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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 3위, 김연경이 진단한 올림픽진출 선결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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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 3위, 김연경이 진단한 올림픽진출 선결과제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8.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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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우승이라는 목표 달성은 실패했지만 '난적' 중국을 물리치고 제20회 신한금융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를 3위로 마쳤다. 2020 도쿄 올림픽 진출이 걸린 내년 1월 대륙별(아시아)예선을 앞두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지만 남겨진 과제도 명확하다.

세계랭킹 9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3·4위전에서 중국(2위)을 세트스코어 3-0(25-21 25-20 25-22)으로 완파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팅 등 주축이 빠진 중국 1.5군을 상대로 김연경이 무려 29점을 뽑아내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앞장섰다. 이번 대회 성과와 과제 양면에 걸쳐 김연경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 김연경(오른쪽)이 25일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에서 3위를 확정지은 뒤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회를 마친 뒤 김연경은 “어제 경기(일본전)에 져서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속상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을 많이 했다. 분위기가 처져 있었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는데 선수들에게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이야기했고 잘 따라와 줬다"면서 "원했던 메달 색깔은 아니지만 이기고 마쳐서 다행이다”라며 기뻐했다.

그는 또 “예전에 했던 배구로 돌아가는 것 같아 걱정된다. 세터가 자주 교체되고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 우리가 연습했던 패턴이 안 나오는 것 같다”고 대표팀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앞으로는 부담 있는 경기에서도 여러 패턴을 많이 활용해야 지금의 배구를 바꿀 수 있다”며 “우리가 여태껏 했던 배구를 하려고 했다면 감독님이 새로 오실 이유가 없다. 바꿔 가는 과정이니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시간이 더 지나면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부임 이후 전후위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공격에 참여하는 속도감 있는 토털 배구를 이식 중인 대표팀이다. 김연경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는 것 역시 주안점 중 하나.

지난 5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부터 세터 이다영을 중심으로 라바리니식 배구를 입혀왔지만 최근 세터진의 줄부상으로 교체가 잦았다. 공격수와 세터 간 호흡의 완성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고, 고비 때마다 김연경에게 토스가 집중됐던 게 사실.

▲ 여자배구 대표팀이 중국을 꺾고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후위로 빠진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김희진을 적극 활용하고 중앙 속공을 펼치는 등 다양한 패턴으로 공격을 이어가려던 노력은 분명했다. 실제로 김희진이 살아난 태국과 8강 풀리그 최종전, 중국과 3·4위전에서 중앙 공격도 더불어 살아나는 효과가 있었다.  

중국(대륙간예선 통과)과 일본(개최국)이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상황에서 내년 1월 대륙별예선은 사실상 한국과 태국의 2파전 양상이다. 이번 대회 태국과 맞대결에서 높이의 우위를 앞세워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연패를 끊어내 고무적이다. 모의고사에서 자신감을 충전한 셈.

VNL과 대륙간예선을 거치면서 미들블로커와 세터진이 부상으로 시름한 사이 많은 선수들이 라바리니식 스피드 배구를 경험할 수 있었던 점 역시 장기적으로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잘했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많이 발견했다”며 “20점대 이후 중요한 상황이 됐을 때 김연경에게 의존하게 된다. 다른 옵션도 준비했지만 세터와 호흡 문제 등 한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터들의 잦은 교체로 준비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많은 연습이 뒷받침되지 않았기에 결정적일 때 공이 레프트(김연경)로 향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 김연경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여자배구 대표팀이 늘 안고 가야할 과제다. [사진=연합뉴스]

대륙간예선에 앞서 이다영, 안혜진으로 세터진을 꾸렸지만 부상으로 이효희, 이나연으로 교체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이효희가 다시 염혜선으로 바뀌는 등 변동이 많았다. 태국은 한국에 완패했지만 눗사라 톰콤이라는 확실한 세터를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공격 패턴 속에서도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한국은 내달 14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FIVB 월드컵에 나선다. 세터진의 안정화가 김연경 의존도를 낮추면서 라바리니식 토털 배구를 접목하는데 있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8일 동안 6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었다. 비록 1.5진이라 할지라도 평균 신장 186㎝로 가장 높았던 중국을 맞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리로 대회를 마감했다. 20세 이하 대표팀이 주축이 된 일본과 준결승전 패배로 큰 충격을 입었지만 다시 재정비해 중국을 잡아낸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란, 홍콩과 조별리그를 치르면서도 선수단이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하도록 했다. 대회 후반부에도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1장의 올림픽 티켓을 놓고 다툴 최종예선에 앞서 단기전 선수단 운영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본에 져 우승을 놓친 점은 분명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태국, 중국에 거둔 승리는 올림픽으로 가는 길에서 자신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풀어야 할 숙제를 분명히 확인한 만큼 남은 기간을 십분 활용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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