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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㊼ 허정무] 축구 레전드가 생각하는 좋은 지도자·행정가의 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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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㊼ 허정무] 축구 레전드가 생각하는 좋은 지도자·행정가의 자질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1.06.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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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가현 객원기자] 허정무(66).

선수, 코치, 감독, 해설위원, 행정가. 축구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직업을 거친 인물이다.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에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쾌거를 이뤄낸 명장이기도 하다. 현재는 지난해 1월 창단한 하나금융그룹의 축구단 대전 하나시티즌의 이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 스포츠잡알리오가 운영하는 미디어스터디 스미스가 하나시티즌의 홈구장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아 레전드를 인터뷰했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거쳐 구단 행정 책임자가 된 그가 생각하는 좋은 지도자, 훌륭한 행정가의 자질은 과연 무엇일까.  

대전월드컵경기장 이사장실에서.
허정무 이사장.

 

-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허정무입니다. 아직도 저를 기억해 주시는 분이 있나요? (웃음)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축구선수로 화려한 이력을 보냈습니다. 처음 국가대표 선발 통보를 받으신 날 감정이 어떠셨나요?

"청소년 대표로 선발됐을 때는 정말 싫었어요. 저는 특이하게 운동을 굉장히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강한 훈련을 안 해본 상태였어요. 다른 친구들과 경쟁을 하는데, 훈련이 너무 힘들었던 거죠. 훈련장에 나가려고 하면 안색이 새하얗게 변할 정로도 너무 힘들어서 코치님께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런데 제게는 참 은인이시죠. '지금 네가 포기하면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힘들다. 조금만 참고 견뎌보자'고 잡아주셨죠.

이후 대학교 1학년 겨울이었습니다.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제가 소속된 연세대학교와 상대팀 고려대가 결승전에서 만났어요. 제가 골도 가장 많이 넣었는데 심판 판정 문제로 선수들이 다투다가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죠. 경기는 없어졌지만 그때 활약으로 제가 국가대표 선수로 ‘추가’ 발탁됐어요.

처음 합류했을 때는 참 어리벙벙했어요. 아픈 기억도 있었거든요. 그 즈음에 제 동생이 하늘나라로 떠나서... 참 이게 호사다마라 해야 하나요.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마냥 기뻐만 할 수는 없었던 기억입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의 모습.
대전월드컵경기장.

 

- 리그 유일 검은 머리의 동양인이었던 PSV 아인트호벤 선수 시절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에이전트도, 통역사도 없었어요.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해외로 진출하던 시기였죠. 인종차별도 겪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네덜란드에 처음 갔을 때 옆집 사람이 저를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그래서 제가 한국에 초청도 했고 지금까지도 연락을 해요. (웃음) 또 제가 PSV 100년 책자에도 한 페이지를 자리하고 있고, 지금 가더라도 팬분들이 기억을 해 주세요. 정말 감사하죠. 그런 점에서 '아, 내가 우리나라 축구에서 적어도 마이너스 된 적은 없었다' 생각합니다. 참 뿌듯해요.”

- 지도자로도 성공적인 삶을 보냈습니다. 좋은 지도자의 덕목은 어떤 것일까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처음 지도자로서 활동했을 때는 스스로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해선수들에게 강하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받아들이는 이가 긍정적이지 않다면 그건 아닌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죠. 주변에서 배려, 긍정의 힘 같은 책들을 많이 권해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똑같은 의미라도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따라 선수가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배우게 됐어요. 현재 강원FC 대표이사로 계시는 이영표 선수가 남아공 월드컵 당시 '감독님 왜 이렇게 변하셨어요, 너무 부드러워 지셨는데요?'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좋은 감독,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 대표팀 감독일 때 이영표, 박지성 같은 선수를 뽑았던 기준이 있으셨나요?

“기준은 분명히 있죠. 4가지 정도입니다.

첫 번째는 지능입니다. 축구는 정지되는 순간이 없어요. 호흡이 가쁘죠. 힘든 상태에서 슈팅을 해야 할지, 패스를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해야 해요. 찰나의 순간 감독이 지시를 할 수 없습니다. 늦어요. 상황 판단 능력이 좋지 않으면 절대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죠. 그래서 지능은 필수입니다. 

두 번째는 체력입니다. 안 따질 수 없죠.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회복 능력입니다. 이를 테스트 해보려면 격한 움직임 후 심박수를 재보는 거죠. 30초 후, 1분 후의 심박수도 체크합니다. 얼마나 빠르게 떨어지는가를 보면 회복 능력을 알 수 있어요.

세 번째는 소질입니다. 축구는 머리에서 가장 거리가 먼 발로 그것도 손 이상으로 컨트롤 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감각적인 센스가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은 성격입니다. 가장 중요합니다. 앞의 셋을 모두 갖추었다 하더라도 소극적인 사람, 게으른 사람은 절대 성공 할 수 없죠.

이렇게 넷을 본다면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표팀 감독 시절. [사진=연합뉴스]

 

- 현재는 행정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K리그가 조금 더 자생력 있는 리그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웃음)

우리나라 프로 구단들은 전부 성적 우선주의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성적은 물론 중요한 요소이지만 팬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와서, 지더라도 다음을 생각하며 응원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리그가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까지도 저를 기억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함께 노력해서, 축구가 즐겁고 재미있는 모두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그런 스포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 K리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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