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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날아오른 이영재-화난 문선민, K리그 팬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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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날아오른 이영재-화난 문선민, K리그 팬은 안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15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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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K리그(프로축구)를 즐겨보는 팬들이라면 이영재(25·강원FC)의 활약이 반갑고, 화가 난 문선민(27·전북 현대)이 이해될 법한 경기였다.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다시 한 번 중국을 물리치고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2연승을 달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1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EAFF E-1 챔피언십 2차전에서 중국을 1-0으로 이겼다. 일본(+6)에 골득실에서 밀린 2위 한국(+3)은 18일 오후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예정된 일본과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우승한다.

전반 13분 센터백 김민재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 결승골로 승리를 안겼다. 수비에서 김민재가 ‘탈아시아’ 기량을 자랑했다면 공격에선 A매치에 처음 선발로 나선 이영재가 춤을 췄다.

이영재(가운데)가 첫 A매치 선발 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 이영재의 발견, 2선 경쟁 뛰어드나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한 A매치 데이에 열리지 않아 유럽파가 모두 빠졌다. 국가대표 명단이 발표됐을 때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K리그1(프로축구 1부) 최우수선수상(MVP)을 놓고 다퉜던 김보경(울산 현대)과 문선민이었다.

둘은 지난 11일 홍콩과 첫 경기에 나란히 스타팅 출격, 2-0 승리에 일조했다. 하지만 두 줄 수비를 세우며 완전히 내려앉은 홍콩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김보경은 후반 막판 황인범의 코너킥을 반대쪽에서 머리로 골문에 붙여 나상호의 쐐기골을 도왔지만 전반적인 활약이 아쉬웠다.

이번에 처음 A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이영재는 후반 39분 김보경 대신 투입돼 추가시간까지 8분가량 소화한 게 전부였다.

짧은 데뷔전을 치른 이영재는 중국전에는 초장부터 기회를 잡았다. 원톱 이정협의 뒤에 배치돼 좌우의 윤일록, 나상호와 2선에서 호흡을 맞췄다. 후반 30분 손준호와 교체되기 전까지 가장 도드라진 활약을 펼쳤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에서 20경기를 소화한 바 있지만 A대표팀은 처음인 그의 이날 플레이는 벤투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2선에서 경쟁력을 보여 일본전 출전에 대한 기대감도 키운다.

홍콩전과 마찬가지로 70% 이상의 점유율과 90%가 넘는 패스성공률을 보였지만 파이널써드(경기장을 가로로 3등분 했을 때 상대 진영)에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패스가 부족했다.

혈액순환이 잘 안되던 공격의 혈을 뚫은 건 이영재였다. 김민재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전반 20분 이후 페널티 아크 부근을 헤집어 놓으며 공격에 창의성을 불어 넣는 여러가지 시도로 이목을 끌었다. 

전반 21분 페널티박스 밖 오른쪽에서 수비 3명을 달고 날린 왼발 슛이 골문을 살짝 빗겨갔다. 이후 자신감을 얻은 그는 공수 및 좌우 전환, 침투 패스 그리고 몇 차례 중거리 슛까지 과감한 플레이로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 11분 결정적인 골 기회도 맞았다. 이영재가 측면으로 돌아나가는 이정협에게 공을 연결했고, 이정협이 땅볼 크로스를 내주자 윤일록이 공을 흘려줬다. 이영재가 달려들며 오른발로 슛했지만 크로스바 위로 떴다. 벤투 감독이 크게 제스처를 취할 만큼 아쉬운 찬스였다. 이날 이영재는 팀에서 가장 많은 4개의 슛을 생산했다.

이후 집중력이 떨어진 듯 몇 개의 패스미스가 나오긴 했지만 공을 터치하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번뜩이는 센스를 발휘했다. 경기를 중계한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이영재의 날”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영재는 2015년 울산에서 데뷔했다. 2019 시즌 울산을 떠나 경남FC로 이적한 뒤 여름에 다시 강원 유니폼을 입고서 ‘병수볼’의 핵심으로 뛰었다. 올 시즌 리그 23경기 8골 6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팬들이라면 익히 그를 알고 있었겠지만 이날 그는 자신을 잘 모르는 축구팬들에게 그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문선민(왼쪽)은 다소 억울한 경고를 받았다. 중국과 악연이 이어졌다. [사진=연합뉴스]

◆ 문선민, 중국만 만났다 하면...

문선민은 이날 후반 36분 이정협 대신 피치를 밟았다. 왼쪽 측면에서 전북 동료 레프트백 김진수와 호흡을 맞추며 특유의 빠른 발로 추가골을 노렸다.

문선민은 후반 43분 경고를 받았다. 중국 수비수 양 판이 자기 진영 페널티 박스 밖에서 공을 지켜내며 측면으로 드리블하고 있었다. 문선민이 이를 뒤에서 쫓아갔는데 양 판이 팔을 뻗어 손으로 문선민의 얼굴을 가격했다. 화가 난 문선민이 양 판이 공을 걷어낸 뒤에 일부러 몸으로 강하게 부딪치며 양 판을 잔디 밖으로 밀어냈다.

양 판은 화해의 제스처로 손을 내밀었고, 문선민이 옐로카드를 받으면서 사태가 일단락 됐지만 자칫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황이 연출될 뻔 했다.

문선민은 소속팀에서도 중국 팀을 상대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지난 6월 중국 슈퍼리그(CSL) 상하이 상강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일까. 쉽게 평정심을 잃었다.

문선민은 2-2로 맞선 연장 후반 추가시간 상하이의 거친 수비에 흥분해 필요 이상의 몸싸움을 벌이다 퇴장 당했다. 이미 경기가 거의 종료된 터라 승부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지만 팀은 승부차기에서 3-5로 져 뼈아픈 탈락을 겪어야만 했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문선민은 이날 집중 견제에 시달렸고, 많은 파울을 당했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 2분 빠른 속도로 돌파하던 그를 상하이 수비수 리 션롱이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며 저지했고, 목덜미까지 낚아채며 넘어뜨리자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소림 축구'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거친 중국이다. 중국 대표팀을 상대로 문선민이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장면은 당시를 떠올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2003년 초대 대회에서 중국 선수의 뒤통수를 때렸던 이을용의 '을용타'도 연상시킨다.

한편 벤투 감독은 경기 막바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 없이 문선민-나상호-김인성 스리톱을 가동했다. 이번 대회 목표 중 하나인 실험에 초점이 맞춰진 전술 변화다. 선발로 나선 이영재와 윤일록은 이날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지난 2경기 이정협이 최전방에서 이렇다 할 슛 기회를 잡지 못했다. 벤투 감독이 한일전에서는 어떤 전형과 공격 조합을 들고 나올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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