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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김나운, 10년의 기다림 그리고 눈물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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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김나운, 10년의 기다림 그리고 눈물 [SQ인물]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0.29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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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지난 19일 의정부 KB손해보험과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수훈선수로 꼽힌 김나운(32·대전 삼성화재)은 인터뷰실에 들어선 게 처음이라고 했다. 베테랑 박철우(34) 옆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게 어색하다는 듯 쭈뼛쭈뼛 대답을 이어가던 장면이 또렷하게 남아있다.

사흘 뒤 ‘우승후보’ 인천 대한항공과 맞대결에서도 맹활약을 펼친 김나운은 V리그 주관 중계방송사인 KBS N 스포츠로부터 MVP로 선정돼 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매 경기 승리 팀에서 가장 빼어난 플레이를 보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 인터뷰 역시 김나운에게는 처음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한 조은지 아나운서는 "다른 선수들 인터뷰하는 것 지켜보면서 (기회가 오면)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을 것 같다"며 넉넉한 시간을 부여했고, 김나운은 아내와 아이를 언급하며 마지막에는 눈물을 훔쳤다.

김나운이 빛을 보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김나운이 올 시즌 삼성화재 상승세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김나운은 이날 인터뷰에서 아내에게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서 가장으로서 떳떳한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게. 고마워”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2009~2010시즌 3라운드 5순위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했다.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FA)신분으로 삼성화재와 계약한 김나운은 지금껏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2011~2012시즌 22경기에서 164점을 획득하며 경기 당 평균 7점가량 기록한 게 커리어하이다. 삼성화재 입단 이후에도 많은 시간 중용되진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35경기 117세트에서 16점을 낸 게 전부였다.

하지만 비시즌 구슬땀을 흘렸고, 주전 윙 스파이커(레프트) 송희채가 팔꿈치 부상 및 폐렴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서울 우리카드와 개막전에선 3점에 그쳤지만 이후 OK저축은행전 12점(공격성공률 42.86%)을 기록하더니 KB손해보험 원정경기에서 17점(공격성공률 48.15%)으로 팀에 첫 승을 안겼다. 외국인 공격수 산탄젤로가 발목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철우와 쌍포를 구축했다.

김나운(왼쪽)은 데뷔 10년 만에 첫 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KBS N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상승세는 계속 됐다. 대한항공전 서브에이스 3개 포함 15점(공격성공률 66.67%), 수원 한국전력전 13점(공격성공률 50%)으로 3연승을 견인했다.

KB손해보험전을 마친 뒤 그는 “인터뷰실이 처음이라 어색하다. 상무에 있을 때 이후 오랜만에 많이 득점했다. 아무 생각 없이 때렸던 것 같다”며 “‘미친듯이 뛰자’는 생각으로 임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지 않았나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한항공전에서 이긴 후 보완해야할 부분으로 리시브를 꼽기도 했던 그는 이날도 “내가 잘했다기보다 (백)계중이. (이)지석이, (고)준용이가 내가 리시브 해야 할 것을 대신 해줬기 때문에 나머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김나운이) 연습 때도 컨디션이 좋아 투입했다. 나운이가 컨디션이 좋은데 (토스가) (박)철우 쪽으로 치우치니까 ‘나운이 써라’ 하는 주문을 많이 했고, 속공도 많이 나올 수 있었다”며 김나운이 박철우의 공격 비중을 나눠가졌던 게 승인이라고 봤다.

김나운은 2015~2016시즌을 마친 뒤 LIG손해보험에서 방출됐다. 배구판을 떠날 수도 있었던 상황 그에게 손을 내민 게 삼성화재였다. 김나운은 데뷔 10년 만에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김나운은 공격수로, 또 팀의 고참급으로서 삼성화재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그가 지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사진=KOVO 제공]

아직 5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V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나운이 방송사 인터뷰에서 보인 눈물에서 그간 그의 마음고생의 깊이는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렸던 땀방울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박철우는 “(김)나운이가 지금까지 잘 버텼고, 앞으로도 지금 같은 생각이라면 충분히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걸음이 느린 후배 김나운에게 힘을 실어줬다.

올 시즌 삼성화재가 위기론을 잠재울 수 있었던 건 박철우의 반대쪽에서 균형을 맞춰준 김나운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이름을 떨치지 못했지만 적어도 올 시즌 삼성화재를 논할 때 김나운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김나운 인터뷰 영상에 한 팬은 "항공 팬으로서 진 경기라 슬펐지만, 배구 팬으로서는 김나운 선수를 다시 볼 수 있는 경기였네요. MVP 축하드립니다"는 댓글을 남겼다. 레프트는 버텨야 하는 자리다. 김나운은 팬들의 주목을 받기까지 10년을 버텨냈다. 그의 활약에 애정어린 시선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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