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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한, 초유의 무중계-무관중 평양원정... FIFA-AFC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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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한, 초유의 무중계-무관중 평양원정... FIFA-AFC도 속수무책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0.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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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사상 초유의 무관중, 무중계 경기였다. 골도 나지 않았으니 ‘3無’ 경기라 칭할 수도 있겠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9년만의 북한 평양원정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경기 내용보다 그 경기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게 큰 화제가 됐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 방문경기에서 북한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대한축구협회(KFA)는 물론 남측 정부와 FIFA,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끊임없는 중계 협상에도 북측은 응답하지 않았다. 결국 21세기 IT강국을 표방하는 한국에서 취재진은 AFC 경기감독관이 협회에 전한 정보를 간접적으로 전달받아 기사로 낼 수밖에 없었다.

이 사진 역시 AFC 경기감독관이 대한축구협회에 전달된 뒤 국내 취재진에 다시 건네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당초 5만석 규모의 김일성경기장에 북한 축구팬들이 가득 차 단체응원전을 벌일 것으로 점쳐졌지만 의외로 무관중 경기가 펼쳐졌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관전했지만 국내 취재진은 물론 외신 기자도 한 명 없이 경기가 시작됐다. AFC와 사전 조율된 사항은 아니었지만 입장권 판매 등 홈경기 마케팅 권리는 주최국 축구협회가 가지고 있어 문제삼을 수는 없는 부분.

애국가 제창과 태극기 계양 등 한국을 하나의 국가로 대하는 예우는 잘 지켜졌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등번호만 새겨진 상하의 흰색 유니폼을 입고 승점 3을 노렸다.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포백은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문환이 구성했다. 공격의 시발점은 정우영이 맡고 2선에서 나상호, 황인범, 이재성이 최전방 투톱 손흥민, 황의조를 지원했다.

전반 30분 북한 리영직이 경고를 받고 한 차례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하는 등 팽팽한 긴장감 속에 경기가 이어졌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나상호 대신 황희찬을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지만 오히려 후반 10분 김영권, 17분 김민재가 경고를 받는 등 위험에 노출됐다. 점유율 50-50 정도의 치열한 승부가 계속됐다. 후반 24분 김문환의 결정적인 슛을 북한 골키퍼 안태성이 선방하는 등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과열되기도 했다.

후반 20분 황인범 대신 권창훈, 후반 34분 황의조 대신 김신욱이 피치에 들어섰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북한도 후반 막판 두 차례 선수교체로 반전을 꾀했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평양원정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악조건 속에서 선수단도 협회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역시 평양원정은 쉽지 않았다. 육로를 통한 방북이 불가능해 중국을 경유하는 항공편으로 평양에 당도했다. 연이틀 비행기를 탄 데다 전날 예정됐던 공식 기자회견도 조금 지연됐다. 선수들은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못했고, 훈련 외 시간에도 동선에 제약이 따랐다. 인조잔디라는 낯선 환경에도 적응해야 했다.

협회 역시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 현장에 나가있던 언론담당관의 인터넷 사용 환경이 열악해 협회 내부적으로도 직접 소통이 어려웠다. AFC 경기감독관이 휴대전화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소재한 AFC 본부에 경기 진행 상황을 알리면 본부에서 현장 상황을 취합해 이를 대한축구협회에 다시 전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경기를 마친 뒤 협회 관계자는 “주어진 상황 속에 최선을 다해 빠른 시간 안에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점만 알아주면 좋겠다. FIFA와 AFC 라이브보다 5분 정도 빠르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FIFA, AFC도 골, 경고, 교체 외 상세한 문자중계마저 제공할 수 없었던 악조건이었음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평양에서 값진 승점 1을 보탠 한국과 북한은 나란히 2승 1무(승점 7)로 조 선두권을 유지했다. 협회 관계자들은 선수들이 인조잔디에서 큰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친 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는 큰 사고 없이 끝났지만 북한이 조성한 비정상적인 국제경기 환경은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질타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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