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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한계 극복' 류현진, MLB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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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한계 극복' 류현진, MLB 홀렸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5.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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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 걱정은 사치였다. 부상 후유증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우리가 알던 최고의 투구를 뽐냈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2021 미국 메이저리그(MLB) 인터리그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5피안타(1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4-1로 이기며 시즌 3승(2패) 째를 챙긴 류현진은 평균자책점(ERA)도 3.15에서 2.95로 낮췄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13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2021 미국 MLB 인터리그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부상에서 복귀한 7일 오클랜트 애슬레틱스전 수차례 위기를 잘 넘기긴 했어도 5이닝 4실점으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이날은 완전히 달랐다. 지난해 이닝 소화에 있어 다소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던 그는 지난달 8일 텍사스 레인저스(7이닝 2실점)전 이후 또다시 7이닝을 버텨냈다. 올 시즌 팀에서 7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없다. 괜히 에이스가 아니라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100점짜리 투구였다. 2회와 7회를 제외한 매 이닝에서 출루를 허용했으나 전혀 불안함은 없었다. 위기관리 능력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양 팀이 0-0으로 맞선 5회 선두타자 윌리엄 콘트레라스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 몰리며 좌월 솔로 홈런을 내줬으나 후속 타자 2명을 범타로 처리하고 프리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타선 지원으로 동점 상황에서 6회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2사에서 오스틴 라일리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허용했는데 후속 타자 댄스비 스완슨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 불을 껐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역전 솔로포가 터져나온 뒤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세 타자를 가볍게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날 투구에 마침표를 찍었고 팀이 승리를 지켜내며 개인 2연승을 달렸다.

류현진은 부상 복귀 후 우려를 털어내며 시즌 2번째 7이닝 경기를 펼쳤다. [사진=AP/연합뉴스]

 

속구(30개), 체인지업(25개), 컷패스트볼(22개), 커브(17개)를 골고루 던지며 총 94구를 던졌는데 어느 하나 아쉬운 게 없었다. 모처럼 만에 타자로 나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게 유일한 흠.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이날도 감탄했다.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몬토요는 “류현진이 그의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류현진은 계속해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고 끊임없이 타자들의 밸런스를 깨뜨렸다. 류현진이 다음에 어떤 공을 던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오늘 류현진은 압도적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에이스답게 승리를 이끈 것은 물론이고 7이닝을 소화하며 불펜 투수들의 소모도 최소화했다.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이 투구 수를 잘 조절하며 긴 이닝을 던졌다. 같은 타자를 3번 상대하는 동안에도 편안하게 투구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지 매체에서도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토론토 선발 투수들이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부진한 가운데 류현진은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속구, 체인지업, 커브, 컷패스트볼 등으로 균형 잡힌 투구를 하면서 94개의 공으로 7이닝을 소화하는 효율적인 모습을 펼쳤다”고 활약을 평가했다.

이날 속구 평균 구속은 89.2마일(143.5㎞). 빅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하위권에 속하는 스피드다. 그러나 류현진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MLB닷컴은 “이런 활약이 계속된다면 류현진의 구속이 올라오지 않더라도 토론토는 그의 계속된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석에도 나선 류현진은 2삼진으로 물러나며 스스로도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류현진은 상대 팀 선발 맥스 프라이드와 치열한 투수전을 펼쳤다”며 “이런 경기가 많아진다면 MLB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강조하는 경기 시간 단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MLB의 긴 경기 시간이 보는 이를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빠르게 타자들을 제압하는 류현진의 투구는 그만큼 지루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토론토 선은 “류현진의 날이었다. 그의 유일한 흠은 5회에 허용한 솔로 홈런뿐”이라고 했고 미국 AP통신도 “토론토는 류현진의 호투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홈런 2개로 애틀랜타에 승리했다”고 호평했다.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특히 다양한 구종이 원하는 대로 제구가 됐다. 류현진은 “지난 경기보다 속구에 힘이 실린 것 같다. 커브도 좋았다. 커브를 많이 던졌다”며 컷패스트볼에 대해선 “(느리지만 크게 휘어졌던 것은) 경기 전 준비한 부분이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슬라이더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진의 해법도 스스로 찾아내는 영리함이 큰 무기다. “(지난 경기) 몸의 중심이 앞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다. 투수 코치님이 그 부분에 관해 조언했다. 나 역시 느꼈다”며 “이날 선발 등판을 준비하면서 몸의 중심을 뒤에 놓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등판을 앞두고 좋아졌다. 오늘 경기에선 좋은 밸런스로 공을 던진 것 같다”고 전했다.

속도로만 보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투구였으나 류현진은 영리함과 제구를 갖춘 다양한 변화구를 통해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왜 토론토가 8000만 달러(902억 원)를 주고 그를 영입했는지 여실히 나타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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