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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이해인-육상 양예빈, 두 천재가 부담을 이겨내는 법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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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이해인-육상 양예빈, 두 천재가 부담을 이겨내는 법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1.27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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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두 명의 ‘포스트 김연아’가 있다. 김연아(29·은퇴) 이후 14년 만에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피겨스케이팅 기대주 이해인(14·한강중)과 15세 나이로 한국 전체 2위 기록을 낸 단거리 샛별 ‘육상 김연아’ 양예빈(계룡중)이다.

이해인과 양예빈 두 신예는 27일 서울 노보텔 앰버서더 동대문에서 열린 2019 여성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올해를 빛낸 여성 스포츠인으로 선정돼 각각 꿈나무상(장관상)과 신인상을 수상했다.

각각 한국 피겨와 육상을 이끌 재목으로 꼽히며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만큼 이날도 뜨거운 취재열을 자랑했다. 어린 나이에 많은 이들의 눈길을 받으며 산다는 게 부담으로 다가올 법도 하다. 두 ‘천재’는 중압감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동대문=스포츠Q 김의겸 기자] 이해인(사진)은 "관심이 고맙다"고 했다.  

◆ 즐기는 쪽을 택한 이해인

이해인은 지난 9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201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6차대회 여자 싱글에서 총점 203.40으로 정상에 올랐다. 3차대회에 이은 2개 대회 연속 우승인데 이는 2005년 김연아 이후 한국 선수로는 14년 만이다. 이제 12월 5일부터 시작될 ‘왕중왕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이란 큰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해인은 “나름 대회 준비를 잘 하고 있다. 큰 대회라 떨리기도 하지만 경기장이 얼마나 클지, 빙질은 어떨지 기대되기도 한다. 개인최고기록 세우고, 종합랭킹에서도 할 수 있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 다하고 싶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더 열심히 잘 하라는 의미에서 주신 상이라 생각하고 더 행복하게 스케이트 타는 선수가 되겠다”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이에 대해 묻자 “힘들 때도 있고, 가끔씩 오늘만큼은 쉬고 싶은 날도 있지만 이왕 내가 시작했으니 열심히 또 행복하게 타고 가자는 마음으로 한다”며 “안 된다고 짜증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잘 안 될 때도) 화내지 않고 다시 뛰면 되는 거니까 다시 도전하고 시도한다”는 의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는 그의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동대문=스포츠Q 김의겸 기자] 어린 나이지만 "행복하게 즐기겠다"고 말하는 이해인에게서 프로의 면모가 느껴졌다.

주니어 시절 김연아를 가르쳤던 지현정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는데다 트리플 악셀 등 고난도 기술 연마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점에서 김연아와 닮았다.

자연스레 ‘제2 김연아’ 수식어가 붙는다.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을까. 

오히려 이해인은 “관심이 너무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고맙게 느껴진다. 또 언제나 꿈 꿔왔던 선수와 비교돼 영광스럽고 늘 힘을 얻는다”고 했다. ‘행복하게’, ‘즐기겠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그는 노력을 통해 얻어낸 성과에 따라오는 관심에 짓눌리기보다 즐기는 쪽을 택했다.

이날도 시상식이 어색한지 쭈뼛거리는 또래들 사이에서 가장 여유가 느껴졌다. 기자의 질문에 온갖 손동작을 취해가며 본인이 가진 생각을 막힘없이 풀어냈다.

‘스타성’이라면 양예빈도 이해인 못지않다. 하지만 성격은 사뭇 다르다. 스스로 내성적이라고 말하는 그는 어떻게 압박감을 풀어내고 있을까.

조용하고 내성적인 양예빈(오른쪽)은 "갑작스런 관심이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 성장통 이겨내고 있는 양예빈

양예빈은 이날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가물었던 육상계 단비 같은 존재로 부상했는데 기록으로 입증하고 있다. 5월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하더니 7월 전국 시·도대항 육상경기대회 400m에서 55초29로 정상에 오르며 29년 만에 여자부 중등기록을 새로 썼다. 초중고와 일반부를 모두 통틀어도 2019년 전체 2위다.

양예빈은 2019년 18세 이하 여자 400m 아시아랭킹 12위이기도 하다. 그보다 좋은 기록을 낸 이들은 모두 2002, 2003년생이니 2004년 이후 태어난 아시아선수 중에서는 양예빈이 가장 빠르다. 

현 육상계를 주름잡는 주요 메달리스트들의 15세 때 기록과 비교하면 양예빈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다.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400m 금메달리스트 쇼네이 밀러-위보(25·바하마)의 15세 시절 400m 최고기록은 55초52다. 양예빈의 최고기록 55초29보다 0초23 느리다. 양예빈의 롤모델 앨리슨 펠릭스(34·미국) 역시 17세에 비로소 55초대(55초02)에 진입했다.

양예빈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게 “좀 많이 부담스럽다. 너무 부담스러워서 약간 힘들 때도 있었다”면서도 “그걸 극복해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은혜 계룡중 코치는 물론 부모님도 양예빈에게 “부담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즐기면서 열심히 주어진 것을 하면 된다”는 조언을 해줬다. 유튜브로 스타가 된 그에게 스포츠 에이전시와 용품 업체에서 후원을 제안했지만 아버지 양태영 씨는 “지금 예빈이는 돈을 벌 때가 아니라 열심히 배워야 할 시기“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양예빈이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그의 가족과 김은혜 코치가 곁에서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대한육상연맹/연합뉴스]

김은혜 코치에 따르면 양예빈은 갑작스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자 심적 성장통을 겪었다. 

“대회만 되면 긴장감 때문인지 평상시에 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동작들이 나온다”는 그의 말에서 긴장감을 컨트롤하는데 애먹는 양예빈을 짐작할 수 있다. “예빈이가 초기에는 댓글을 보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도움이 되지 않으니 보지 말라고 이야기했고 잘 따라줘 이제는 확인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코치는 부담감과 싸우고 있는 제자를 위해 교육청과 장학사, 주변 교수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재활과 심리, 트레이닝 등 주변의 다양한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구해가며 제자에게 맞는 지도법을 찾고자 고심하고 있다.

지나친 관심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아는 보호자들이 양예빈의 멘탈 케어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양예빈의 400m 최고기록은 57초51이었는데 1년 새 무려 2초22나 단축했다. 그는 “2019년은 정말 특별했다. 한 해만 반짝하는 선수가 되진 않겠다”며 “지금 당장의 문제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년 목표는 개인 기록을 0.01초라도 단축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수줍음 많은 한 명의 평범한 학생인 양예빈이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분명하고도 단호했다. 갑작스런 스포트라이트가 버겁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가족과 김 코치의 따뜻한 보호 속에 중심을 잃지 않고 잘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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