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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강을준 과감함, 마지막 퍼즐을 위해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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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강을준 과감함, 마지막 퍼즐을 위해 [프로농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2.04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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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또 숙제가 생겼다.”

강을준(56) 고양 오리온 감독은 경기 후 이같이 말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 데빈 윌리엄스(27)의 데뷔전을 바라본 소감이다. 우승을 위해 도전하는 오리온엔은 윌리엄스의 적응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얻었다.

오리온은 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2020~2021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118-97로 이겼다.

상대가 하위권 LG였다고는 하지만 오리온은 올 시즌 단일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우는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다. 그럼에도 강 감독은 마냥 만족하지만은 않았다.

[고양=스포츠Q 손힘찬 기자] 고양 오리온 선수들이 3일  창원 LG와 2020~2021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오리온은 올 시즌 유독 변화가 많았다. 이대성이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됐고 강을준 감독을 선임했다. 빠르게 팀을 정비하며 컵대회 정상에 오르며 가능성을 나타냈다.

트레이드까지 이어졌다. 이종현을 데려오며 최진수를 보냈다. 위디를 중심으로 토종 빅맨 이승현,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이종현과 트리플 타워를 구축하고자 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높이는 확실했으나 위디가 기대치를 밑돌았다. 32경기 평균 8.8점 7.3리바운드. 압도적인 제공권과 달리 골밑을 파고드는 면이 부족했다. 결국 오리온은 외국인 교체를 택했다. KBL 최장신이었던 제프 위디(213㎝) 대신 윌리엄스(206㎝)를 데려온 것. 

경기 전 강을준 감독은 “아무래도 파워 면에서 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대1에선 골밑을 휘저어주면 얻을 게 더 크다고 생각한다. 파생되는 득점 루트가 다양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당장 위험성도 있었다. 위디의 최근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던 것. 당장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선 위디가 나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강 감독은 “하루라도 빨리 결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결정한 이상 빨리 적응시키는 게 낫다. 1승하기 위해선 그대로 갈 수 있지만 같이 가야할 선수”라고 말했다.

[고양=스포츠Q 손힘찬 기자] 창원 LG 리온 윌리엄스(아래)를 제치고 골밑에서 슛을 던지고 있는 데빈 윌리엄스.

 

더 멀리 내다본 결정이다. 팀 핵심인 이승현이 오는 13일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을 위해 카타르로 떠나는데 이 기간 KBL은 휴식기를 갖는다. 오리온은 26일 인천 전자랜드전까지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

문제는 2주 자가격리 문제로 이승현은 3월 초까지 뛸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골밑의 큰 공백이 생기는 만큼 윌리엄스가 휴식기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우려와 달리 오리온은 낙승을 거뒀다. 윌리엄스도 16분간 뛰며 8점 8리바운드로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오리온은 1쿼터 LG의 지역방어에 당황했으나 2쿼터부터 흐름을 뒤집으며 대승을 거뒀다. 여유가 생기자 윌리엄스의 출전 기회도 늘릴 수 있었다. 특히 페인트존에서만 6점을 올렸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디드릭 로슨이 21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커리어 첫 트리플 더블을 기록했다. 위디가 없음에도 리바운드 싸움에서 39-25로 이겼다. 모든 선수들이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한호빈은 3점슛 5개를 터뜨리며 17점, 허일영, 김강선, 이대성도 두자릿수 득점을 해냈다. 이들을 믿고 강 감독은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고 결국 최고의 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고양=스포츠Q 손힘찬 기자] 강을준 감독은 "숙제가 또 생겼다"며 데빈 윌리엄스 합류로 인한 고민을 전했다.

 

100%를 위해 하나의 퍼즐 조각이 남았다. 윌리엄스의 적응이다. 이날 경기에선 분명한 과제를 발견했다. 강 감독은 “상대 지역방어 대응법은 맞춰본 적이 없었기에 로에서 받아먹으라고만 지시했다”며 “(이)승현이가 ‘쟤 살려줄려다 페이스가 말려서 그랬다’고 하더라. 이 팀에서 움직이는 방법을 모르니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위디가 있을 땐 상대가 블록슛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는데 그게 안 되니 상대가 마음 놓고 들어온다”며 “앞 선에서 일방통행으로 뚫리면 헬프 수비가 무의미하다.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보완 과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물론 기대감도 있다. 강 감독은 “위디는 높이는 있었지만 몸싸움이 안 좋고 밀고 들어가서 넣고 하는 게 없었다. 윌리엄스는 워낙 몸이 좋으니 적응을 빨리 해야 한다”며 “로슨한테도, 국내선수에게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라고 말해뒀다. 패턴 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건 좋았다. 몇 경기는 더 지켜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승리로 오리온은 21승 15패, 2위 울산 현대모비스를 반 경기 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선두 전주 KCC와는 4.5경기 차. 여전히 가시권이다.

강 감독 교체와 이대성 영입 등. 올 시즌 오리온엔 유독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반에 숙제가 많았는데 선수 교체를 하니 또 숙제가 생겼다”고 말하는 강 감독이다. 변화에 대한 적응. 정상을 노리는 오리온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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