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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68) '인디 팝 장르 유망주' 최유리, '유재하 실험정신'까지 이어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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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68) '인디 팝 장르 유망주' 최유리, '유재하 실험정신'까지 이어받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20.03.06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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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밴드포커스’와 함께 연재됐던 ‘인디음악 전문 인터뷰’ 인디레이블탐방이 돌아왔습니다. 수년간 인디신 전문 취재를 통해 다져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디뮤지션들의 심층적인 인터뷰를 다룰 계획입니다. 뮤지션과 함께하는 음악 리뷰와 여러 이야기를 통해 국내 밴드 음악을 편하게 이해하며 즐기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스포츠Q(큐) 박영웅 기자] 요즘 국내 인디신에는 일명 '인디팝'이라고 하는 장르가 대세를 이루며 '신'을 주도하고 있다. 일반 대중들의 경우 '인디팝'이라는 이름이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단순하게 ‘대중가요 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팝 장르의 곡들을 인디뮤지션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아내 시도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디팝 장르의 음악들은 국내 인디신과 대중가요 시장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예가 ‘볼빨간사춘기’다. ‘볼빨간 사춘기’는 대중 팝 장르에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인디음악 스타일을 접목해 가요시장까지 접수하는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

이처럼 인디팝은 인디뮤지션들에게는 큰 성공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음악 장르가 됐다. 이 때문에 인디신에서 팝 장르를 시도하는 뮤지션들은 정통 록 장르의 뮤지션보다 더 많을 정도로 매년 많은 숫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도 하다.

너도나도 인디팝을 시도하다 보니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자신만의 색이 확실하고 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데뷔하자마자 인디신의 주목을 단숨에 받는 신예 인디팝 뮤지션이 등장했다. 바로 최유리다.

[사진=쇼파르뮤직 제공]
[사진=쇼파르뮤직 제공]

 

◆ 인디팝 장르를 짊어지고 갈 유망주 최유리

올해 나이 23세의 최유리는 방시혁 유희열 김연우 조규찬 스윗소로우 등을 배출하며 '스타 산실'로 불리고 있는 '제29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대상 출신이다. 어린 나이에 큰상을 받은 만큼 인디신을 비롯해 대중가요 시장에서도 그를 최고 유망주 중 하나로 지켜보며 앞으로 활약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유리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정식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신인으로선 충분히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유리는 담담했다. 그리고 야무져 보였다.

"사실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는 2017년에도 나갔었어요. 그때는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경험을 한번 해보니 빨리 앨범도 내고 활동하면서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그래서 2018년도에는 정말 철저하게 준비해 최유리 색을 가진 음악을 만들었고 결국 '푸념'이라는 노래로 대상을 탔습니다. 정식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대상을 받게 되니 그냥 담담했고 첫 시작이 너무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대상 이후 정식 활동을 목표로 한 최유리에게 많은 기회가 오기 시작했다. 인디레이블을 넘어 대중가요 소속사에서까지 최유리를 모셔가기 위해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최유리는 공교롭게도 자신이 앞으로 꾸준히 시도할 인디 팝 장르 전성기를 연 ‘볼빨간 사춘기’ 소속사 쇼파르 뮤직으로 새둥지를 틀게 됐다. 본인 자신도 "너무 좋다"고 할 정도로 쇼파르에서의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대상 직후 옴니버스 앨범을 내고 나서 꾸준히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죠. 그래서 미니앨범을 개인적으로 내볼까 하다가 여러 소속사에서 러브콜이 들어오면서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쇼파르뮤직을 선택했습니다. 앞서 대학 1학년 시절부터 ‘카페쇼파르’에서 주기적으로 공연을 펼친 것이 인연이 된 거죠. 대표님께서 절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요. 절 알아봐 주시는 대표님이 있는 곳으로 당연히 선택지를 결정하게 된 거죠."

