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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 합리적 의심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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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 합리적 의심인 이유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3.2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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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중국색 논란부터 역사 왜곡, 동북공정 논란까지 직면했다. 제작사와 SBS는 문제 장면을 삭제하겠다며 공식 사과했으나, 뿔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문제되는 지점을 상세하게 짚으며, '조선구마사'가 동북공정을 위해 치밀하게 기획된 작품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조선구마사' 1회에서 가장 문제가 된 장면은 충녕대군이 서양인 신부를 기생집에서 접대하는 장면이었다. 기생집의 등불, 배경 음악, 벽 무늬까지 모두 중국식이었고, 상 위에는 중국 전통음식으로 알려진 월병, 피단과 중국식 만두, 붉은 바탕에 ‘酒’(술 주)자가 써있는 중국식 술병이 올라와 있었다.

 

[사진=SBS '조선구마사'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조선구마사' 방송 화면 캡처]

 

중국식 소품 논란에 SBS 측은 23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셋째 왕자인 충녕대군이 세자인 양녕대군 대신 중국 국경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서역의 구마 사제를 데려와야 했던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의주 근방(명나라 국경)’이라는 해당 장소를 설정하였고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미하여 소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해명 역시 '핑계'에 불과했다. SBS의 지상파 재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글을 올린 시청자는 "의주는 대대로 고구려, 발해, 거란이 지배했던 지역으로 조선 초기에는 여진족이 점유했던 지방이며 따라서 이는 거짓 해명"이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장면에서는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비하하는 대사도 이어졌다. 충녕대군(세종) 역의 장동윤은 호위무사에게 "6대조인 목조(이성계 고조부)께서도 기생 때문에 삼척으로 야반도주 하셨던 분이셨다. 그 피가 어디 가겠느냐"라고 말한다. 목조는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후 처음 쓴 악장 '용비어천가'에도 등장한 선조다. 조선의 왕가가 조상을 '셀프 디스'하는 모습이 말도 안될 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모욕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더해 태종을 악령으로 인한 환시와 환청으로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는 살인귀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후손인 전주이씨 종친회가 들고 일어섰다. 종친회 관계자는 한 매체에 “조선 건국의 중요 인물인 태종을 두고 백성을 학살하는 임금으로 묘사한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으며, 24일 공식 성명을 내고 '방영 중지' 청원 동참을 당부했다.

 

[사진=SBS '조선구마사' 방송 화면 캡처]

 

2회 역시 논란이 될 장면들이 넘쳤다. '국무당 도무녀' 무화가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흰색 의복을 입고 있는 연출이 중국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무녀 캐릭터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고려의 명장이자 충신으로 홍건적의 난(중국 한족의 농민 반란)을 제압한 최영 장군을 비하하는 대사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이에 더해 연변 사투리와 유사한 함경도 사투리를 쓰는 사당패가 농악을 연주하는 장면에는 '동북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농악은 농촌에서 집단노동이나 명절 때 등 흥을 돋우기 위해 연주되던 음악으로 풍물, 두레, 풍장, 굿이라고도 한다. 중국은 지난 2009년 농악이 중국 조선족의 문화라며 무형문화재로 등재시킨 바 있다.

중국은 2004년부터 우리문화인 '단오'와 '농악', '동의보감'을 '용선축제', '조선족 농무', '중국침구'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등재시키는 등 우리 문화유산을 자국의 것으로 왜곡하는 '문화 동북공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중국의 네티즌은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신(新)동북공정’을 펼치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등 다양한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확장을 통해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지금, 왜곡된 역사를 담은 콘텐츠를 해외 시청자들이 접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청원글 및 민원을 접수하며 방송 중단을 요청하고 있으며, 협찬 기업에도 거세게 항의해 대부분의 기업이 제작 지원 철회를 발표했다. '보이콧' 여파는 시청률에도 나타났다. 지난 22일 방송된 1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5.7%, 8.9%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23일 방송된 2회는 4.5%, 6.9%로 1.2%p, 2%p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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