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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에 비수 꽂은 문준호, 화성FC 한국판 '칼레의 기적' 현재진행형 [FA컵 경기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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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에 비수 꽂은 문준호, 화성FC 한국판 '칼레의 기적' 현재진행형 [FA컵 경기일정]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9.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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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4부리그격 K3리그 화성FC가 K리그1(프로축구 1부) 수원 삼성에 일격을 가했다. 선봉에 선 것은 다름 아닌 수원 삼성에서 데뷔했던 미드필더 문준호(26)다.

화성FC는 18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KEB하나은행 FA(대한축구협회)컵 4강 1차전 수원과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전반 24분 문준호의 골이 결승골이 됐다.

측면 미드필더 문준호는 경남FC와 8강전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리며 친정팀 수원과 맞붙을 기회를 만들었는데, 이번엔 친정팀에 비수를 꽂으며 K3리그 팀 최초 결승 진출 희망까지 부풀렸다. 화성은 K3리그 팀 최초로 8강을 넘어 4강까지 올라온 상태다.

▲ 문준호(사진)가 18일 수원 삼성과 FA컵 4강 1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협회에 따르면 문준호는 경기를 마친 뒤 “오늘 하루 너무 짜릿하다. 준비한 만큼 결과와 내용 모두 나와 너무 기분 좋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용인대 시절 대학축구를 평정한 문준호는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표로 뛰었고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22세 이하(U-22)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2016년 수원에 입단했지만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했다. 2년 간 주로 R리그에서만 뛰었을 뿐이었다.

2018년 K리그2(2부) FC안양으로 임대됐지만 이곳에서도 별다른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채 수원으로 복귀한 문준호는 지난해 말 구단과 합의 끝에 팀을 나와 화성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문준호는 “개인적으로 (수원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를 갈고 있었다”며 “수원에서 보여 준 게 없었다. 축구 인생에서 힘든 시기였는데 오늘 경기로 복수 아닌 복수를 한 것 같아 기분 좋다. 준비 잘해서 보여줄 거 보여주자 생각하고 임했다”고 밝혔다.

김학철 화성 감독 역시 “문준호에게는 더 동기부여가 된 듯하다. 처음에 우리 팀에 왔을 때는 자신감이 결여돼 있었는데 게임을 뛰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골도 넣고 있다.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김학철 화성FC 감독은 수원을 꺾은 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화성은 10월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차전 원정경기에 나선다.

문준호는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데뷔전만 치르고 못 뛰었다”면서 “빅버드에서 수원에 문준호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2차전도 준비 잘해서 멋진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직접 부닥쳐 보니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말로 K3리그를 평가한 그는 “프로에서는 부담감만 컸는데 여기서는 즐길 수 있는 축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즐기면서 축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 프랑스 FA컵에선 4부리그 소속 아마추어 클럽 칼레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문준호가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연출하는 데 앞장설 수 있을까. 문준호는 이날 수원과 경기하면서 “뭔가 우리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 프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 역시 이번 대회에 절박한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프로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거나 프로 진입에 실패한 많은 미생들이 K3리그와 내셔널리그에 모여있다.

지난 시즌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수원의 연봉 총액은 80억이 넘는다. K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금액. 반면 화성은 연봉 총액이 FA컵 우승상금 3억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학철 화성 감독은 15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상금이 우리 팀 연봉 총액과 비슷하다”고 했다.

연봉 차이가 실력 차이와 정비례하진 않는다. 화성은 이번 대회 3라운드에서 K리그2 안산 그리너스, 8강에서 경남을 물리쳤다. 4강에서도 수원을 상대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화성의 상대 수원은 리그에서 6위(승점 39)로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할 수 있는 4위 자리의 강원FC(승점 45)를 2경기 차로 쫓고 있다. 이임생 감독은 공공연히 FA컵 우승을 통해 ACL에 복귀할 계획을 그리고 있다고 말해왔다.

이날 이 감독은 패배 직후 원정 응원을 왔지만 경기력에 크게 실망한 팬들을 찾아가 사과를 전했다. 기자회견에선 "FA컵 우승에 실패할 경우 결과에 책임지겠다”며 사퇴까지 예고했다.

수원도 화성만큼이나 FA컵에 모든걸 걸고 있다. 수원에서 열릴 2차전이 더 뜨거워졌다. 3부리그격 내셔널리그 대전 코레일도 안방에서 K리그1 상주 상무와 1-1로 비기며 희망을 이어갔다. 칼레의 기적을 꿈꾸는 자들과 프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자들의 두 번째 맞대결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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