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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서울시향의 가치, 전용 콘서트홀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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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서울시향의 가치, 전용 콘서트홀의 필요성
  • 스포츠Q
  • 승인 2020.11.0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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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준식 칼럼니스트] 세종문화회관에는 공연장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무동, 예술동이 있습니다. 이 부속건물에는 직원 500여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예술동에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단체가 여럿 있습니다. 그중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도 예술동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서울시향은 세종문화회관 내 위치하고 있지만 독립 재단법인입니다. 한국 대표 오케스트라이자 세계적인 예술단체인 이 곳에는 대한민국의 자랑 지휘자 정명훈이 예술감독으로 거쳐간 바 있습니다.

서울시향은 해방 후 클래식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1945년 민간에서 ‘고려교향악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돼 1948년 ‘서울교향악단’으로 재창단됐습니다. 그리고 1957년 정식으로 공공예술단체인 ‘서울시립교향악단’으로 발족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오케스트라로서 유럽과 미주 순회공연을 처음으로 진행했고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홈페이지]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홈페이지]

1999년에는 세종문화회관이 서울시 직영 사업소에서 독립 재단법인으로 발족돼 서울시향이 세종문화회관 전속 예술단체로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2005년에는 서울시향이 세종문화회관에서 분리돼 독립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이후 정명훈이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 초청공연을 다양하게 수행하며 한국 오케스트라의 저력을 전 세계에 널리 펼쳤습니다.

또 유니버설 뮤직 소속이자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과 계약을 체결, 음반을 발매해 세계적인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2020년 현재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오스모 벤스케가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음악적 역량을 넓히고 있습니다. 정명훈 감독 퇴임 후 4년 만에 새로운 예술감독이 취임하게 돼 서울시향의 도약에 기대가 모입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서울시향이지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멋진 울림을 제대로 전달할 전용 콘서트홀이 없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인 도시의 오케스트라는 전용 콘서트홀이 있어 각자 독특한 음색을 이어가고 있는데 반해, 서울시향은 전용 콘서트홀은커녕 제대로 된 클래식 콘서트홀이 부족해 매번 다양한 공연장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실정입니다. 특히나 국내 클래식 콘서트홀은 예술의전당과 롯데 콘서트홀 2곳이 전부입니다. 세종문화회관에 서울시향이 상주하고 있지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클래식에 적합하지 않고 건축음향적으로 울림과 잔향이 나오지 않아 제대로 된 오케스트라 연주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명훈 감독은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조성을 계속 주장했고 서울시도 광화문광장을 복합문화단지로 조성한다는 정책 발표와 함께 세종문화회관 바로 옆 세종로공원을 서울시향 콘서트홀로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습니다.

[사진=예술의전당 홈페이지]
[사진=예술의전당 홈페이지]

 

하지만 정명훈 예술감독과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이사의 알력과 고소전으로 서울시향은 많은 상처를 받았고, 전용 콘서트홀을 조성할 추진력도 잃어버렸습니다. 또한 세종로공원 내 전용 콘서트홀을 조성할 경우 뒤에 있는 외교부와 정부종합청사를 가리게 되고, 현재 세종로공원에 조선어학회 기념탑, 한글글자마당 등 역사성 있는 기념물이 이미 배치돼 있어 콘서트홀 조성은 극심한 반대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한국의 문화 수준은 이제 세계적입니다.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K-팝은 빌보드를 비롯한 세계 대중예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 클래식 영재들이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상을 휩쓸고 있습니다. 이제 K-클래식이 세계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대중예술을 보더라도 서울 도봉구 철도 차량기지부지에 2만석이 넘는 K-팝 전용 공연장 ‘서울아레나’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이제 우리 클래식도 국격과 문화수준에 걸맞은 전용 클래식 콘서트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이 또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도 전용 클래식 콘서트홀 조성이 절실합니다. 클래식 콘서트홀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닙니다. 자연 음향을 살리는 건축물이자 하나의 큰 악기와 같습니다. 서울시향의 울림이 전용 콘서트홀에서 울려펴지길 바랍니다.

국가대표 오케스트라 서울시향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스타 지휘자 정명훈이 서울시향 성장의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세계적인 클래식 연주자들이 서울시향의 일원이 되고, 서울시향이 세계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울시도 서울시향을 통해 세계 클래식계가 주목하는 오케스트라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지휘자 정명훈의 부재를 인식하고 그간의 갈등을 극복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시민을 위한 오케스트라’라는 서울시향의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서울시 세금을 통해 운영되는 예술단체인 만큼 시민을 위한 예술로 서울시향의 실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사진=롯데 콘서트홀 홈페이지]
[사진=롯데 콘서트홀 홈페이지]

 

그리고 서울시향과 클래식계가 그토록 원하는 전용 콘서트홀에는 당연히 시민 가치가 반영돼야 합니다. 전용 콘서트홀에는 시민을 위한 예술교육과 생활예술 기능이 포함돼야 하며, 국가의 상징인 세종로와 광화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도 세종로공원 부지에 자리 잡는 게 더욱 좋은 모습이라는 생각입니다. 시민을 위한 오케스트라, 시민을 위한 콘서트홀이 바로 세워지길 기대해 봅니다.

 

최준식
- 스포츠Q(큐) 문화 칼럼니스트
- 예술평론가,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근무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축제 심의위원
-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 평가위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우수디자인 심사위원
- 문체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직무역량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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