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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밴드포커스]111. 오방神과 이희문 민요와 대중음악 경계를 허문 시대의 ‘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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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밴드포커스]111. 오방神과 이희문 민요와 대중음악 경계를 허문 시대의 ‘소리꾼’
  • 박영웅 기자
  • 승인 2020.02.04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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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 이상 이어진 인디신 대표 장기 연재 기사 ‘박영웅의 밴드포커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수년간 인디신 전문 취재를 통해 다져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앨범 리뷰 및 밴드들의 음악 이야기를 다룰 계획입니다. 간단하고 쉽게 풀어내는 리뷰와 음악 이야기를 통해 국내 밴드 음악을 편하게 이해하며 즐기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박영웅 기자] 지난해 1월 방송됐던 KBS 1TV '도올아인 오방간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오방신'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알린 '소리꾼' 이희문(45)이 밴드 허송세월과 함께 오방神과라는 이름으로 지난 3일 첫 번째 정규앨범 '오방神과'를 발매했다. 파격적인 행보로 '국악계의 이단아'로 불리던 이희문이 이전보다 더 정교한 음악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한 만큼 대중들의 관심은 뜨겁게 쏠리고 있다.

[사진=미러볼뮤직 제공]
[사진=미러볼뮤직 제공]

 

◆ 대중 앞에 등장한 '오방신' 이희문

오방신은 동서남북에 중앙을 합한 다섯 방위를 관장하는 수호신이다. 이희문은 TV 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 음악 큐레이터 겸 뮤지션으로 참여해 자신을 '오방신이'라고 부르며 대중들 앞에 등장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모든 방향을 섭렵하고 아우른다'는 뜻의 '오 방'의 의미와 '프로그램의 흥겨움과 역동성'을 책임지는 '수호신'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내며 '도올아인의 오방신'으로서 확실한 역할을 담당했다. 남성 뮤지션인 이희문은 저승사자를 떠올리는 특이한 한복 스타일은 물론 딱 달라붙는 청바지에 힐을 신고 등장하거나 레이디 가가에 필적하는 화려한 스타일의 파격적 의상들을 입고 무대를 꾸몄다. 이런 행보는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고 프로그램이 막을 내린 후에도 ‘오방신’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핫’했다.

◆ 국악계를 흔들어놓은 파격 뮤지션 오방신 이희문 누구?

‘오방신' 이희문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와 경기 12잡가 이수자 고주량(73)의 아들이다. 어머니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소리꾼으로 성장할 것 같았던 그는 20대 초반까지도 정반대의 길을 걸어갔다.

20대 초중반 시절에는 영상디렉터로 활약했다. 단국대학교 동물지원학과를 중퇴한 후 뮤직비디오 감독이 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영상 관련 공부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희문 재능을 알아본 경기민요 명창들은 그가 소리꾼의 삶을 살아가길 권유했다. 결국, 그는 27세가 돼서야 정식 소리꾼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2004년 서울예술대 국악과에 입학한 그는 2006년 졸업 후 다시 용인대 국악과에 입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2008년 졸업을 하게 됐다.

이후 전문 소리꾼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이희문은 경기민요 이수자가 됐고 국내를 대표하는 국악인으로 인정받으며 '2010년 제16회 전국 민요경창대회 종합부문 대통령상', '2014년 KBS 국악 대상 민요 상' '2015년 제23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전통예술 부문' 등 각종 민요 관련 상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전통민요 분야에서 이룰 것은 다 이뤘던 '오방신'은 고전 스타일 민요에만 자신을 가둬두지 않았다. 스스로 민요 틀을 바꾸고 새로운 해석을 하며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6인조 민요록밴드 씽씽의 결성이다.

씽씽은 우리 전통 민요에 현대 대중음악 장르들을 혼합시킨 퓨전 음악을 시도하는 밴드로 등장부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유튜브 조회 수 폭발을 시작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이들의 특이한 음악에 매료되면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2017년에는 미국의 한 공영라디오의 콘서트에 초청돼 공연을 펼치는 성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처럼 이희문은 뒤늦은 나이에 국악에 입문했지만 타고난 재능과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통해 대한민국 국악사에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사진=미러볼뮤직 제공]
[사진=미러볼뮤직 제공]

 

◆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더 정교해진 퓨전민요의 시도 오방神과 정규1집 리뷰

'오방신' 이희문은 지난해부터 오방神과라는 프로젝트 밴드를 준비하고 올해 1월 마침내 정규 1집 앨범을 발매했다. 오방神과에는 '오방신' 이희문 외에도 민요 듀오 놈놈(신승태, 조원석)과 밴드 허송세월(노선택, 유나팔, 송승호, 송영우, 선란희, 박현준, 강신태)이 소속돼 있다.

이들이 팀에 합류하면서 오방神과는 이전 오방신이 들려주던 음악들과 비교해 더욱 정교해지고 장르적으로 더 다양해진 퓨전민요를 시도하고 있다. 록은 물론이고 블루스, 일렉트로닉, 레게, 디스코 등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장르들을 민요와 결합하며 일상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새롭고 레트로 한 감성의 '대중민요 곡'들을 탄생시켰다.

먼저 타이틀곡 '허송세월말아라'는 록과 신스팝 사운드에 이희문이 쏟아내는 민요 가락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귀에 쏙쏙 박히는 '뽕 끼 충만한 곡'이다. 특히 70년대 후반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그룹 빌리지피플 음악을 연상케 하는 디스코(DISCO) 비트와 민요의 결합은 전혀 예상치 못한 조합에서도 훌륭한 대중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민요 위에 레게 비트를 입혀 놓은 '건드렁', '나나나나', '나리소사', '바람이 분다.', '노래, 가락' 같은 곡들도 눈에 띈다. 이는 레게 장르에 정통한 노선택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래, 가락'의 경우 빠른 레게 비트에 경기민요를 접목하면서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레게음악이 만들어졌다. 경기민요와 레게가 이렇게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상상을 감히 누가 해본 적이 있을까?

