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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는 외전(外戰), '외인의 외인에 의한 외인을 위한' V리그?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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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는 외전(外戰), '외인의 외인에 의한 외인을 위한' V리그? [SQ포커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1.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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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유독 외국인선수 교체가 많은 시즌이다. 2019~2020 도드람 V리그는 '외전(外戰)'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 만큼 외인의 기량과 몸 상태가 초반 판도를 크게 좌우하고 있다.

2라운드에 갓 돌입한 가운데 지난 1라운드 성적을 바탕으로 ‘외인의, 외인에 의한, 외인을 위한’ V리그를 분석해보자.

현대캐피탈 에르난데스는 시즌 개막 후 2번째 경기 만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장기 이탈했다. [사진=KOVO 제공]

◆ 개막도 전에 외인 교체가 대체 몇 명?

지난 5월 2019~2020시즌 한국배구연맹(KOVO) 남녀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 열렸고, 총 13명이 13개 구단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하지만 시즌 개막도 전에 남자부 3개 팀, 여자부 2개 팀이 외인 카드를 바꿨다. 남자부에서 유일하게 재계약했던 서울 우리카드 리버맨 아가메즈를 시작으로 대전 삼성화재 조셉 노먼, 의정부 KB손해보험 마이클 산체스가 부상으로 새 시즌을 온전히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교체됐다.

특히 우리카드는 아가메즈의 대체자로 데려온 제이크 랭글로이스의 기량에 만족하지 못했고, 개막 직전 펠리페 알톤 반데로를 선택했다. 아예 새로운 선수를 뽑자니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짧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장 한국 배구에도 적응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따르는 만큼 지난 시즌 후반기 KB손해보험에서 좋은 폼을 유지했던 펠리페와 계약한 것이다.

지난 시즌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인천 흥국생명과 김천 한국도로공사도 본격 출항을 앞두고 새 외인과 손을 맞잡았다. 

한국도로공사는 셰리단 앳킨슨이 9월 KOVO컵 이후 부상으로 두 달가량 결장이 점쳐지자 계약을 해지했다. 대신 V리그 경험이 있는 테일러 쿡을 영입했다. 흥국생명 역시 지울라 파스쿠치가 훈련 과정에서 큰 기복을 보이자 트라이아웃에서 눈여겨봤던 루시아 프레스코를 대체자로 낙점했다.

KOVO컵부터 리그 1라운드까지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는 삼성화재 산탄젤로(오른쪽). [사진=KOVO 제공]

◆ 불안정한 외인 전력, 성적이 요동친다

천안 현대캐피탈은 트라이아웃 당시 지난 시즌 안산 OK저축은행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지명했다. 국내파의 기량이 우수한 만큼 한층 안정된 전력을 뽐낼 것이란 평가가 따랐다. 하지만 에르난데스가 단 두 경기 만에 발목 부상으로 아웃됐고, 2라운드를 치르고 있는 현재 터키리그에서 뛰고 있는 다우디 오켈로(플레브네스포르)를 대신할 인물로 품에 안을 것으로 보인다.

외인 없이도 현대캐피탈은 제법 선전하고 있지만 현재 4승 4패, 5할 승률로 5위라는 낯선 자리에 처져있다.

외인이 부상으로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있는 팀은 또 있다. 삼성화재 역시 안드레아 산탄젤로가 발목 부상으로 KOVO컵에 결장했고, 지금껏 5경기를 소화했지만 제대로 풀경기를 뛴 적이 없다. 노장 박철우가 외인 못잖은 공격력을 갖춘 덕에 4승 4패로 3위에 올라있지만 시즌 초 외인의 부재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시즌 초 4연승을 달리던 OK저축은행 역시 잘해주던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레오 안드리치가 종아리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된 뒤 3경기에서 2패를 당하며 주춤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외인을 바꾼 KB손해보험(1승 7패·7위)과 한국도로공사(1승 6패·5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트라이아웃 때 선발한 외인과 비시즌, KOVO컵 등을 함께하며 꾸준히 호흡을 맞춘 인천 대한항공(6승 2패·1위)과 서울 GS칼텍스(5승·1위), 대전 KGC인삼공사(3승 3패·4위)가 만족스런 성적을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OK저축은행 조재성(왼쪽)은 레오의 공백 속에 제 기량을 120% 뽐낼 기회를 잡았다. [사진=KOVO 제공]

◆ 외인 공백? 국내파에는 새로운 기회

외인 이탈로 전력 누수가 생긴 감독들은 빈 자리를 메우고자 매 경기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가져가며 고심하고 있다. 그 속에서 국내파 백업 ‘세븐맨’들이 기회를 잡고 제 기량을 선보이기도 한다.

