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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밝힌 조상현호, 영건 삼총사가 간다 [아시아컵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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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밝힌 조상현호, 영건 삼총사가 간다 [아시아컵 결산]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6.22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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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필리핀에 연패했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양상을 보였다. 남자 농구 대표팀이 새로운 분위기와 함께 25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조상현(45)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FIBA 랭킹 30위)은 지난 20일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열린 2021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6차전에서 필리핀(31위)에 77-82로 졌다.

4승 2패를 거둔 한국은 필리핀(6전 전승)에 이어 A조 2위로 오는 8월 열릴 대회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대표팀 에이스로 떠오른 이현중은 20일 필리핀과 리턴매치에서도 맹활약하며 기대감을 높여갔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이미 본선행 티켓을 확보한 상태였지만 이 경기는 자존심이 걸린 승부였다. 대표팀은 지난 16일 필리핀에 버저비터 3점슛을 내주며 석패했다.

이를 갈았으나 막판 집중력을 살리지 못하고 또 한 번 아쉬움을 남겼다. 결과는 아쉽지만 소득 또한 분명한 대회였다.

이번 대표팀 명단은 기존과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고참은 라건아(32·전주 KCC)로 유일한 1980년대 생이었다.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이룬 김낙현(26·한국가스공사)과 변준형(25·안양 KGC인삼공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건 20대 초반 영건들의 발견이다. 지휘봉을 잡고 처음 국제대회에 나선 조상현 감독은 새 얼굴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현중(21·데이비슨대), 여준석(19·용산고), 하윤기(22·고려대)은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자신들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현중이 선봉에 섰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 성정아 씨와 고려대와 삼성전자에서 선수로 활약한 이윤환 씨의 아들로 ‘운동선수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이현중은 즉시전력감을 넘어 에이스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표팀 유일한 고교생 여준석은 뛰어난 성장성과 수려한 외모로 벌써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200㎝를 넘는 신장으로 슛팅가드 혹은 스몰포워드로서 득점에 집중했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1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이현중은 아시아 국가들을 폭격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같은 상대적 약팀과 겨룰 때는 물론이고 필리핀을 상대로도 돋보였다. 국가대표 데뷔전이었던 지난 16일 필리핀전 막판 극적인 동점 3점슛 포함 15점을 퍼부은 이현중은 리턴매치에서도 13점 8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라건아(20점 13리바운드)에 이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했다.

이현중의 고감도 외곽포에 동료들은 오픈 찬스는 물론이고 상대 수비를 유인한 뒤 그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이현중은 정확한 3점슛으로 이에 보답했다. 이제 막 첫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선수라는 점에서 점점 더 경기력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엔트리 유일한 고교 선수 여준석도 가능성을 보였다. 고교 무대에선 이미 더 이상 적수가 없는 여준석. 이현중 등과 호흡을 맞추며 앨리웁 덩크 등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여준석은 태국전 23점 6리바운드로 120-53 대승을 이끌었다. 201㎝ 큰 키를 활용해 골밑에서 찬스가 나면 대부분 덩크를 내리 꽂았다. 

고교 졸업반인 여준석은 대학 진학 혹은 조기 프로 진출을 선택해야 할 기로에 놓여 있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가 예상된다.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해 이미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만큼 대형 스타에 대한 갈증이 심한 한국농구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하윤기의 등장은 골밑 신장 약점을 보이던 대표팀에 반가운 소식이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하윤기(204㎝)도 마찬가지. 태국전 골밑을 지배하며 34점 10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대표팀에도 장신 센터의 합류는 호재다. 현재 라건아(199㎝)와 이승현(197㎝) 등이 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데 뛰어난 실력과 탄탄한 체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높이는 아쉽다.

이번 명단에서 빠진 오세근(200㎝)도 높이에선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김종규(207㎝)가 부진하며 빠져 있는 게 큰 타격. 성장 중인 하윤기에게 더 큰 기대감이 쏠리는 이유다.

진짜 중요한 무대는 이제부터다. 대표팀은 다음달 1일 베네수엘라, 2일 리투아니아와 2020 도쿄올림픽 예선을 치르기 위해 21일 리투아니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3팀 중 2위 안에 들면 4강에 진출하고, 여기서 우승을 해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5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대표팀. 바늘 구멍을 뚫는 일만큼 쉽지 않은 본선행. 주전으로 도약한 이현중은 물론이고 여준석과 하윤기의 깜짝 활약이 더해져야만 노려볼 수 있는 목표다. 이를 계기로 더욱 배우고 성장할 이들에게도 더 없이 간절한 기회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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