이 밖에 이번 앨범에는 애시드 재즈 장르의 곡들을 떠올리게 하는 '어랑부르지', 경쾌한 록 사운드의 '사설난봉', '타령', '개소리말어라' 등의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도 포진해있다. 특히 '개소리말어라'의 경우 브라스가 가미된 모던록 사운드에 민요를 접목한 곡으로 세련미를 극대화했다. 민요에 거부감을 느끼는 대중들이라도 쉽게 받아들이고 빠져들기 충분한 곡이다.

이처럼 오방신과의 이번 정규앨범은 다양한 대중음악 장르와 민요가 충분히 잘 어울릴 수 있고 대중적인 곡들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사진=미러볼뮤직 제공]
[사진=미러볼뮤직 제공]

 

◆ 이희문이 직접 소개하는 오방神과 정규 1집 그리고 제작과정

이희문 역시 이번 앨범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번 정규앨범이 오방신과만의 음악 스타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자부하는 모습이다.

“이번 정규 앨범은 오방신만이 할 수 있는 전방위적인 음악 스타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레게를 기반으로 한 노선택 음악감독과 함께 디스코, 레게, 록, 블루스, 유로 댄스 등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민요를 섞어 제대로 놀아 보려고 했죠. 절대적으로 재밌게 놀기 위한 한국적인 뽕 끼를 트렌디한 레트로 감성으로 풀어보려고 조미료도 많이 쳐봤습니다.”

“또한, 이번 앨범은 국내 최고의 패션디자이너 박승건에게 비주얼디렉터를 의뢰하고 음반 재킷의 콘셉트를 맡겼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오방신'의 이미지가 탄생했고, 앨범디자인도 레트로 감성을 느끼게 하는 요소는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비주얼은 요즘을 대변하는 트렌디 함이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희문은 민요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뒤섞는, 쉽지 않은 앨범 작업 과정 속에서 느꼈던 어려운 부분과 만족스러운 부분에 관해서도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이번 앨범에서 자신이 가장 만족해하는 곡에 대한 리뷰도 빼놓지 않았다.

“이번 앨범 작업 속에서 어려웠던 점은 경기민요의 다양한 리듬에 맞게 시김새(테크닉)를 놓치지 않고 하는 것이었어요. 처음엔 어색하고 말 붙임도 힘들지만, 끊임없이 해보면서 어색하지 않은 음악이 나왔을 때 희열을 느꼈고 뿌듯했습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노래, 가락'이란 곡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요. 이 곡은 경기민요의 백미로 꼽히는 노랫가락을 레게의 빠른 리듬에 불러보려고 시도했었습니다. 곡 자체로도 시김새를 표현하기 매우 어려운 난이도가 높은 곡인데 빠른 리듬에 하려고 하니 정말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해내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남겼습니다.”

[사진=미러볼뮤직 제공]
[사진=미러볼뮤직 제공]

 

◆ 오방신 이희문 앨범 외 그 밖의 직격인터뷰

- 오방神과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인가?

"특별히 그럴싸하게 추구하는 것은 없습니다. 오방의 의미처럼 전방위적인 사고방식으로 다양한 생각과 각자의 다름을 인정해주고 서로를 살려주고 밀어주고 다져주며 신나는 음악을 해서 진짜로 신이 나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이겠죠."

- 최근 현대음악 장르와 민요를 결합한 크로스오버 뮤지션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전통이란 단어를 다르게 정의하고 있어요. 전통은 ING 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전통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그 시대 때 힙하고 유행했을 것들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아 전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시대를 살고 있고 (제가 하는 음악이) 동시대성을 갖게 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호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 젊은 세대 중에는 국악이나 민요 같은 전통장르의 음악들이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데, 쉽고 재미있게 들을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어렵고 재미없는 문화재라는 제도가 생겨나면서 B급 문화가 A급 문화로 신분 상승하려고 하면서 벌어진 역사적인 오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나는 B급 소리꾼이란 수식어를 좋아하고 자처합니다. 모든 문화는 관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일부에서는 옛날 가사가 어렵다고 요즘 알기 쉬운 가사로 자꾸 개사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조언을 해줍니다. 저는 그런 친절보다는 음악의 포장지를 호기심이 가도록 잘 싸서 그 본질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포장도 진정성이 느껴지고 알맹이도 진정성이 느껴지면 젊은 세대들은 전통장르의 음악들을 맛 집 찾듯 잘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앞으로 각오 및 향후 계획과 팬들에게 한마디

"앞으로의 계획을 자세하게 짜는 편은 아니에요. 한해를 지나고 나면 또 다음 해에 하고 싶은 것들이 자연스레 생깁니다.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아요. 부담스러운 것을 되도록 안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건강에 해롭거든요. 건강하게 살다 가고 싶어요. 그런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지고 무대에서 즐겁게 놀고 싶은 것이 향후 계획입니다."

[미러볼뮤직 제공]
[미러볼뮤직 제공]

 

◆ 기자가 바라본 오방신 이희문

이희문을 처음 보게 된 곳은 TV였다. '도올아인 오방신간다'는 프로그램에서 처음 봤던 그의 이미지는 특이했고 기존 전통 민요를 거부하는 '괴짜' 같은 뮤지션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와 직격인터뷰도 나누고 그에 대한 조사를 거치면서 '이희문은 전통 민요를 거부하는 괴짜가 아니라 누구보다 민요를 사랑하고 아끼는 진짜 소리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희문의 향후 행보를 애정을 갖고 계속 지켜봐야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박영웅 기자 제보메일 dxher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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