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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생활예술의 시대,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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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생활예술의 시대,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 스포츠Q
  • 승인 2020.09.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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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준식 칼럼니스트] 제가 재직하는 서울시 세종문화회관에는 예술아카데미가 있습니다. 그 중 인기 많은 강좌가 ‘히든보이스’입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를 모티브로 일반 시민 대상으로 클래식 성악을 가르쳐드리는 과정입니다.

이곳이 인기 있는 이유는 소소하지만 열정과 감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4개월 과정에 처음 오신 분들은 동네에서 흔히 보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주머니 등 평범한 이들입니다. 근엄하게 앉아있던 아저씨, 숫기가 없어 부끄러워하던 아주머니는 성악을 배우며 아름답게 변신하게 됩니다.

 

생활예술 춤축제 '2018 위댄스 페스티벌'을 찾은 참가자들이 소셜 댄스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생활예술 춤축제 '2018 위댄스 페스티벌'을 찾은 참가자들이 소셜 댄스 파티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음악으로 희열을 맛보고 예술에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부족하지만 혼신을 다해 목청을 틔우면서 소소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악보를 보고 발성하고, 무대연출까지 직접 합니다. 엄연한 예술가로 무대를 꾸미고 현장을 다듬은 겁니다. 학기 마지막 날 정식 발표회에서 수강생들은 멋진 연미복과 수트를 입고 조명 앞에서 영상 촬영까지 하며 예술가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코 끝을 찡하게 하는 눈물이 있었습니다. 환한 웃음으로 자신에게 감탄하는 이들이 여럿이었습니다. 

저는 옆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며 누구나 예술에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예술을 통해 변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일상 속의 예술, 생활 속의 예술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 바로 생활예술입니다. 

생활예술이라는 말, 생소하시죠. 생활체육은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매년 전국체전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생활체육협의회를 통해 많은 이들이 운동을 접하고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생활예술도 비슷하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쉽게 말씀 드리면, 생활예술은 실생활의 일부분이 예술이 되고, 일반인이 창작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예술이 본인의 삶에 활력을 주는 활동을 말합니다. 비전문가이지만 자발적 참여를 통해 예술의 가치를 느끼는 생활예술인으로서의 개념이 최근 정립되고 있습니다.

생활체육을 국가가 권장하면서 관련 단체와 조직이 생긴 것처럼, 생활예술도 관련 법령이 정비되고 지자체에 유관 조직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에 생활예술에 대한 국민 저변이 넓어지고, 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활예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게 된 계기는 자치단체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큰 듯합니다.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에 이어 서울시 자치구에도 각종 문화재단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치구 문화재단은 지역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을 법적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공공 문화예술기관들이 많이 생겨나고 예술지원사업들이 늘어나면서 생활예술을 즐기는 일반인 지원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제 예술은 우리 가까이에 다가오고 있을 뿐 아니라 예술을 삶의 일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은 생활음악인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제7회 '서울생활예술오케스트라축제'를 9월 2일부터 13일까지 개최한다. [사진=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서울문화재단은 생활음악인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제7회 '서울생활예술오케스트라축제'를 9월 2일부터 13일까지 개최한다. [사진=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서울시는 일반인의 생활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는 대표적 지자체입니다. 서울시는 생활예술을 향유하고 전파하는 생활예술가 양성을 정책적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생활예술을 서울시 문화정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인식하고 ‘서울생활예술선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시민이 예술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전국체전처럼 생활예술체전을 개최하며, 생활예술협력기구를 설치하고, 생활예술헌장 및 생활예술조례 제정 등을 제안한 겁니다. 이제 정책적으로 예술이 일상으로 스며들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늘어나고 있으며 참여민주주의 시대에 예술도 시민이 직접 누리고 표현하는 자연스런 민주적 권리라는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공원이나 길가에서 버스킹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전문예술인이나 대중예술인이 되고 싶어 시민 앞에 나서는 친구들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버스킹 자체가 좋아서 작은 무대라도 기꺼이 대중 앞에 나서는 생활예술가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유명해지고 싶어 자신의 예능을 뽐낸다기 보다 예술성을 표현하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낍니다. 

유튜브에도 본인의 예술적 재능을 업로드하며 소통을 즐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제 예술이 전문가나 특정 계층이 향유하는, 소수를 위한 가치가 아니라 모두가 누리는 생활의 가치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돌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무척 멋집니다. 그러나 우리 아빠의 어설프지만 정성스러운 기타 연주는 못지않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딸 가진 아빠로서 저도 우리 딸을 위한 자그마한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예술이 일상이 되고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한 아티스트가 되어 보시기를 권해봅니다.

 

최준식
- 스포츠Q(큐) 문화 칼럼니스트
- 예술평론가,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재직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축제 심의위원
-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 평가위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우수디자인 심사위원
- 저서 : 세종공연제작안내서(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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