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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지시완 나승엽 '반격',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나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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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지시완 나승엽 '반격',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나 [프로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5.14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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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멀게만 느껴졌던 1군. 기약 없는 2군 생활을 하던 지시완(27)과 나승엽(19)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팀에 큰 희망을 안겨줬다.

롯데 자이언츠는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1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5-4 역전승을 거뒀다. 

래리 서튼(51) 감독의 부름을 받은 지시완, 나승엽의 활약이 빛났다. 허문회 전 감독 하에서 2군에만 머물던 이들이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 향후 롯데의 행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진다.

래리 서튼 감독 부임과 함께 1군 부름을 받은 롯데 자이언츠 포수 지시완은 연일 안타를 만들어내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지시완 트레이드-2군행 설움, 가치 평가는 이제부터

2015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한 지시완은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포수난에 시달리던 롯데는 선발 자원 장시환을 내주면서까지 지시완을 데려오며 팀의 높은 기대치를 보여줬다. 성민규 단장은 “1~2년 내 완성형 포수가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문제는 현장과 이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허문회 전 감독은 힘들게 데려온 지시완이 아닌 김준태를 주전 포수로 활용했다. 수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2군에서 약점을 보완해 1군에서 활용할 뜻을 나타냈다.

지난해 물의를 일으키며 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성준에서 지시완으로 개명을 하며 절치부심했다. 등번호도 변경했고 몰라보게 체중 감량도 해내며 기대감을 키웠다.

시즌 초 결승타를 때려내는 등 가능성을 보였음에도 허 감독은 그에게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달 11일 키움 히어로즈전 대타 카드를 모두 활용한 뒤에도 타격감이 좋지 않은 강태율을 고집했다. 팀은 결국 패배. 이후 허 감독의 의도에 대해 논란이 재점화됐는데, 결국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1군 지휘봉을 잡은 서튼 감독(오른쪽)은 2군에서 지켜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연패를 끊어냈다. [사진=연합뉴스]

 

한 달 가량 2군에서 생활하던 지시완은 서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곧바로 1군에 콜업됐다. 지난 12일 SSG전 대타로 나선 지시완은 안타를 만들어냈다. 13일엔 선발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력에선 큰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강력한 송구로 최지훈의 도루도 저지해냈다. 섣불리 김준태, 강태율보다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결코 쓸 수 없을 정도의 수비력은 아니었다. 심지어 8회엔 우측 큼지막한 안타를 날리며 역전의 발판을 놨다.

2군 감독으로 지시완을 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서튼 감독의 평가는 허 전 감독과는 상반됐고 지시완은 결과로서 감독의 신뢰에 답했다. 지시완의 팀내 비중이 보다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자연스레 흘러나오게 된다.

◆ MLB 러브콜 받던 나승엽, 진정한 1군 스타일

나승엽 또한 전임 감독의 신뢰를 받지 못하던 또 한 명의 선수였다. 기대감은 컸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롯데의 적극적인 구애 끝에 계약금 5억 원에 거인 군단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팀 내 신인 중 유일하게 스프링캠프에 참가했고 시범경기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냈으나 허 감독은 퓨처스리그에서 차분히 성장하길 원했다. 틀린 결정처럼 보이진 않았다. 나승엽은 17경기 타율 0.224로 부진했다. 

나승엽(왼쪽)은 데뷔 2경기 만에 멀티히트를 작성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서튼 감독은 12일 지시완과 함께 나승엽을 1군에 불러 올렸다. 다만 나승엽에겐 한가지 약속을 했다. 14일 부산 KT 위즈전까지만 기회를 주기로 한 것. 1군을 경험한 뒤 더욱 동기부여를 갖기를 바란 것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1군에서 활약해보라는 배려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승엽은 사령탑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활약을 펼쳤다. 12일 데뷔전 선발 기회를 얻은 나승엽은 첫 타석부터 안타를 만들어냈다. 13일 경기에선 팀 승리를 견인했다. 3-4로 끌려가던 6회말 2사 2루 윌머 폰트를 상대로 적시타를 때려낸 나승엽은 8회 선두 타자로 나서 이태양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밥상을 차렸다. 지시완의 안타 때 3루까지 달려간 나승엽은 손아섭의 유격수 땅볼 때 결승 득점을 해냈다.

당초 결정한 대로 이날 KT전 이후엔 2군에 내려갈 예정. 그러나 1군 체질이라는 것을 증명한 만큼 재콜업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나승엽은 “감독님 마음을 바꿔보겟다. 내일은 후회 없이 야구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들의 활약은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는 팀 전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전임 감독과 달리 서튼은 2군 선수들에게도 얼마든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내부 경쟁 의식이 치열해지며 상승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롯데는 둘의 활약 속 연패를 끊고 단독 꼴찌에서 공동 9위로 올라섰다. 이들이 보여준 짧은 활약이 롯데 반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확실한 건 긍정적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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