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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저력, '투헬 매직' [챔피언스리그 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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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저력, '투헬 매직' [챔피언스리그 결승]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5.0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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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첼시(잉글랜드)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꺾고 9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 올랐다. 시즌 중반 극도의 부진에 빠졌던 첼시가 토마스 투헬(48) 감독 부임 이후 완전히 반등하더니 유럽 최고를 가리는 대회 파이널까지 진출했다.

첼시는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레알과 2020~2021 UCL 준결승 2차전에서 티모 베르너와 메이슨 마운트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1차전 원정에서 1-1로 비긴 첼시는 합계 3-1로 승리했다.

2011~2012시즌 디디에 드록바, 프랭크 램파드, 존 테리, 페트르 체흐 등 레전드들이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꺾고 첫 트로피를 들어올린 데 이어 9년 만에 기회를 잡았다. 결승에선 또 다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상대한다. UCL 결승에서 잉글랜드 팀끼리 붙는 건 2008년(첼시-맨유), 2019년(리버풀-토트넘)에 이어 세 번째다.

이로써 첼시는 남녀팀 모두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나서는 경사를 맞았다. 사상 최초다. 앞서 첼시 여자팀도 챔피언스리그(UWCL)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4강에서 뮌헨을 도합 5-3으로 물리쳤는데, 2차전 결승골을 지소연이 넣었다. 첼시 위민즈는 오는 16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바르셀로나(스페인)와 결승전을 치른다.

첼시가 9년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슬에 진출했다. [사진=UCL 공식 트위터 캡처]

올 1월 첼시 지휘봉을 잡은 투헬 감독이 위기에 빠졌던 팀을 UCL 결승에 올려놨다. 리그에서도 현재 4위로 다음 시즌 UCL 티켓 확보 가능성이 높다. 램파드 전 감독이 이끌 당시 한때 10위까지 처졌던 첼시가 UCL에서 우승하며 최고 위치에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또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까지 더블(2관왕)에 도전한다. 오는 16일 레스터 시티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투헬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을 사상 최초로 UCL 결승으로 인도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이번에 첼시를 다시 결승으로 안내하면서 역대 챔피언스리그(전신 유러피언컵 포함) 최초로 다른 두 팀을 지휘하며 두 시즌 연속 결승에 오른 사령탑이 됐다.

투헬 감독은 2000년대 이후 2년 연속 UCL 결승 무대를 밟는 5번째 지도자로 이름을 올린다. 2007~2008, 2008~2009시즌 알렉스 퍼거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11~2012, 2012~2013시즌 유프 하인케스(뮌헨), 2017~2018, 2018~2019시즌 위르겐 클롭(리버풀) 뒤를 잇는다.

반면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끄는 레알은 3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렸지만 준결승에서 여정을 멈추게 됐다. 그래도 2015~2016시즌부터 대회 3연패 업적을 달성한 뒤 지난 두 시즌 연속 16강 탈락했던 레알 입장에선 어느정도 명예를 회복한 셈이다. 라리가에선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에 승점 2 뒤진 2위그룹을 형성하고 있어 역전 우승이 가능하다. 남은 기간 리그 일정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헬 감독은 첼시를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사진=EPA/연합뉴스]

첼시는 이날 점유율 36-64로 밀렸지만 슛 개수에선 14-8로 앞섰다. 레알이 주로 공을 소유했지만 결정적인 기회는 첼시가 훨씬 많이 만들었다. 투헬 감독 부임 후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를 최소화해 실점을 줄였는데, 이날도 효율적인 경기로 무실점 승리를 챙겼다.

결승골은 전반 28분 나왔다. 중앙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가 동료와 연계플레이로 페널티 아크까지 전진, 카이 하베르츠에게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줬다. 하베르츠가 레알 골키퍼 티모 쿠르투아 키를 살짝 넘기는 슛을 시도했고, 공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자 베르너가 머리로 밀어 넣었다.

이후 레알 공격을 뚝심있게 막아내면서 위협적인 역습으로 맞선 첼시는 후반 40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에도 캉테가 상대 공을 가로채 오른 측면의 크리스티안 풀리시치에게 밀어줬고, 풀리시치의 낮은 크로스에 마운트가 발을 대 골망을 출렁였다.

갓 만 22세가 된 마운트(22세 15일)는 웨인 루니(21세 182일·당시 맨유)에 이어 UCL 준결승에서 득점한 잉글랜드 최연소 선수 2위에 올랐다. 카림 벤제마의 결정적인 슛을 막아내며 무실점 승리에 앞장선 첼시 골키퍼 에두아르는 이번 대회 11경기에서 8차례 클린시트를 이끌었는데, 잉글랜드 팀 수문장으로선 UCL 단일 시즌 최다 무실점 기록이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 간 결승전은 사령탑 지략대결로도 큰 관심을 모은다. [사진=UCL 공식 트위터 캡처]

첼시가 좌우 윙백을 비대칭으로 활용한 게 주효했다. 왼쪽의 벤 칠웰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왼쪽 터치라인을 따라 넓게 벌려서며 레알 수비 사이 공간을 만들었다. 반면 반대쪽 세자르 아즈필리쿠에타는 상대적으로 수비에 집중하며 레알 역습에 대비했다.

중원에선 캉테와 마운트가 레알의 UCL 3연속 제패를 이끈 '크카모(토니 크로스-카세미루-루카 모드리치)' 미드필드 라인과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후반 들어 기동력에서 압도하며 숱한 기회를 창출했다. 캉테와 마운트 모두 득점에 깊게 관여하며 승리 주역이 됐다.

오는 30일 오전 4시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진행될 첼시-맨시티 결승 대진은 투헬 감독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략대결로도 기대를 모은다. 둘 모두 선수 간 간격 유지를 중요시 하는 포지션 플레이에 일가견 있는 감독들로 현대축구 전술의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헬 감독은 개인 첫 UCL 우승에 도전하고,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바르셀로나에서 마지막으로 UCL 정상에 섰던 2010~2011시즌 이후 10년 만에 다시 트로피에 입을 맞추겠다는 각오다. 공교롭게 양 팀은 오는 9일 오전 1시 30분 EPL 35라운드에서 격돌하기도 해 UCL 결승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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