최유리의 나름 야무진 면모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소속사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뮤지션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소속감뿐만 아니라 혼자 앨범을 낸다는 게 금전적으로 감당하기 힘든데 이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고요. 회사 사람들에게 피드백도 받고 하면서 굉장히 수월하게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있어요. 한 예로 현재 소속사에는 제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했던 스웨덴세탁소 선배님들이 계시는데요. 음악 작업과 관련해 많이 물어보는 과정에서 음악적 영감을 많이 얻고 있습니다. 다른 언니 오빠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사진=쇼파르뮤직 제공]
[사진=쇼파르뮤직 제공]

 

◆ 나이를 초월한 성숙함 최유리가 말하는 '음악'

자신의 음악적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소속사를 만난 최유리는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이런 '본인만의 음악 색깔 찾기'는 정식데뷔 1년도 안 된 최유리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직은 성장 중인 최유리가 추구하고 있는 현재의 음악은 무엇일까? 최유리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는 제 음악에 대한 고집이 있어요. 누구와 딱 붙어서 작업하는 것이 아직은 익숙지 않습니다. 오히려 혼자서 하는 것이 더 자유롭게 음악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 제 음악의 색을 말한다면 모든 것을 포괄하는 자유로운 음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최유리는 자칭 ‘열려있는 뮤지션’이란다.

"팝스타일의 곡 혹은 정통적인 인디 스타일의 음악이 모두 다 나오고 있어요. 특이한 것은 혼자 곡을 쓸 때는 포크 곡이 되지만 녹음하고 막상 나올 때는 또 팝 적인 느낌이 강한 곡이 나오기도 하죠. 신인이다 보니 아직 성장 중이라 그런 것일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모든 음악 장르를 포괄해가면서 여러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템포 측면에서도 조용한 감성이 중심이지만 빠른 음악도 해보고 싶은데 정규앨범이 나오면 한두 곡 시도해볼 예정입니다. 전 아직 모든 것이 열려있는 뮤지션입니다."

[사진=쇼파르뮤직 제공]
[사진=쇼파르뮤직 제공]

 

◆ 모든 색이 담긴 최유리의 데뷔앨범 '동그라미'

아직은 여러 음악 장르를 시도하고 싶다는  최유리의 음악적 포부가 담긴 앨범이 데뷔앨범 ‘동그라미’다. 총 여섯 곡으로 구성된 ‘동그라미’는 최유리의 일상적인 생각과 행동을 주제로 여러 장르를 시도한 재미있는 작품이다.

대중적 멜로디와 정통 인디음악 스타일이 섞여 있는 발라드 장르의 타이틀곡 '동그라미'를 비롯해 포크와 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굳은살'과 '모닥불', 팝 장르 스타일을 기본으로 재즈적인 감성을 시도한 '메일을 물어요', '후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대상을 거머쥐게 했던 어쿠스틱 장르의 곡 ‘푸념’ 등이 수록됐다.

단순히 신인 최유리가 어쿠스틱만을 시도하는 뮤지션으로 알고 음악을 들어본 사람들에게는 무척 놀랍게 다가올 만큼 앨범은 다채로운 장르와 여러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더 주목할 부분은 이런 다양한 장르들이 뒤섞여 있는 와중에도 최유리는 자신만이 낼 수 있는 유니크한 목소리와 뚜렷한 주제 의식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첫 앨범이다 보니 저를 소개하는 주제를 가진 앨범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일상적으로 들었던 생각 그리고 행동들이 담긴 소박한 앨범인데요. 곡을 파헤쳐보면 조금 다양한 장르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곡마다 매력도 다르고 장르적으로도 다르지만 확실하고 일관된 주제와 목소리로 분위기를 통일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양한 장르가 있는 앨범이면 반드시 분위의 통일성을 살려야 제 색깔이 나온다고 생각했고 뜻대로 작업이 잘 이뤄진 앨범인 것 같아요."

그래서 최유리에게 앨범에서 가장 추천하는 몇 곡을 뽑아 함께 리뷰하자는 제안을 했다. 최유리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 자리에서 바로 '메일을 물어요', '동그라미', '후회' 3곡을 꼽았다.

'메일을 물어요'는 이번 앨범에서 최유리가 가장 '최애'하는 곡이다. 장르적으로는 재즈 감성이 가미된 팝 장르 노래로 최유리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깊이 있는 재즈적 감성을 곡에 잘 녹여냈다.

