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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의 해축돋보기]① '카잔의 기적' 때 독일 원톱 티모 베르너, 현재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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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의 해축돋보기]① '카잔의 기적' 때 독일 원톱 티모 베르너, 현재 가치는?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1.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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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박지성이 지난 2005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진출한 이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주말마다 해외축구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 속에서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들을 인물을 중심으로 수면 위에 끄집어내고자 합니다. 고성능 돋보기를 갖다 대고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편집자 주]

2018년 6월 한국 축구는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이후 모처럼 다시 붐이 일기 시작합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당대 최강 FIFA랭킹 1위 독일을 물리쳤던 이른바 ‘카잔의 기적’ 감동은 아시안게임을 거쳐 K리그(프로축구)와 A매치로까지 이어져 지금의 축구 열기를 가능케 했죠.

그때 한국 골문을 겨냥했던 독일의 원톱 공격수가 누구였는지 기억하나요? 바로 티모 베르너(23·RB라이프치히)입니다. 당시 ‘대(구)헤아’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으로 독일이 날린 28개의 슛에도 실점하지 않았던 골키퍼 조현우(대구FC)의 ‘선방쇼’에 가려졌던 그 인물 말입니다.

최근 베르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유수의 빅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각광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분데스리가(독일 1부) 역사를 새로 쓰기도 했죠. 그가 어떤 선수고 얼마나 잘 하기에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걸까요.

마인츠전 3골 3도움으로 분데스리가 역사를 다시 쓴 베르너. [사진=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 캡처]

지난 4일(한국시간) 영국 스포츠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맨유가 리버풀의 타깃으로 알려진 베르너 영입을 위해 하이재킹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베르너는 라이프치히의 간판 공격수입니다. 2013년 슈투트가르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2016년 라이프치히에 입단했죠. 지난해 월드컵에서는 22세 나이로 독일 대표팀 주전 공격수 자리를 꿰찼습니다. 

지난 3시즌 동안 리그에서 각각 21, 13, 16골씩 터뜨려 분데스리가 대표 골잡이로 성장한 그는 올 시즌에도 리그 11경기에서 11골 4도움을 기록, 라이프치히의 우승 경쟁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에서도 2골을 작렬했죠. 베르너를 앞세운 라이프치히는 현재 리그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선 2위에 올라있고, UCL G조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베르너 개인적으로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16골 2도움)에 이은 리그 전체 득점 및 공격 포인트 2위입니다. 그야말로 독일 최고 스트라이커입니다. 슛 3.31개 당 1골을 넣고 있는 레반도프스키 못잖게 높은 골 순도(슛 3.36개 당 1골)를 자랑합니다.

신장 180㎝로 공격수로선 특출나지 않은 키를 가졌고 몸 싸움도 약한 편이지만 빠른 발과 지능적인 위치선정은 물론 고감도 슛 능력으로, 리그는 물론 대표팀에서도 핵심으로 자리 잡았죠. 골만 잘 넣는 게 아니라 연계플레이도 우수하니 만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일과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한 베르너. [사진=AP/연합뉴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호베르트 피르미누(리버풀), 르로이 사네(맨체스터 시티) 등 분데스리가 출신 공격수들이 EPL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르너가 왜 맨유, 리버풀, 첼시 등의 뜨거운 구애를 받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겠네요.

베르너는 지난 3일 분데스리가에 큰 족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홈구장인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마인츠와 리그 10라운드 홈경기에서 8-0 대승을 견인했죠. 놀라운 건 유수프 포울센과 투톱을 이뤘던 베르너가 3골 3도움 2기점(도움을 돕는 것)이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이날 경기는 창단 이래 최다 점수 차 승리였는데 베르너가 8골에 모두 관여했습니다. 해트트릭과 도움 해트트릭만도 대단한데 8골 모두 베르너의 발에서 나온 겁니다.

축구통계전문 업체 OPTA에 따르면 분데스리가에서 나온 한 경기 6개의 공격포인트는 2004~2005시즌 이래 한 경기 최다 공격포인트 타이기록입니다. 이는 클라우디오 피사로(베르더 브레멘)가 2013년 3월 뮌헨 소속으로 함부르크전에서 4골 2도움을 올린 이후 6년 만입니다.

이날 베르너는 5번 슛 했는데 4회 골문 안으로 찼고 이중 3개가 골이 됐습니다. 게다가 키패스(4회)와 패스성공률(95.6%)까지 가장 좋은 수치를 보여 우리를 또 놀라게 합니다. 최전방에서 가장 많은 기회 창출은 물론 안정적인 패스까지 뽐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정교하고 완성된 골잡이인지 말해줍니다. 

한국전 베르너(왼쪽 첫 번째)는 90분 동안 3차례 슛을 시도했지만 골을 만들지 못했다. [사진=EPA/연합뉴스]

베르너는 이 경기에 앞서 볼프스부르크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2라운드 맞대결에서도 2골 2도움을 생산했고, 지난 9일 헤르타 베를린을 상대로도 2골 1도움으로 4-2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최근 4경기 7골 6도움. 실로 ‘미친’ 활약입니다.

독일 스포츠전문 매체 슈포르트 빌트에 따르면 독일 축구 레전드 로타어 마테우스는 “뮌헨이 베르너를 영입하지 못한 건 실수”라며 올 시즌 부진한 뮌헨에 베르너가 적합한 선수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베르너는 이번 시즌 개막 전 라이프치히와 재계약 논의를 미뤄가며 뮌헨 이적을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2023년까지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현재 그의 잠재적인 몸값은 6000만 유로(770억 원)로 추정됩니다. 그에게 달린 바이아웃(판매 허용 이적료) 금액은 2700만 파운드(410억 원)입니다. 재계약 전 3000만 유로(385억 원)였으니 마테우스가 혀를 찰만도 합니다. 

마테우스는 “베르너는 최근 몇 년 동안 독일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성장 가능성도 충분한 그에게 3000만 유로는 저렴한 금액이었다”고 극찬했습니다.

베르너는 어쩌면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라이프치히를 떠나 정말 내로라하는 빅클럽 유니폼을 입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전 골을 넣기 위해 피치 이곳저곳을 누볐지만 결국 좌절했던 그가 현재 레반도프스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것을 보니 새삼 감회가 새로운 것은 소위 ‘국뽕’인 걸까요? 조만간 베르너가 손흥민과 같은 무대에서 뛰게 된다면 많은 국내 축구팬들은 그를 눈여겨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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