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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내셔널씨어터+NT라이브, 공연계의 트렌드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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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내셔널씨어터+NT라이브, 공연계의 트렌드세터
  • 최준식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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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준식 칼럼니스트] 세상 모든 이목이 온라인 콘텐츠로 쏠리는 때입니다. 대표 플랫폼 유튜브에서도 신박하고 독특한 예술세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리즈인 ‘아트 인 유튜브’는 15년 경력 문화예술기획자의 시선으로 유튜브 속 예술현장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달하겠습니다. 세계 유명 예술기관에서 개설한 공식 유튜브 채널을 방문해 이를 살펴보며 그 안에서 펼쳐지는 볼거리, 즐길거리를 열심히 소개하겠습니다.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5. 진정한 내셔널, 공연계의 트렌드 세터 내셔널씨어터

지난해는 세계 공연계가 잊고 싶은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훌륭한 작품들이 유통되지 못했다. 와중에 랜선, 온라인 라이브 등 코로나 시국을 이겨내는 새로운 공연들이 등장했다.

공연의 수준을 결정하는 건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유통의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관객은 무엇보다도 극적인 재미와 감동을 갈망한다. 완성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영국 내셔널씨어터다. 

포털사이트 구글에서 ‘national theatre’를 검색하면 대부분 정보가 영국 내셔널씨어터 관련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호주, 러시아 등 여러 나라가 ‘national theatre’를 영문명으로 하는 국립극장이 있는데 공연 애호가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곳은 역시 영국의 그것이다. 영국국립극장의 공식 명칭은 The Royal National Theatre in London 이지만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선 NT로 통용된다. NT만의 매력적인 래퍼토리 공연과 공연영상 브랜드 NT라이브 등이 그 위상을 말해주고 있다.

 

[사진=로열 내셔널 씨어터 공식 홈페이지]
[사진=내셔널씨어터 공식 홈페이지]

 

내셔널씨어터의 우수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대표 레포터리 ‘워호스’의 전세계 투어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전격 취소됐다. 전 세계 100개 도시 8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이 작품을 한국에서 만날 수 없었다는 게 무척 안타깝다. 이미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NT라이브를 통해 ‘워호스’를 만나본 적 있는 국내 관객에게 참으로 허탈한 소식이다. 

내셔널씨어터는 영국 왕립 국립극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립극단의 전용 극장으로 내셔널씨어터는 1976년 준공돼 극장 3개, 창작 스튜디오를 갖춘 공연 창작 전문 극장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설적인 영국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의 이름을 딴 올리비에 극장(1150석), 프로시니엄 무대를 갖춘 중형 리틀톤 극장(890석), 세계적 금융기업 ‘트레블엑스’ 로이드 도프만 회장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블랙박스 도프만 극장(450석), 연간 스무편이 넘는 우수 작품을 제작하는 원천인 창작공간 ‘더 스튜디오’로 구성돼 있다. 

영국 템즈강변 남쪽 사우스뱅크에 위치한 이 극장의 인기는 우리의 공공 극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객석점유율이 매년 평균 90%가 넘고 초연된 작품이 안정적인 래퍼토리로 자리매김해 영국 뮤지컬의 본 고장 웨스트엔드에서 세계의 관객들과 만난다. 연극 아마데우스, 에이미, 클로저, 워호스 등 내셔널씨어터 유명 작품의 성공은 영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기업의 후원 등 탄탄한 기반에서 비롯됐다. 

재원 조성도 창작 기반의 원천으로 큰 역할을 한다. 유럽의 유명한 환전업체 트레블엑스와의 협력이 결정적이었다. 공연장에 도프만이 붙은 건 네이밍마케팅이다. 또 티켓가의 50%를 트레블엑스가 지원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트레블엑스 회장의 거액기부는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NT라이브의 중요한 바탕이 됐다. 

