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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비집고 올라온 메드베데프-팀, 반격 준비하는 페더러 [남자테니스 세계랭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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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비집고 올라온 메드베데프-팀, 반격 준비하는 페더러 [남자테니스 세계랭킹]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3.1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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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15년 넘게 이어진 남자프로테니스(ATP) '빅4' 체제에 균열이 가고 있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였던 호주오픈 남자단식에서 준우승한 다닐 메드베데프(25·러시아)가 세계랭킹 2위에 오른다.

ATP 투어는 9일(한국시간) "메드베데프가 오는 15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처음 2위를 차지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로저 페더러(6위·스위스), 앤디 머리(116위·영국) 등 남자테니스에서 소위 '빅4'로 불리는 네 선수 이외 인물이 단식 세계랭킹 2위까지 오른 건 2005년 7월 이후 무려 15년 8개월 만이다.

2005년 7월 중순 레이튼 휴잇(호주)이 2위였다가 그 다음주 나달이 2위로 올라섰고, 이후로는 '빅4'만이 지금껏 세계랭킹 1, 2위를 나눠 가졌다.

남자테니스 '빅4'가 아닌 인물 중 15년 만에 세계랭킹 2위가 나온다. 주인공은 다닐 메드베데프(사진)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키 198㎝ 장신인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왕중왕전 격인 ATP 파이널스에서 조코비치, 나달을 모두 제압하고 우승했다. 아직 메이저 타이틀은 없지만 2019년 US오픈에 이어 올해 호주오픈에서도 2위를 차지하며 정상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메드베데프는 1996년생이다. 빅4 장기 집권이 시작된 2005년 당시 그의 나이는 아홉 살이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사실 그의 세계랭킹 2위 등극은 일주일 더 빨라질 수 있었다. 지난주 종료된 ATP 투어 ABN 암로 월드 토너먼트에서 결승에 진출했다면 8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2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러나 1회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2위로 도약하는 시기가 일주일 미뤄졌다. 출전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아 1번 시드에 배정됐지만 두산 라요비치(27위·세르비아)에게 1시간 35분 만에 0-2 완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라켓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격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메드베데프는 현재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리고 있는 ATP 투어 오픈13 프로방스에 참가 중이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 16강에 올라있다. 지난 대회 굴욕을 씻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나달은 3위로 내려온다. [사진=AP/연합뉴스]

기존 2위였던 나달은 이번 호주오픈에서 8강에 머물렀다. 스테파노스 치치파스(5위·그리스)에 역전패를 당했다. 치치파스 역시 현재 '빅3'로 통하는 조코비치-나달-페더러 아성에 도전하는 20대 차세대 기수 중 한 명. 2019년 호주오픈과 지난해 프랑스오픈 그리고 이번 호주오픈 4강에 안착했다. 2019년 ATP 파이널스를 제패하기도 했다.

나달은 호주오픈 직후 등 부상을 이유로 지난해 자신이 우승했던 멕시코오픈 출전을 포기했다. 랭킹 포인트 제도는 이번에 새로 정비됐는데, 나달이 멕시코오픈 출전을 포기한 게 2위 수성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클레이코트 시즌에 집중하는 나달의 스타일로 미뤄봤을 때, 추가 포인트를 얻을 기회가 제한돼 향후 2위 경쟁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따른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빅4 체제 지각변동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메드베데프, 치치파스 외에도 도미니크 팀(4위·오스트리아)은 나달 뒤를 이을 클레이코트 신흥 강자로 손색 없다. 지난해 잔디코트 대회인 US오픈에서도 우승하며 약점을 극복해가고 있다.

1993년생 팀은 20대 선수 중 가장 먼저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빅3는 지난 2017년 호주오픈을 시작으로 13개 대회 연속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나눠 가지며 천하를 삼분해 왔는데 팀이 지난해 US오픈 정상에 서며 그 틈을 비집고 올라섰다.

불혹이 된 페더러는 14개월 만에 부상을 털고 코트로 복귀한다. [사진=AP/연합뉴스]

페더러는 지난해 호주오픈 이후 무릎 부상으로 재활에 힘썼다. 1년간 각종 대회에 불참했고, 세계랭킹도 6위까지 하락했다. 그 사이 나달은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해 페더러와 함께 메이저 남자단식 최다우승 공동 1위(20회)로 올라섰다. 조코비치 역시 올해 호주오픈에서 18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따내며 바짝 쫓아왔다.

페더러는 8일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한 ATP 투어 카타르 엑손모빌 오픈을 통해 14개월 만의 복귀전에 나선다. 1981년생으로 올해 불혹이 된 페더러가 1년 넘는 공백기를 딛고 코트에 돌아온다는 사실은 귀감을 산다.

그는 영국 BBC를 통해 "기록보다는 나의 경기력과 몸상태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도 "(오는 6월) 윔블던까지 내 몸 상태가 100%로 올라오기를 바란다. 그때가 나의 시즌이 진정으로 시작되는 때"라고 강조했다.

페더러가 오랜 공백을 딛고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올릴 경우 기존 '빅3'와 20대 신흥 세력 간 힘 대결이 한층 흥미로워질 전망이다.

한편 한국 테니스 쌍두마차 권순우는 77위, 정현은 183위에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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