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23:00 (화)
'진짜 좀비' 정찬성, 부상 극복한 영리함 [UFC]
상태바
'진짜 좀비' 정찬성, 부상 극복한 영리함 [UFC]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6.21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좀비 대전’ 승자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34·코리안좀비MMA·AOMG)이었다.

정찬성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온 ESPN25 메인이벤트 페더급 매치에서 댄 이게(30·미국)를 5라운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꺾었다.

브라이언 오르테가(30·미국)에 덜미를 잡힌 뒤 상승세가 꺾인 이후 다시 자신감을 찾았다. 조금 돌아가야 했지만 코리안좀비는 챔프를 향한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정찬성이 20일 UFC 온 ESPN25에서 댄 이게를 상대로 압도적인 그래플링 기술로 심판 전원일치 승리를 거뒀다. [사진=UFC 페이스북 캡처]

 

오르테가전은 잘 나가던 정찬성에게 크나 큰 충격이었다. 오르테가만 잡으면 타이틀샷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오르테가는 생각보다 강했고 야이르 로드리게스(29)전 때와 마찬가지로 엘보 한 방에 무너졌다.

일부 ‘안티 세력’은 활개를 쳤다. 평소 방송과 유튜브 활동 등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이들은 정찬성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의 말들을 쏟아냈다.

정찬성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항상 나 자신, 내 안의 불안감과 싸웠다. 더 이상은 안 된다, 한계다, 심각한 부상이다, 공백이 너무 길었다, 너는 끝났다. 10년 넘게 이런 남의 평가 때문에 불안해하고 경기를 망쳐 왔던 것 같다”며 “최고의 파이터들, 최고를 키워낸 코치들, 올림픽 레슬러들, UFC 챔피언들조차 문제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왜 불안해야 하지’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번엔 준비한대로 조금 편하게 싸워보려고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UFC 페더급 4위 정찬성의 상대는 8위 댄 이게. 하위 레벨 파이터와 대진이 잡혔다는 것부터 위를 바라보는 정찬성에겐 위기였다. 이 경기에서마저 진다면 챔프를 향한 길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게는 자신만만했다. 강한 맷집과 전투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하와이안 좀비’로 불리는 이게는 “같은 좀비 스타일이지만 파이트 IQ가 정찬성보다 높다”고 말했다.

오르테가전 패배로 주춤했던 정찬성(왼쪽)은 이날 승리로 다시 상위 랭커와 대결을 기대케 만들었다. [사진=UFC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정찬성은 진짜 ‘스마트 좀비’가 누구인지 보여줬다. 화끈함의 대명사였던 정찬성. UFC에서 거둔 6승 중 판정까지 간 건 한 번도 없었다. 강력한 펀치와 화려한 서브미션 기술 등으로 경기를 끝내왔지만 이번엔 달랐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이게를 테이크다운으로 눕혔고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레그킥과 강력한 펀치도 섞으며 4라운드까지 이게를 압도했다.

5라운드 이게의 펀치에 한 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서브미션을 시도하며 우위를 지켜냈다. 결과는 압승. 심판들은 모두 정찬성의 우위를 인정했다.

경기 후 정찬성은 “재미있는 경기만 하는 선수가 아니라 실력 있는 선수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피니시를 놓친 건 아쉽지만 레슬링 실력을 많이 보여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르테가전 운영의 묘가 아쉬웠기에 이날 영리함을 바탕으로 이끈 판정승은 큰 의미가 있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2라운드 오른쪽 어깨가 빠진 것. 8년 전 악몽이 떠올랐다. UFC 데뷔 후 3연승을 달린 정찬성은 2013년 조제 알도와 타이틀전에 나섰는데, 잘 싸우던 중 오른쪽 어깨가 빠졌고 결국 TKO 패배를 당해야 했다.

부상 위기도 있었으나 정찬성(오른쪽)은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UFC 데뷔 첫 판정승을 챙겼다. [사진=UFC 페이스북 캡처]

 

습관성 탈구 진단을 받은 정찬성은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이를 이유로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3년 6개월 만에 복귀한 정찬성은 화려한 펀치로 어깨 부상을 완전히 떨쳐냈음을 입증했다.

잘 싸워오던 정찬성이었으나 이날 테이크 다운 과정에서 어깨가 빠졌다가 들어갔다. 습관성 어깨 탈구는 수술을 하더라도 무리한 동작, 어깨가 가동 범위를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때 빠질 수 있고 재발이 쉬운 부상이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이번엔 왼쪽이었다. 

정찬성은 “사실 그 뒤 왼손을 올리지 않은 게 아니라 올릴 수 없었다. 잽도 느려진 느낌이 났다”면서도 “하지만 티를 낼 수 없었다. 최대한 안전하게 해야 했다”고 밝혔다.

4라운드 이후 불리한 운영을 펼쳤던 배경이었다. 안전하게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정찬성은 노련하게 테이크 다운 이후 상위 포지션을 점하며 경기를 이끌었다. 진짜 ‘스마트 좀비’가 무엇인지 완벽히 입증한 한 판이었다. 경기 후엔 주짓수 강자임을 상징하는 블랙벨트도 받았다.

이제 정찬성의 시선은 다시 위를 향한다. 동경의 대상이자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호주)에 연패를 당하며 주춤한 맥스 할로웨이(미국)가 상대라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엔 “할로웨이는 펀치가 약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이길 수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가능하다면 타이틀샷이 최우선”이라고 욕심을 숨기지 않은 정찬성은 “로드리게스와 싸우지 않는다면 할로웨이와 붙고 싶다”고 밝혔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