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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나오미, 메시지까지 완벽했다 [US오픈 테니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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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나오미, 메시지까지 완벽했다 [US오픈 테니스대회]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9.14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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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오사카 나오미(9위·23·일본)가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2년 만에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340만 달러·632억 원) 여자단식 타이틀을 탈환하며 아시아 국적 최초로 메이저대회 단식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오사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빅토리야 아자렌카(27위·벨라루스)를 세트스코어 2-1(1-6 6-3 6-3)로 꺾었다. 우승상금 300만 달러(35억6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2년 전 이 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에 오른 오사카가 2019년 호주오픈에 이어 개인통산 세 번째로 메이저를 제패하며 여자단식 '춘추전국시대'를 끝낼 후보로 강력히 떠올랐다. 

아시아 최초 타이틀 역시 의미가 있지만 그가 이번 대회 내내 보여준 메시지 역시 압권이었다. 실력에 걸맞은 품격으로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우승한 뒤에도 마지막까지 기조를 잃지 않았다.

오사카 나오미가 아시아 국적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3회 우승한 선수가 됐다. [사진=EPA/연합뉴스] 

◆ 아시아 최초를 넘어

오사카 이외에 아시아 국적으로 메이저 단식 정상에 오른 이는 2011년 프랑스오픈, 2014년 호주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리나(은퇴·중국)가 유일하다.

현역 중 메이저 단식 3회 이상 우승한 이 역시 세레나 윌리엄스(23회), 비너스 윌리엄스(7회·이상 미국), 킴 클레이스터르스(4회·벨기에), 안젤리크 케르버(3회·독일) 등 오사카까지 5명이 전부다.

오사카는 이날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1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우승한 건 1994년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스페인) 이후 26년 만이다.

1세트 자신의 첫 서브게임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브레이크를 허용, 경기 시작 30분도 되지 않아 첫 세트를 뺏겼다. 2세트에도 자신의 첫 서브게임을 내줘 끌려갔지만 곧장 아자렌카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한 뒤 역전에 성공했다.

2016년 12월 아들을 출산한 아자렌카는 통산 4번째로 ‘어머니 메이저 퀸’ 타이틀을 노렸지만 2012년, 2013년에 이어 US오픈 통산 3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오사카 나오미가 세레나 윌리엄스 출산 이후 춘추전국시대로 불리는 여자단식계를 평정할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오사카, 여자단식 춘추전국시대 끝낼까?

오사카는 세계랭킹 3위로 점프하게 됐다. 2000년대와 2010년대를 평정한 세레나 윌리엄스가 2017년 딸을 낳은 뒤 메이저 우승 문턱에서 계속 미끄러지고 있다. 이번 대회 역시 4강에서 열린 아자렌카와 ‘슈퍼 맘’ 대결에서 졌다.

2017년 1월 호주오픈에서 윌리엄스가 우승한 뒤로는 거의 매 대회 메이저 챔피언이 바뀌었다. 그 이후 이번 대회까지 메이저 2연패에 성공한 이는 2018년 US오픈과 2019년 호주오픈을 제패한 오사카가 유일하다. 해당 기간 열린 13차례 메이저에서 2회 이상 우승한 인물 역시 오사카(3회)와 시모나 할렙(2회·루마니아)이 전부.

현재 세계랭킹 1위 애슐리 바티(호주)와 2위 할렙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바티는 이달 말 개막하는 프랑스오픈에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불참해 오사카의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180㎝ 작지 않은 키에 강서브까지 갖췄지만 클레이코트에 약한 그가 평가를 뒤집을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오사카는 최근 1년 동안 전 종목 통틀어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여성 스포츠스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5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스포츠선수 연간수입 순위에서 오사카는 지난해 6월 이후 1년 동안 3740만 달러(444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 리서치 사상 여자선수 최고액이다.

오사카는 이번 대회 매 경기 다른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착용한 채 코트에 입장했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 스스로 흑인이라 규정한 오사카의 메시지

오사카가 US오픈을 통해 전한 메시지 역시 인상적이다. 그는 이번 대회 내내 사람 이름이 적힌 거정색 마스크를 쓰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1회전에 ‘브리오나 테일러’라고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나온 뒤 한 단계씩 올라서며 엘리야 매클레인, 아흐무드 아버리, 트레번 마틴, 조지 플로이드, 필란도 카스티예, 타미르 라이스까지 미국에서 인종차별 문제로 세상을 떠난 흑인 피해자들의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착용한 채 코트에 입장했다.

오사카는 1회전을 마친 뒤 “이 경기가 TV로 전 세계에 중계될 텐데 희생자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이 마스크를 보고 인터넷 검색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결승전까지 7장의 마스크를 준비했다”고 밝혔고, 계획대로 결승에 올라 우승하며 원하는 바를 이뤘다.

그는 이 대회 직전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웨스턴앤서던오픈 준결승전에서도 당시 미국 위스콘신주 경찰로부터 총격을 받은 흑인남성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기권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오사카는 우승 세리머니와 기자회견에서 올 1월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모했다. [사진=오사카 나오미 인스타그램 캡처]

◆ 코비 브라이언트 추모로 더한 의미

일본인 어머니와 아이티 출신 아버지를 둔 오사카는 일본 국적이나 스스로를 ‘흑인여성(Black Woman)’이라 규정한다. 오사카의 코치 빔 피세티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마스크 착용이 확실히 오사카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지난 1월 헬리콥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미국)의 유니폼을 입고 우승 세리머니를 해 의미를 더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브라이언트의 유니폼을 입고 US오픈 우승트로피를 들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며 “매 경기 끝나면 이 유니폼을 입었다. 이 유니폼이 내게 힘을 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이라고 썼다.

브라이언트는 미국프로농구(NBA)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에서 뛰며 마이클 조던의 후계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멘토로 삼는 그와 친분이 각별했던 오사카는 이번 대회 우승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그의 기대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그는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미래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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