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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설린저 효과, 완벽한 KGC 마지막 퍼즐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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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설린저 효과, 완벽한 KGC 마지막 퍼즐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5.09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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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단 20경기 만에 모든 게 바뀌었다. 막대한 영향력을 뽐낸 제러드 설린저(29)는 안양 KGC인삼공사의 퍼펙트 우승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설린저는 9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4차전에서 42득점 15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 84-74 승리에 주인공이 됐다.

팀 3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긴 설린저는 86표 중 55표를 얻어 역대 4번째 외국인 선수 플레이오프(PO) MVP로 등극했다.

안양 KGC인삼공사 제러드 설린저(가운데)가 9일 전주 KCC와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MVP 수상과 함께 상금 1000만 원을 수상했다.[사진=KBL 제공]

 

◆ 설교수 명쾌한 강의, 기존 NBA 출신들과는 다르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주전급으로 활약했던 설린저지만 무거워진 몸을 주체하지 못했고 재기를 꿈꾸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분전해준 국내 선수들과 달리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아쉬웠다. 고심하던 김승기 감독은 과감히 2년 간 제대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던 설린저를 택했다.

정규리그 단 10경기 만에 KGC인삼공사의 많은 걸 바꿔놨다. 평균 26.3점 11.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6라운드 MVP가 됐고 봄 농구 경계대상 1순위가 됐다.

부산 KT(28득점)에 이어 울산 현대모비스(33.6득점)까지 셧아웃시킨 데엔 설린저의 역할이 컸다. 

정규리그 우승팀 KCC는 설린저 봉쇄를 특명으로 내걸었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이날을 포함해 평균 31점을 허용했다. 설린저는 MVP를 차지할 정도로 팀 내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설린저(오른쪽)는 문성곤과 오세근, 변준형, 전성현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팀에 3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사진=KBL 제공]

 

◆ 설교수 특강 2편,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설린저라고 매번 잘한 건 아니다. 2차전 상대 수비에 고전하며 8득점ㅇ메 그치기도 했다. 그러나 득점으로 모든 걸 설명할 없었다. 설린저가 ‘설교수’라고 불리는 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BQ(농구지능). 김승기 감독도 “지금껏 만나본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영리하다”고 평가했다.

작정하고 설린저 봉쇄에 내준 KCC지만 설린저는 이런 작전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창진 감독은 설린저에게 외곽 실점을 최소화하고 골밑으로 파고들게 해 체력을 쏟아붓게 하겠다고 했는데, 설린저는 이를 역이용해 라건아를 외곽으로 끌어낸 뒤 오세근 등이 상대 골밑을 휘젓게 만들었다.

설린저 시너지 효과는 남달랐다. 오세근과 문성곤의 포스트 파워는 배가됐고 봄 농구 최고의 슛터로 자리매김한 전성현과 ‘한국의 어빙’ 변준형, 주전 가드 이재도 등도 설린저에게 쏠린 수비로 인해 훨씬 수월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 이는 선수들의 자신감 증대로도 이어졌고 10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케 했다.

우승 세리머니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승기 감독은 “설린저의 공헌도가 5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며 “국내 선수들 힘들어하는 부분 다 채워줬기 때문”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국내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2% 부족했던 모두 채워줬다. (오)세근이도 그렇고 다 살렸다”며 “시즌 중 외국인 선수의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 설린저가 합류했고 국내 선수들이 가진 것보다 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압도적 기량을 뽐낸 설린저(왼쪽)는 내년 시즌 거취에 대해 "집에 돌아가서 아내와 아이들, 가족들과 충분한 상의 후에 최고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사진=KBL 제공]

 

◆ 단테 존스-힉스 잇는 ‘역대급 임팩트’, 이대로 떠나가나요

KBL에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많았지만 유독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선수들이 있다. 16년 전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던 단테 존스(안양 SBS). 그리고 마찬가지로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마르커스 힉스(대구 동양) 등.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도합 20경기에서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설린저는 이들과 비교해 결코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이유다.

과연 다음 시즌에도 KGC인삼공사와 함께할 수 있을까. 2년 간 공백에도 믿음을 갖고 설린저를 데려온 김승기 감독은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영구결번을 할 수 있도록(웃음) 내년에도 더 하면 좋겠다고도 말했다”면서 “그랬더니 영구결번을 해주면 내년에 다른 번호로 또 (영구결번)하게끔 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설린저에게도 KGC인삼공사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공백기를 갖고 온 나에게 믿음을 준 팀과 코칭스태프,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믿어준 만큼 나도 믿고 플레이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팀에 대한 마음의 짐을 지고 있었다. 선수들은 가족 같은 존재다. 10연승으로 우승을 이룬 게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이보다 더 바랄 게 있을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설교수’라는 별명을 알고 있는 설린저는 자신의 강의는 다 끝났다며 “우승했으니 일단 최대한 이 기쁨을 즐겨보려고 한다”며 “집에 돌아가서 아내와 아이들, 가족들과 충분한 상의 후에 최고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어쩌면 설린저를 잡아둔다는 건 욕심일 수 있다. 현재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김승기 감독은 “스스로도 욕심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여기보다 더 좋은 곳으로 빅리그로 가서 예전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며 “대신 나중에 또 기회가 돼 한국에 돌아온다면 내가 데리고 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설린저는 KGC인삼공사 뿐 아니라 전체 농구 팬들에게도 큰 볼거리오 선물을 안겨줬다. 다시 한 번 KBL 코트를 휘젓는 설린저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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