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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부르크 정우영, 이제는 '1부' 정착할까 [분데스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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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부르크 정우영, 이제는 '1부' 정착할까 [분데스리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2.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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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정우영(22·SC프라이부르크)은 2018년 여름 19세 나이에 전격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뮌헨에서 첫 시즌 짧게나마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를 밟으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하지만 당장 뮌헨 1군에서 살아남을 기량은 아니었고, 뛸 기회를 찾아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했다. 그래도 뮌헨에서 그를 좋게 평가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은 정우영을 보내며 정해진 금액에 다시 영입할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을 걸어뒀다는 점이다.

그렇게 독일 분데스리가(1부)에 정착하는 듯했던 정우영은 지난 시즌 예상보다 주춤했고, 다시 뮌헨으로 임대돼 2군 소속으로 주로 3부리그에서 뛰었다.

새 시즌 다시 심기일전한 그가 후반기 들어 비로소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돌고 돌아 1부에 연착륙할 수 있을까.

정우영(오른쪽)이 비로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정우영은 지난 6일(한국시간)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슈바르츠발트-슈타디온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2020~2021 분데스리가 20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 후반 4분 선제골을 작렬했다.

올 시즌 3호골. 지난달 슈투트가르트와 18라운드에서 시즌 두 번째 골로 승리를 선사한 그가 두 경기 만에 다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정우영 골에 조나탕 슈미드 추가골까지 보탠 프라이부르크는 지난 시즌 뮌헨과 우승경쟁을 벌인 난적 도르트문트를 2-1로 격침시켰다.

전반전 한 차례 슛으로 영점을 잡은 정우영은 후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빈첸초 그리포가 왼쪽 측면에서 보낸 패스를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거침없는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또 수비 몇 명을 달고 달리며 스프린트를 활용한 드리블 능력을 뽐내기도 했다. 후반 25분 교체될 때까지 70분만 소화했는데도 10㎞ 넘게 뛰며 수비가담 능력은 물론 활동량까지 갖췄음을 보여줬다.

2012년 1월부터 프라이부르크를 이끈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이 도르트문트와 벌인 17번째 대결 만에 승리를 맛봤다. 그 포석을 깐 게 정우영이다. 승점 3을 챙긴 프라이부르크는 8위(승점 30)로 올라서며 6위 도르트문트(승점 32)를 추격했다.

정우영은 올 시즌 지금까지 15경기에 나섰는데 그 중 11경기 교체로 들어섰다. 헌데 최근 들어 선발 기회를 꿰차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빌레펠트전에서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터뜨리더니 1월 23일 슈투트가르트전을 시작으로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2골을 삽입했다.

정우영은 다재다능함과 성실함으로 슈트라이히 감독 눈도장을 받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3-4-3 전형의 오른쪽 윙어, 4-4-2 포메이션에서 투톱 공격수 중 왼쪽에 서는 등 공격 전 지역에서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 도르트문트전에선 프리롤을 부여받은 듯 피치 여기저기를 누볐다. 4개월 만에 잡은 스타팅 출격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가치를 입증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결과다. 슈투트가르트전 상대 선수 팔꿈치에 얼굴을 맞아 피를 흘렸지만 응급처치만 받고 이내 피치를 누볐다. 독일 입성 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에 근육을 붙였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손가락 골절 부상을 참고 뛰기도 했다. 

정우영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슈투트가르트전 골은) 내게 중요했던 골이기도 하고, 중요한 시점에 득점으로 승리를 이끌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며 “그렇게 피를 본 게 처음이라 놀랐지만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 의료진에게 빨리 치료해 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손가락 부상투혼을 언급하자 “경기 종료까지 1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1분 1초가 너무 소중했다. 언제 또 뛸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참고 뛰었다”는 말로 간절함을 나타냈다.

정우영은 “감독님은 늘 내게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열심히 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중단된 기간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헬스장에 가지 못할 때는 2㎏짜리 쌀 포대에 손잡이를 달아 팔 운동을 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최근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2골을 넣었다. [사진=AP/연합뉴스]

특히 빌레펠트전 골키퍼를 살짝 넘기는 칩슛으로 만들어낸 분데스리가 첫 골은 팬들로 하여금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함부르크 시절 데뷔골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후 뮌헨 원정에서 만난 전 동료 마누엘 노이어와 토마스 뮐러 등 세계적인 선수들도 정우영에게 “데뷔 골 봤다. 경기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우영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조금 다르다. (손)흥민이 형 골은 정말 어려운 골이었다. 코치진과 선수들이 차범근 선배와 흥민이 형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정말 위대한 선수들이고 배울 점이 많다”며 비교가 과분하다는 듯 자신을 낮췄다.

올해 그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올 시즌 5골을 넣는 것과 2021 도쿄 올림픽에 나서는 것. 지금껏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활약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올림픽 본선 18인 최종명단에 드는 것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정우영은 “늦은 시간에 경기할 때도 챙겨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팬 분들께 감사하다. 부상 걱정도 해주셨는데 얼굴도, 손가락도 괜찮다. 다음 경기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줬다.

더불어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정말 좋은 무대고 나도 (이)강인이도 올림픽에 가고 싶어 열심히 하고 있다”며 “올림픽이 열리면 강인이와 함께 경기를 뛰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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