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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틸러' 윤여정, 오스카를 사로잡은 '사이다' 발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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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틸러' 윤여정, 오스카를 사로잡은 '사이다' 발언들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4.2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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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한국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윤여정(74)이 오스카의 마음을 훔친 '쇼스틸러'로 주목받고 있다. 재치 넘치고 유쾌하면서도 깊이가 담긴 윤여정의 입담에 세계가 울고 웃었다.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현지의 한국 취재진과 별도로 인터뷰를 가졌다. 윤여정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따금씩 테이블에 놓인 와인을 마시며 경쾌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한국 특파원들이 손을 들어 질문하자 "내가 대통령도 아니고, 손 안 들어도 된다"고, 질문이 길게 이어지면 "하나씩만 질문해라. 늙어서 잊어버린다"고 농담을 건네며 현장 분위기를 자유롭게 이끌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날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을 위해 무대에 선 윤여정은 시상자 브래드 피트에게 "마침내 만났다. 우리가 영화를 찍을 때에는 어디 있었던 거냐"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대해 윤여정은 미국 사람들이 브래드 피트에 대해서만 묻는다며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면서 "다음에 영화 만들 때 돈을 조금만 더 써달라고 했다. 그런데 조금 더 쓰겠다고 하더라. 크게 쓰겠다는 말은 안 하더라. 굉장히 잘 빠져나갔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진행된 글로벌 온라인 기자회견에서도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에게 한국에 한 번 오라고 했다. 브래드 피트가 꼭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미국 사람들 단어가 화려해서 그 말을 믿지 않는다"고 위트 있지만 핵심을 찌르는 발언을 남긴 바 있다.

국내외 이목이 쏠렸던 오스카 수상에 대한 부담감도 담백하게 전했다. 윤여정은 "사람들이 너무 응원하니 너무 힘들어서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그 사람들은 성원을 보내는데 내가 상을 못 받으면 어쩌나 싶었다"며 "운동선수의 심정을 알겠더라. 2002년 월드컵 때 발 하나로 온 국민이 난리 칠 때 그들은 얼마나 정신이 없었을까,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을 향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윤여정은 "나보다 너무 어리고 아들보다 어리지만 어떻게 이렇게 차분한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수십명을 통제하려면 미치는데, 차분하게 통제하면서 아무도 업신여기지 않고 존중하더라"며 "내가 흉 안 보는 감독은 정이삭 감독이 처음이다. 한국인 종자로 미국 교육을 받아 굉장히 세련된 한국인이 나왔다. 그 세련됨을 보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나리'가 주목받은 이유는 "대본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부모는 희생하고, 할머니는 손자를 무조건 사랑한다.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얘기다. 그것이 사람들을 움직였다. 감독이 진심으로 썼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연기 인생 55년의 철학에 대한 질문에 윤여정은 "내 연기 철학은 열등의식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다가 연기를 하게 됐다. 내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게 내 철학"이었다며 "절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좋아도 해야겠지만 나는 먹고살려고 했다. 나에게는 대본이 성경 같았다. 많이 노력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라는 언급에는 "나는 '최고' 그런 거 싫다. 경쟁 싫어한다"고 답하기도. 윤여정은 "1등 되는 것 하지 말고 '최중'(最中)이 되면 안 되나. 같이 살면 안 되나.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말고 '최중'만 하고 살자"고 말해 깊은 공감을 안기면서도 "그러면 나 사회주의자가 되나"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오스카' 수상 이후 배우로서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윤여정은 "향후 계획은 없다. 살던 대로 살겠다. 오스카상을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옛날부터 결심한 게 있는데,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다"고 덧붙여, 앞으로도 거침없이 도전하는 연기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미국 현지에서도 윤여정은 말 그대로 '스타'다. 윤여정의 소감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의 연설이라는 평가가 이어진 것. CNN 방송은 윤여정의 수상소감 주요 대목을 편집한 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윤여정이 "쇼를 훔친다"라고 표현했다. 윤여정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관객을 사로잡는 '신스틸러', '쇼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이다.

잡지 인스타일은 "윤여정은 피트를 놀린 뒤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평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윤여정이 최고의 수상 소감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올해 쇼의 스타는 윤여정이었다, 그의 수상 장면을 지켜보는 것이 왜 그렇게 즐거운지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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