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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커 차이, 체코 웃고 크로아티아 울다 [유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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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커 차이, 체코 웃고 크로아티아 울다 [유로 2020]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1.06.2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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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같은 승점 1이었으나 서로가 느끼는 온도 차는 컸다. 비슷한 경기운영 방식 속에서 큰 차이를 만든 건 스트라이커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햄던 파크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D조 2차전 크로아티아와 체코의 맞대결은 1-1 무승부로 끝났다. 전반 37분 쉬크 선제골에 힘입은 체코가 앞서나갔지만 후반 2분 페리시치 동점골로 크로아티아가 경기 균형을 맞췄다. 잔여 시간 양 팀은 공격 고삐를 당겨 골을 적극적으로 노렸으나 승점 1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경기 두 팀은 똑같은 4-2-3-1 포메이션을 들고나왔다. 수비진과 미드필드진 차이는 거의 없었다. 양 팀 모두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을 하는 데 강점이 있다. 촘촘히 라인 간격을 맞춰 점유율을 높인 뒤 공격으로 나서는 패턴이었다.

결국 차이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최전방이다. 체코는 쉬크를 스트라이커로 택했다. 그는 지난 1차전 스코틀랜드전에서 멀티골을 넣고 공식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됐다. 탄탄한 피지컬로 수비 견제를 뚫고 헤더골을 넣는가 하면, 골키퍼가 전진한 틈을 타 하프라인 부근에서 기습적인 슛으로 상대 골문을 가르는 등 원맨쇼를 펼쳤다.

유로 2020 D조 2차전 크로아티아전에서 선제골을 넣고 표효하는 체코 쉬크.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로 2020 D조 2차전 크로아티아전에서 선제골을 넣고 표효하는 체코 공격수 쉬크. [사진=연합뉴스]

체코는 이번 경기에서도 쉬크 영향력을 극대화했다. 물론 경기 초반엔 상대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크로아티아 센터백 비다와 로브렌이 끈적한 마킹을 지속한 탓이다. 볼란치의 협력 수비까지 더해져 공을 만지는 횟수 자체가 적었다. 

하지만 승점 3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크로아티아가 라인을 올리자 쉬크에 가해지는 압박 강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활동량을 늘렸다. 키 186㎝ 장신이만 방향 전환이 유연한 데다 발이 빨라 배후 공간을 노리기 적합하다. 실제로 2선 공격수인 다리다, 얀크토와 함께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유기적인 패턴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의 분전 덕분에 흐름이 서서히 체코 쪽으로 넘어왔다.

기본적인 몸싸움도 꺼리지 않았다. 크로스 상황일 때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와 경합했다. 제공권 우위를 잡고 세컨드볼을 따내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선제골 또한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전반 33분 코너킥 상황에서 로브렌과 공중볼을 다퉜고, 머리를 과감하게 밀어 넣어 페널티킥을 따냈다. 로브렌 팔꿈치에 코를 맞아 출혈이 계속됐으나 투혼을 보여줬다. 득점 뒤에도 제공권 싸움에 집중하며 공격 지역에서 대거 찬스를 잡았다.

이날도 제 몫을 다한 쉬크는 후반 30분 교체 아웃됐다. 대신 들어온 선수는 쉬크와 비슷한 신장을 가진 크르멘시크였다. 그 역시 버티는 힘이 좋아 상대 수비가 견제하기 어려웠다. 전방으로 공이 투입되면 등을 진 뒤 침투하는 측면 공격수들에게 공을 연결해 점유 시간을 늘렸다. 이는 위협적인 역습을 시도하는 동시에 크로아티아 후반 막판 공세를 효율적으로 저지하는 효과를 냈다.

결국 체코는 귀중한 승점 1을 추가, 조 선두를 지켰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잉글랜드전이라 부담이 크지만 1, 2차전에서 잘 보여줬듯 원톱 영향력을 높인다면 충분히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승점 1로 조별 리그 탈락 위기에 놓인 크로아티아. [사진=연합뉴스 제공]
승점 1로 조별 리그 탈락 위기에 놓인 크로아티아. [사진=연합뉴스]

반면 크로아티아는 빈공 문제점을 노출했다. 최전방 공격수는 레비치였다. 올 시즌 소속팀에서 27경기 11골 4도움으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지난 1차전 활약마저 준수했다. 78분을 소화하며 결정적인 유효슛 1개를 시도했고, 1선에서 활동량을 높여 동료들과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이번 경기 레비치에게 기대하는 플레이는 분명했다. 기민한 움직임으로 후방 공간을 노리는 것. 칼라스와 첼루스카가 버틴 체코 센터백 조합은 힘은 좋으나 속도와 순발력 면에서 약점이 분명했다. 기본 스피드와 순발력을 가진 레비치가 상대 배후 공간을 집요하게 파고들 경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레비치 움직임은 기대 이하였다. 물론 2선에서 양질의 패스가 배급되지 않은 탓도 있다. 수비 라인에서 모드리치까진 패스가 잘 연결되는데 이후 볼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체코 수비를 벗겨내는 과정에서 그의 움직임은 아쉬웠다. 전반 39분에는 2선에서 적절한 전진패스가 들어왔지만 슛 임팩트가 좋지 않아 찬스를 놓치기도 했다.

1선 빈공이 계속된 크로아티아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레비치를 빼고 페트코비치를 투입했다. 193㎝ 장신 공격수를 넣어 보다 단순한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는 공격을 훨씬 답답하게 만들었다. 상대 센터백이 페트코비치만 집중 방어했다. 힘 싸움은 충분했으나 협력 수비를 뚫고 득점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투톱으로 바꿔도 공격 개선 효과는 미지근했다. 크로아티아는 후반 중반 4-4-2로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크라마리치를 대신한 블라시치가 페트코비치와 투톱을 이뤘다. 그러나 두 선수가 겹치며 잡음을 냈다. 중원 미드필더들이 점유율을 높여 기회를 만들었지만 스트라이커들은 잠잠했다.

크로아티아 최전방 자원이 영향력을 보여준 건 후반 27분 페트코비치가 크로스를 바아 떨궈주고 세컨드 볼을 블라시치가 슛으로 연결한 게 전부였다. 그만큼 1선 영향력은 미미했다.

다행히 크로아티아는 후반 2분 페리시치 동점골로 무승부를 거뒀다. 최악은 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종전에서 조 최약체로 꼽히는 스코틀랜드를 만나 극적인 16강 진출을 노린다. 하지만 스트라이커들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난 2경기 부진을 답습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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