 

[사진=로열 내셔널 씨어터 공식 유튜브 채널]
[사진=내셔널씨어터 공식 유튜브 채널]

 

내셔널씨어터가 세계적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던 건 NT라이브 덕이다. 코로나19로 영상을 통한 공연 송출이 주목받고 있는 요즘인데 내셔널씨어터는 한참 전인 2009년에 공연 영상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대에서 배우와 관객이 직접 만나야 하는 전통적인 공연제작 시스템이 획기적인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내셔널씨어터는 영상 언어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촬영기법을 제작에 도입했다. 무대에서의 배우간 호흡과 감정선 등 영화적 요소를 관객에게 전달했다. 관객은 NT라이브를 보며 기존 무대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NT라이브가 무대에만 한정됐던 공연예술산업에 새 시장, 유통구조를 창출한 것이다. 공연이 곧 콘텐츠가 돼 영상 저작인접권, 방송권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내셔널씨어터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900만명 넘는 시청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2014년에는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판권을 확보해 NT라이브를 한국에도 상륙시켰다. 해외에서 창작된 웰메이드 공연을 국내 관객에게 신선한 영상으로 소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내셔널씨어터는 매년 우수 창작 작품을 자체 스튜디오를 통해 전 세계 관객에게 선사한다. 창작물은 우수 래퍼토리 공연이 되어 세계 투어를 돈다. 영상화라는 새로운 시도는 공연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공연 트렌드를 선도하는 내셔널씨어터는 공연 애호가의 성지로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을 것이라 기대된다.

내셔널씨어터 유튜브 채널은 2011년 5월에 개설됐다. 2020년 3월 현재 동영상은 557개가 업로드됐다. 구독자는 70만명에 육박한다. NT라이브는 공연 영상화에 공을 들였기에 공공 예술기관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가 매우 많은 편이다. 내셔널씨어터는 채널 소개글에 "‘월드클래스’ 극장을 지향한다"고 적어 놓았다. NT라이브는  "‘ground-breaking’(획기적인, 신기원을 이룬) 프로젝트"라며, "‘unmissable’(놓쳐서는 안되는) 극장으로서 세계 관객의 안방에 영국 최고의 공연을 선사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또 "웨스트앤드를 비롯 월드 투어를 수행하고 있다"며 덧붙여 놓았다. 

홈 화면은 다음과 같은 주요 코너로 구성돼 있다.

- National Theatre at Home : Unmissable theatre, now streaming
- National Theatre Live : Now Screening
- National Theatre Live : Who We are
- National Theatre Collection : World-class theatre in schools
- National Theatre at Home : Things to Do
- National Theatre at Home : Archive
- How We Made It
- How You Can Make It

이 채널의 코너는 주로 NT라이브 콘텐츠 위주로 구성돼 있다. 유튜브 시대를 예견한 듯, 콘텐츠의 모바일 소비에 최적화 할 수 있도록 채널 구독자의 입맛에 맞게 영상을 편집해 놓았다. 

[사진=로열 내셔널 씨어터 공식 유튜브 채널]
[사진=로열 내셔널 씨어터 공식 유튜브 채널]

 

주요 코너는 National Theatre at Home이다. 내셔널씨어터 NT라이브 홈 구독 서비스를 소개한다. 넷플리스 월 정액제 서비스다. 개인화 시대 맞춤형인 셈. 영상 예고편과 하이라이트도 업로드해 놓았다. 

National Theatre Live는 NT라이브 명작들의 공연실황 영상 코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일 때 내셔널씨어터는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NT라이브 한편을 1주일 동안 무료로 공개한 바 있다. 극장 접근이 어려운 시국에 NT라이브의 우수 래퍼토리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How We Made It는 내셔널씨어터의 창작 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관객에게 내셔널씨어터의 무대 뒤 노력과 열정을 전달한다. 

[사진=로열 내셔널 씨어터 공식 홈페이지]
[사진=로열 내셔널 씨어터 공식 홈페이지]

 

수백만 관객이 내셔널씨어터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접하고 감동받았다. 세계적인 관심은 더해져간다. 슈퍼 히어로물이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까지 내셔널씨어터 무대에 설 정도다. 유명 배우들의 열연을 NT라이브의 감각적인 영상 연출로 더 생생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관객은 내셔널씨어터의 향후 행보에 주목한다.

NT라이브는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멈추지 않고 관객과 소통했다. 모든 창작 공연은 리스크가 크다. 래퍼토리가 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수익성도 담보되지 않는다. 그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한 창작 과정을 거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명작이 탄생한다는 건 진리이다. 내셔널씨어터는 창립 초기 부터 그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실패 속에 숙련된 작품을 탄생시켰다. 관객은 그런 내셔널씨어터의 새로운 작품을 손꼽아 기다린다. 앞으로도 가슴 떨리는 작품이 많이 나오길 기원한다. 

최준식

- 스포츠Q(큐) 문화 칼럼니스트
- 예술평론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시각예술·축제)
- 한국콘텐츠진흥원 평가위원(콘텐츠가치평가)
- 한국디자인진흥원 심사위원(우수디자인 GD)
-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직무역량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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