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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코비치? 세대교체는 가속화 [프랑스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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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코비치? 세대교체는 가속화 [프랑스오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6.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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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노박 조코비치(34·세르비아)가 또 남자 테니스 메이저 정상에 등극했다. 내친김에 사상 최초 '골든 그랜드 슬램'까지 넘본다. 

'또'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만큼 최근 가장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어김 없이 '빅3' 중 한 명인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가 우승했지만 이번 대회를 전반적으로 돌아보면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느끼기 충분했다.

14일(한국시간) 막 내린 2021 프랑스오픈(롤랑가로스) 테니스대회는 새 시대 도래를 알리는 와중에 조코비치가 30대 자존심을 지켜낸 대회로 총평할 수 있다. 조코비치는 프랑스 파리에서 끝난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5위·그리스)에 세트스코어 3-2(6-7<6-8> 2-6 6-3 6-2 6-4) 역전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 140만 유로(19억 원)를 챙겼다.

지난 2월 호주오픈에 이어 올 시즌 메이저 두 대회를 모두 정복했다. 이번 우승으로 4대 메이저를 모두 2번 이상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프로'의 메이저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로는 조코비치가 처음이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9회, 윔블던 5회, US오픈 3회, 프랑스오픈 2회 우승했다.

더불어 메이저 단식 최다우승 공동 1위(20회)인 라이벌 로저 페더러(8위·스위스)와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을 바짝 뒤쫓았다. 이번이 통산 19번째 메이저 제패다.

테니스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가 메이저 2연패를 달성했다. [사진=AP/연합뉴스]

조코비치는 또 한 해 4대 메이저를 모두 휩쓰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에도 다가섰다. 올해는 마침 도쿄 올림픽도 있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낼 경우 사상 첫 '골든 그랜드슬램'도 가능하다. 남자 테니스에서 한 시즌 4대 메이저 단식을 싹쓸이한 사례는 1938년 돈 버지(미국), 1962년과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 등 지금껏 세 차례에 불과하다.

그는 오는 28일 개막하는 윔블던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2018, 2019년 연속 우승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으니, 이번에 3연패에 도전한다. 이어지는 올림픽과 US오픈은 조코비치가 강한 하드코트에서 열리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골든 그랜드슬램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날 조코비치는 치치파스에 1, 2세트를 내주면서 끌려갔다. 그는 "내 안에서 '이제 끝났다'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때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내 안의 다른 목소리를 더 크게 내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골든 그랜드슬램 가능성을 묻자 "무엇이든 가능하다. 이번 우승으로 달성 가능성도 커졌다"면서도 "모두 알다시피 2016년에도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지만 윔블던에선 3회전 탈락한 적도 있다"며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2011년 호주오픈에서 내가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을 때 페더러는 이미 16회, 나달은 9회나 우승한 뒤였다"며 "내가 이들과 메이저 우승 기록을 경쟁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어 "아직 페더러와 나달도 현역이기 때문에 당장 올해 윔블던부터 우승트로피를 추가할 기회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로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페더러는 지난해 무릎 부상을 입은 이후 노쇠화가 뚜렷하다. 이번엔 16강에서 기권했다. 전통적으로 프랑스오픈에서 절대 강세를 보였던 디펜딩챔프 나달은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조코비치에 무릎을 꿇었다. 빅3 중에선 단연 조코비치 상승세가 눈에 띈다.

만 22세 스테파노스 치치파스(왼쪽)는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끝내 벽을 넘지 못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는 여자단식과 복식을 휩쓸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도 빅3 중 1명만 결승에 진출했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치치파스를 비롯해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4강에서 1997년생 알렉산더 즈베레프(6위·독일)를 제압한 1998년생 치치파스(22세 305일)가 우승했을 경우 2009년 20세 355일 나이로 US오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 이후 최연소 메이저 남자단식 우승자가 될 수 있었다. 

치치파스는 지난해엔 4강에서, 올해는 결승에서 조코비치 벽을 넘지 못했다.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역전을 허용해 더 뼈아프다. 호주오픈 8강에선 나달을 물리치는 등 지난해 US오픈 우승을 차지한 도미니크 팀(4위·오스트리아)을 비롯해 즈베레프 등과 함께 차세대 기수 대표주자로 꼽힌다.

호주오픈에선 다닐 메드베데프(2위·러시아)가 준우승을 거머쥔 뒤 세계랭킹 2위까지 점프했다. 지금은 처져 있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앤디 머리(124위·영국)까지 포함해 소위 '빅4'라 불렀다. 이 네 선수 이외 인물이 단식 세계랭킹 2위까지 오른 건 2005년 7월 이후 무려 15년 8개월 만이었다.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왕중왕전 격 ATP 파이널스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여자단식 우승은 26세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33위·체코)에게 돌아갔다. 복식까지 2관왕에 올랐다. 크레이치코바는 메이저 복식을 두 차례 제패했지만 단식 1위까지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단식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라 봐도 무방하다. 8강 진출자 중 6명은 처음 준준결승 무대를 경험했다. 최근 여자단식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며 전국시대를 통일하는 듯했던 오사카 나오미(2위·일본)는 1회전 직후 인터뷰를 거부해 징계를 받더니 최근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토로한 뒤 기권했다. 페더러와 나이가 같은 40세 세레나 윌리엄스(8위·미국) 역시 16강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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