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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완패보다 뼈아픈 4연속 '졌잘싸' [프로배구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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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완패보다 뼈아픈 4연속 '졌잘싸' [프로배구 V리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0.31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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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졌잘싸’가 계속되면 어떨까. 한숨이 깊어질 수도 있다. 현재 의정부 KB손해보험 상황이 꼭 그렇다.

KB손해보험은 30일 안방에서 열린 안산 OK저축은행과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졌다.

2-0으로 앞설 때 상대를 단 14, 16점으로 묶었다. 셧아웃 승리를 가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2경기 연속 리버스스윕(세트스코어 2-0에서 3세트를 내리 내주며 지는 것)을 당했다. 

올 시즌 5경기를 치러 1승 4패를 거뒀다. 5경기 모두 5세트까지 갔다. 매 경기 승점을 땄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자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고개를 떨궜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의 시름이 깊어졌다. [사진=KOVO 제공]

4세트 OK저축은행에 리드를 내준 채 끌려가자 권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결국 우리가 이겨내야 한다”며 “한 번 끊어보자”고 했다. 앞선 4경기 모두 5세트에서 졌다. 이날 또 잘 싸우다 3, 4세트에 승부를 보지 못하고 5세트로 가려는 조짐이 보이자 권 감독이 기운을 북돋워준 것이다.

하지만 또 비슷한 패턴으로 당했다. 3세트 이후 리시브가 흔들렸고, 세터 황택의도 덩달아 주춤거렸다. 어떤 때는 너무 외인 공격수 브람만 활용해서, 또 다른 때는 브람이 좋은데 브람으로 공을 연결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경기를 마치고 권 감독은 표정이 무거웠다. “할 말이 없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 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가 문제인지 답은 나오는데 해결이 잘 안 된다”고 했다.

권 감독이 직접 그 답을 설명했다. “리시브가 불안해지면 세터도 흔들린다. 중간에 끊어줘야 할 선수들이 끊어주지 못했다. 이렇다 저렇다 할 말이....”라며 말 끝을 흐렸다. 브람의 경우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공격성공률이 떨어지는 추이다. 이날 1세트(85.71%), 2세트(50%), 3세트(56.25%)였지만 4, 5세트(33.33%)에서 부진했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황)택의도 경험이 한선수(인천 대한항공) 만큼 있는 베테랑은 아니다보니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아직 완벽히 자기를 컨트롤 할 정도의 단계는 아니다. 선수 생활 하면서 이겨나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에서 한선수의 백업으로 뛰고 있는 황택의지만 1996년생 이제 프로 4년차로 어리다. 이날 서브에이스 3개를 기록했지만 4세트 25-25 중요한 상황에서 서브 범실로 점수를 헌납한 것은 뼈아프기도 했다. 

그는 “우리 팀 운명이다. 우리가 이겨나가야 한다. 초반에 이런 경험하면 나중에 더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처진 기분을 추스르려 했다. 김학민, 김홍정 등 고참급 멤버들이 분위기를 다 잡고자 분투하고 있지만 위기의 순간 중심을 잡아줄 선수들이 아쉬운 KB손해보험이다.

KB손해보험은 4경기 연속 5세트에서 졌다. 반등이 절실하다. [사진=KOVO 제공]

KB손해보험은 의정부로 연고지를 변경한 뒤 2017~2018시즌 4위, 지난 시즌에는 6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역시 중하위권에 안착할 것으로 점쳐지는 한편 평준화가 도드라지는 올 시즌 ‘봄 배구’에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전력으로도 평가된다.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4라운드 마지막 3경기를 잡은 이후 5, 6라운드 모두 5승 이상 따냈다. 후반기만 놓고 보면 1위의 성적. 전반기 갑작스런 외인 교체와 황택의의 부상 등으로 연패를 거듭한 탓에 고전했지만 희망을 발견한 후반기였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악재가 없진 않았다. 드래프트에서 지명했던 마이클 산체스의 어깨 부상으로 급하게 브람을 호출했다. 개막전을 대역전극으로 장식했지만 이후 4경기 연속 잘하다가 4, 5세트를 내주고 졌다.

OK저축은행 송명근은 “KB가 계속 5세트를 갔다. 좀만 버텨서 5세트에 가면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하기도 했다. 3세트를 잡지 못한 뒤 KB손해보험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부담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을 터. 4연속 5세트 패배는 체력만큼이나 정신적으로 타격이 크다.

KB손해보험이 11월 3일 인천 대한항공 원정경기에서 또 5세트까지 치를 경우 V리그 역사를 새로 쓴다. 현재 5경기 연속 5세트 경기는 남자부 최초의 기록인데 이를 6경기로 늘리면 남녀부 통틀어 처음이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KB손해보험이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따낼 수 있다면 2라운드 경기일정을 앞두고 자신감을 충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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