현대캐피탈 에르난데스의 빈 자리는 ‘천안 아이돌’로 불리는 미남 윙 스파이커(레프트) 이시우와 베테랑 박주형이 메우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에르난데스의 부상은 물론 전광인이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되지 않아 몸 상태가 100%가 아닌 데다 허수봉마저 군 입대로 떠나 위기에 빠졌다.

이시우는 특유의 강력한 서브를 바탕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개막 직후 2연패에 빠졌던 현대캐피탈은 이시우의 활약에 힘입어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한 뒤 ‘이 대신 잇몸’ 정신으로 시즌 초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고 있다.

OK저축은행에선 레오 대신 조재성이 훨훨 날고 있다. KB손해보험전 2세트 도중 레오가 벤치로 나오고 말았다. 본래 레프트로 투입될 예정이었던 조재성은 라이트로 들어가 18점을 올리며 세트스코어 3-2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이후에도 레오가 빠진 3경기에서 경기당 23점을 뽑아내며 공격본능을 과시 중이다.

삼성화재에선 박철우가 버텨주고 있다. 올 시즌 8경기에서 193점으로 득점 2위에 올라있다. 매 경기 24점씩은 내주고 있다. 반대쪽에선 김나운이 10년 무명의 설움을 떨치고 기량을 만개했다. 삼성화재가 산탄젤로의 도움 없이도 3위에 자리한 이유다.

V리그 외인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사진=KOVO 제공]

◆ 지도자 하소연 들어보니...?

V리그는 외국인선수들 사이에서 빡빡한 일정으로 체력적인 부담을 안아야 하지만 그만큼 좋은 대우가 보장되는 리그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V리그 외국인선수 연봉은 남자부 30만 달러(재계약 35만 달러), 여자부 15만 달러(재계약 25만 달러)다. 구단은 국내 체류 일자를 계산해 이를 8개월로 나눠 선수들에게 지급하며 이외에도 출전 및 승리 수당도 상당하다. 구단에서 항공편부터 숙소며 지극 정성으로 보살필 뿐만 아니라 임금 체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나라니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감독들의 하소연을 들을 수 있었다. 외인 교체가 잇따랐던 시점이니 단연 최고 화두였다.

A 감독은 “메디컬 테스트를 강화해야 한다. 어떤 선수들은 (개막 전) 높은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몇 달 잘 관광하고 부상을 핑계로 고국에 돌아가는 느낌도 있다”면서 “이탈리아의 경우 사령탑 권한이 상당하다. 훈련에 불성실하게 임하면 벌금도 부과할 수 있다”며 외인 제도의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트라이아웃 제도로 인해 점차 외인의 전반적인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자유계약 시절에는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문제가 됐다면 현재는 선수들이 소위 ‘연봉 값’을 못한다는 것이다.

시즌 초 B 감독은 “수준 높은 외인이 필요하다. 현재 V리그에는 연봉 10~20만 달러 수준의 선수들이 허다하다. 자유계약으로 투명한 과정을 통해서도 30~35만 달러에 보너스면 필요한 포지션에 선수를 뽑아올 수 있다”며 자유계약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V리그는 배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연봉 규모가 세계 ‘톱3’에 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외인들이 선호하는 무대다. 많은 외인들이 메신저로 V리그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수시로 주고받으면서 정보력을 갖춰 “예전보다 약게 행동하는 외인들도 생겨났다”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제도가 어떻든 간에 외인의 개인 능력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간과할 수 없다. 높은 연봉을 주는 이유는 그만한 실력을 보여주고 리그의 전반적인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올해만큼 숱하게 외인 이슈가 터져 나온 적이 있었을까. 외인으로 울고 웃는 13개 구단들의 남은 시즌이 또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지켜보는 것은 이번 V리그를 지켜보는 색다른 관전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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