찬 받은 4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자전거 2대를 넘겨받았다. 또 스케이트 구두 24켤레를 가품으로 납품받는 방법으로 특정 업체가 대학으로부터 정품가액 합계 5100만 원을 지급받게 하기도 했다.

▲ 감사 결과 전명규 교수를 둘러싼 의혹들이 상당수 사실로 밝혀졌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최근 15년 동안 부양가족 변동신고를 하지 않고 가족수당 및 맞춤형 복지비 합계 1252만 원을 부당 수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체대 빙상장을 사적으로 독점 사용했다는 의혹도 마찬가지.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시작된 전 교수를 향한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당시 한체대는 “지난해 전 교수에 대한 징계를 내렸는데 또 내려야 하느냐”며 징계를 차일피일 미뤘다. 2018년 9월 교육부가 전 교수 중징계를 요구하자 공무원 징계 가운데 견책과 함께 가장 수위가 낮은 경징계 ‘감봉 3개월’을 내린 바 있다. 

전 교수가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과 대한빙상경기연맹 임원을 맡으며 정부 포상(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았던 걸 이유로 교육공무원법 포상 감경 규정에 따라 정직에서 감봉으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이 같은 한체대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에 “한체대가 반성과 개혁보다는 기득권 사수에 혈안이 돼있다”는 체육계 전반의 비판이 따랐다.
 
전 교수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감독을 거쳐 2002년부터 한체대 체육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한체육회 선수위원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평가준비위원,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동안 안용규 총장이 자신의 총장 선거에 큰 힘이 돼줬던 전 교수를 은연히 감싸왔다는 지적도 있다. 안 총장도 이번에는 어영부영 넘어갈 수 없을 듯하다. 최근 체육계에선 전 교수에 대한 선 긋기가 시작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빙상계에 군림했던 전 교수지만 파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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