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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는 생각과 실천, 신재운을 대학 최고 MF로 만든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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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는 생각과 실천, 신재운을 대학 최고 MF로 만든 비결
  • 임부근 명예기자
  • 승인 2020.12.21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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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 보단 성실함... 신재운이 반등할 수 있었던 이유
2010년 왕중왕전 준우승 이후 최고 성적으로 이끈 리더십도 발군

[스포츠Q(큐) 임부근 명예기자] "시각적인 부분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했어요. 그게 경기장에서 자신감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경희대 미드필더 신재운은 늘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올 시즌 대학 무대에서 가장 두드러진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최고참이자 주장, 그리고 중원 사령관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팀은 초반 두 대회에서 부진 했지만 리그에서 반등에 성공해 왕중왕전 4강까지 올랐다. 

사실 올 시즌 대학축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정에 큰 차질을 빚었다.  K리그는 4월에 개막했지만 대학 선수들은 여름이 돼서야 첫 대회를 시작했다. 반년 이상 공식 경기를 뛰지 못해 감각에 문제가 생겼고, 프로 진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의 초조함은 커졌다. 특히 프로 진출이 누구보다 급한 고학년 선수들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이런 와중에 제 몫을 다한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신재운도 그중 하나다. 

신재운은 올 시즌 대학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이었다.
신재운은 올 시즌 대학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이었다.

 

신재운은 팀원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진 상황에서도 뛰어난 리더십과 경기력으로 팀을 2008년 우승, 2010년 준우승 이후 대회 최고 성적으로 이끄는 데 톡톡히 공을 세웠다. 

"경희대는 역사가 있는 명문이잖아요. 초반 두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못해 자존심을 구겼어요.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었고, 저도 주장으로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도 책임감 때문이라도 왕중왕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간절한 마음으로 대회에 임했어요. 다행히 강팀을 연달아 이기면서 자신감이 올라왔어요. 동국대와 경기는 정말 아쉽지만, 좋은 경기를 했어요.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과정을 보면 경희대 정신을 느낄 수 있어서 만족스러운 대회였어요."

신재운은 4년 동안 경희대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했다. 올해는 주축 선수가 모두 빠진 상황에서 에이스 역할까지 해냈다. 코로나 여파로 시즌 초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더 큰 목표를 위해 축구에만 집중했다.

"대학 선수들은 봄 대회를 시작으로 진로가 어느 정도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상반기를 통으로 쉬었어요. 아마 4학년들은 마지막 시즌인 만큼 조급했을 거예요. 그래도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대회가 시작할 거라고 믿었어요. 불안했지만 착실히 준비했어요. 여름 대회는 체력이 큰 부분을 차지해요. 경기는 고사하고 운동장마저 사용하지 못할 때는 산을 타면서 체력 관리를 했어요. 정말 힘들었는데, 목표와 프로 진출을 생각하면서 이겨냈어요."

신재운은 올 시즌을 앞두고 주장 완장을 찼다. 경희대는 4학년이 취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3학년을 주장으로 임명하는 전통이 있지만, 신재운은 김광진 감독을 찾아가 주장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김광진 감독은 신재운 리더십을 높게 평가해 주장 완장을 건넸다. 힘든 길을 제 발로 걸은 모양새였지만 신재운 의지는 결연했다.

"팀에 대한 애정이 정말 커요.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어요. 욕심도 있었고요. 감독님도 좋게 봐주고 맡겨주셨어요. 주장은 축구 하면서 처음 해봤어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부족했어요. 축구만 잘해야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마음을 이해하고, 동기부여를 끌어내야 했어요. 그래도 돌아보면 나름대로 잘한 부분도 있기때문에 마지막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성실함은 신재운이 가진 최고의 무기다.
성실함은 신재운이 가진 최고의 무기다.

 

신재운의 올 시즌 퍼포먼스는 화려했다. 중원에서 많은 활동량과 뛰어난 기술로 중심을 잡았다. 작년까진 볼을 끄는 버릇이 있었지만, 올 시즌엔 완전히 달라졌다. 빠른 판단과 간결함으로 공격 흐름을 살렸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선수가 올 시즌 대학 최고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극적인 변화가 있는 건 아니었다. 평소 실천했던 작은 부분이 결과로 나타났다.

"4학년이 되면서 축구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전에는 아무리 자신감이 있어도 플레이가 잘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게 도움이 되고 있어요. 평소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와 제 영상도 보면서 연구를 해요. 이미지 트레이닝도 정말 많이하고 있어요. 시각적인 것과 생각을 하나로 만들면서 좋아졌어요. 덕분에 올 시즌 대부분 경기에서 좋은 경기를 했어요. 세상이 변하듯, 축구도 변하잖아요. 요즘엔 더 빨리 변해요. 경기 템포가 빠르기 때문에 그 속에서 제가 살아남기 위해선 빠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어요. 공이 오기 전에 다음 상황을 정해 놓고 있어요. 터치 수도 최대한 줄이면서 간결하게 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결과적으로 그런 플레이를 했을 때 제가 살아난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영상을 통한 연구와 이미지 트레이닝도 중요하지만, 최고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건 훈련이다. 신재운은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밖으로 나갔다. '솔로 트레이닝'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술이 많이 좋아졌어요. 처음엔 자신이 없었어요. 선수는 반드시 특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남들이 쉴 때도 공을 갖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 혼자 있을 때는 벽을 이용해 패스나 터치 연습을 해요.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습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처음 대학에 왔을 때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크게 느꼈어요. 공을 잡으면 뺏기기만 하다보니 공이 오는 게 무서울 정도였어요.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했지만, 가장 사랑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오는 좌절감이 어떤 건지 알게 된 계기였어요. 그러다보니 지금도 운동일지를 적으면서 보완하고 있어요."

신재운의 성실함은 보통 선수들과 다른 대학 생활에서 엿볼 수 있었다. 많은 선수가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느끼지만, 신재운은 영어 동아리까지 들어 공부에 시간을 투자했다.

"대학에 힘들게 온 만큼 자기 발전을 위해 즐기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영어 공부를 많이 했는데 마침 영어 동아리가 있더라고요. 노는 동아리가 아니라 학술 동아리였어요. 다른 과 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좋은 경험을 했어요. 축구를 계속하든 그만두든, 축구 시장에서 일하려면 영어는 꼭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영어를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동아리든 강의든 영어만큼은 놓지 않고 있어요."

신재운은 이제 경희대를 떠난다.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지만, K리그에 22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이 생긴 뒤로 고학년을 향한 평가는 유독 까다롭다. 냉혹한 현실에 도전하는 신재운은 각오를 먼저 내비치기 전 후배들을 향한 조언과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처음 주장을 하다 보니 소통하는 부분 등 리더십이 부족했어요. 그럼에도 선수들이 잘 따라줬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쓴 소리를 많이 했는데, 마음이 상한 선수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어요. 마음 상한 사람이 있다면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제 학교를 떠나지만, 가슴 속에 경희대 마크를 가지고 응원할 거예요. 다들 선수로서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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