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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클레이코트' 프랑스오픈 첫 승 의미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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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클레이코트' 프랑스오픈 첫 승 의미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6.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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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91위·당진시청·CJ제일제당)가 메이저대회 통산 2승째 달성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꼽힌 클레이코트에서 거둔 승리라 더 값지다.

권순우는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440만 유로·470억 원) 남자단식 1회전에서 케빈 앤더슨(100위·남아공)을 세트스코어 3-1(7-5 6-4 2-6 7-6<7-4>)로 제압했다.

이로써 권순우는 지난해 US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 단식 본선 승리를 따냈다. 2회전에 진출하며 상금 8만4000유로(1억1000만 원)를 확보한 권순우는 64강에서 안드레아스 세피(98위·이탈리아)를 상대한다. 이번 프랑스오픈은 국내에서 tvN, XtvN을 통해 중계된다.

권순우가 물리친 앤더슨은 현재는 세계랭킹이 많이 떨어졌지만 2018년에는 윔블던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5위까지 올랐던 35세 베테랑이다. 권순우가 지금껏 기록한 최고 순위가 지난해 69위라는 걸 감안하면 결코 만만찮은 상대였다. 앤더슨은 2017년 US오픈에서도 결승에 오른 바 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통산 6회 우승 경력도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권순우가 클레이코트 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처음으로 2회전에 진출했다. [사진=EPA/연합뉴스]

권순우는 1세트 게임스코어 5-5까지 팽팽히 맞서다 앤더슨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에도 상대 첫 서브게임을 따낸 뒤 세트스코어를 2-0으로 벌렸다. 

3세트를 내줘 세트스코어 2-1에서 맞은 4세트가 이날 경기 하이라이트였다. 다시 한 번 상대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게임스코어 2-0 우위를 점한 권순우는 5-4로 앞선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뺏기는 바람에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분위기가 앤더슨 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위기 상황. 둘은 게임스코어 6-6에서 이어진 타이브레이크에서도 4-4까지 팽팽히 힘을 겨뤘다. 여기서 권순우가 앤더슨의 강서브를 받아낸 뒤 범실을 유도하며 앞서나갔다. 이어 과감한 네트 대시로 6-4를 만들고, 마지막 한 포인트를 잘 지키면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키 203㎝ 장신으로 권순우(180㎝)보다 23㎝나 큰 앤더슨을 이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신장과 리치 차이에서 오는 불리함을 극복했다. 권순우는 이날 강서버 앤더슨에 서브에이스를 30개나 얻어맞으며 고전했다. 권순우는 서브에이스 8개에 그쳤고, 더블폴트도 9개로 앤더슨(3개)보다 훨씬 많았다.

권순우는 공격성공 횟수에서 39-54, 전체 공격포인트에서도 133-137로 밀렸다. 하지만 앤더슨보다 실책(36-46)을 줄이며 안정적으로 플레이했고, 고비마다 점수를 따내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승리를 따냈다.

[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 선수들이 고전하는 클레이코트에서 베테랑을 잡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권순우는 2회전 상대 세피와 지난해 ATP 투어 웨스턴 앤 서던오픈 예선에서 한 차례 만나 2-1로 승리한 경험이 있다. 37세 노장 격인 세피는 16강(4회전) 진출이 자신의 메이저 최고성적으로 투어 단식 우승 3회, 개인 최고랭킹 18위 기록을 보유했다. 세피는 앞서 열린 1회전에서 21세 신예 펠릭스 오제알리아심(21위·캐나다)을 3-1로 잡았다.

권순우가 세피를 꺾으면 생애 처음 메이저 3회전(32강)에 진출한다. 한국 선수 중에선 이형택(은퇴)이 2004, 2005년, 정현(184위)이 2017년 프랑스오픈 3회전까지 간 적이 있다.

프랑스오픈은 아시아 선수들이 취약한 대회로 통한다. 이번 대회 2회전에 오른 아시아 선수는 니시코리 케이(49위), 야스오 니시오카(이상 일본) 그리고 권순우 단 3명뿐이다. 

권순우는 지난달 초 유럽 클레이 시즌이 시작된 뒤 4개 대회에 출전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렸다. 마르베야 대회에서 2승을 따내며 8강에 진출했고,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1차대회에선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상대하는 경험도 했다. 이후 어깨 부상으로 한 달여 휴식한 그는 프랑스오픈 직전 베오그라드 투어 대회 1회전에서 285위 페야 크르스틴에 져 패배하기도 했다.

통산 비율로 따지면 권순우는 10%가량만 클레이코트에서 소화했다. 절대적인 경험 부족을 딛고 거둔 메이저 승리라는 점에서 고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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