"이 곡은 제 일상 중 한 부분을 주제로 담은 곡이에요. 많이 울 때가 있었는데. 너무 많이 울고 그 감정이 계속 지속되면 눈물도 나오지 않고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는 왜 울고 있지?’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결론은 내가 어떤 주변의 것들을 사랑하고 애착이 있기 때문에 울었다는 깨달음을 얻어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곡을 썼습니다. 처음 쓸 때는 동그라미의 느낌과 비슷했어요. 조금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이 되고 싶었는데 너무 밝게 만들 경우 제가 생각한 느낌이 안 나올 것 같아서 감정 선과 곡 분석을 철저히 하며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재즈 장르의 스타일을 살려보기로 했고 곡과 융합시켜보니 딱 마음에 드는 곡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사진=쇼파르뮤직 제공]
[사진=쇼파르뮤직 제공]

 

타이틀곡 동그라미는 최유리의 이번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타일을 띠고 있는 팝 장르의 곡이다. 드라마 OST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라인이 담겨있다. 최유리 음악이 대중가요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곡이다.

"동그라미는 모난 구석이 없고, 못되고 못난 것이 없고 누군가를 다치지 않게 하는 그런 존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딱 제가 꿈꾸던 스타일이자,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거죠.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그 자리에서 곡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음원을 내기 전에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는데 많은 분이 들어주고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때 이게 대중적인 곡이라는 것을 느꼈죠."

최유리가 마지막으로 리뷰 한 추천 곡은 앨범 마지막 수록곡 '후회'였다.  '후회'는 밝고 대중적인 분위기의 에시드 재즈 장르의 음악이 떠오를 정도로 이번 앨범 수록곡 중 가장 경쾌한 리듬을 들려주는 곡이다.  특히 최유리의 유니크한 목소리가 빛을 발하는 곡으로 한번 들으면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인 보이스로 곡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제가 평소에도 후회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후회라는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싶지 않아서 후회를 놔주고 싶다는 마음을 노래하는 곡이에요. 사실 재즈 이야기를 또 해주셨는데. 제가 재즈를 너무 좋아합니다. 하지만 정통 재즈의 경우 난도가 높아서 제가 가진 음악적 성격과 재즈를 잘 융합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그래서 곡을 쓸 때 멜로디부터 재즈적 느낌을 살리며 작업을 하고 결국 편곡을 하고 나면 재즈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곳들이 나오더라고요. 보사노바 등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래도 저는 재즈가 가장 좋더라고요. 쉬는 시간에 다른 뮤지션 노래를 부르고 재즈 관련 서적도 많이 봅니다. 지금은 아직 정통 재즈는 무리라 응용하는 단계예요. 더 배우고 익혀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 최유리가 가진 차별성 그리고 강점

앨범 리뷰를 하면서 최유리는 자신의 음악 한 곡 한 곡에 대한 애정이 큰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하나 더 물었다. 최유리가 추구하는 비슷한 장르의 뮤지션이 많은데 이들과 차별성을 만드는 강점이 무엇인지.

"주변에서 제 노래를 듣고 나서 많이 해주시는 평가는 최유리만의 멜로디와 스타일이 묻어나온다는 것인데요. 너무 감사드리죠. 저는 아직 더 배우고 성장하는 중이에요. 앞으로 제 스타일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이렇게 노력하는 제 모습이 강점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 신인의 꿈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음악과 활동계획과 한 줄 목표를 물었다.

"매번 장르를 신경 쓰면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선에서 저만의 색이 나오는 다양한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공연도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특히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 꼭 서보고 싶어요. 제 음악을 접하지 않은 많은 대중을 만날 기회가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줄 목표가 있다면 노래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을 포함한 것인 음악이죠. 그래서 이분들께 사랑을 주는 음악을 평생 만드는 것입니다."

[사진=쇼파르뮤직 제공]
[사진=쇼파르뮤직 제공]

 

◆최유리 소개

유니크한 목소리와 뛰어난 작곡 능력을 보유한 최유리는 제29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대상 출신이다. 현재는 볼빨간 사춘기를 키워내며 인디신을 대표하는 레이블로 자리 잡은 쇼파르뮤직에 소속돼 있다. 특히 동아방송대 작곡과에 재학 중이던 2017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인디신에서 100회 공연을 펼치며 뛰어난 라이브 역량까지 갖추고 있다. 포크와 팝, 재즈 등 여러 장르에서 다재다능한 재능을 보여주며 인디신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박영웅기자 제보메일 dxher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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