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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숙현 1주기, 한국 체육계는 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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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숙현 1주기, 한국 체육계는 변했나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6.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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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지난 26일 트라이앵글 선수로 활약하다 팀 지도자와 선배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故(고) 최숙현의 1주기였다.

가족을 비롯해 그와 함께 했던 동료와 후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철인3종협회 관계자 등 90명 가까이 유골이 안치된 경상북도 성주군 삼광사 추모공원에 모여 추모식을 함께 했다.

벌써 1년. 그러나 현장을 찾은 이들의 마음은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고인을 그리워했고 그를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다. 

지난 26일 경북 성주군 삼광사 추모공원에서 열린 故 최숙현 1주기 추모식. [사진=연합뉴스]

 

최숙현과 가까웠던 정지은(대전시청)은 “많이 보고 싶은 동생, 하늘나라에서는 고통 없이 웃으며 잘살고 있겠지. 먼 훗날 다시 만나자”고 그리움을 전하며 울먹였다.

김정배 문체부 2차관은 “고인의 희생과 마음을 기려 선수들이 안심하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숙현을 잊지 않은 사람들은 1주기를 맞아 추모 라이딩 행사도 열었다. 지난 25일 철인 15인이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시작해 경기도 하남 덕풍교를 찍고 돌아오는 54㎞ 코스를 자전거로 달리며 최 선수를 추모했다. 각자 유니폼에 국화 한 송이를 꽂은 상태로 추모의 뜻을 나타냈다.

고인의 명복을 바라는 것은 물론이고 더 이상 스포츠 폭력이나 인권 유린 등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은 물론이고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 세상을 떠나며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고 말한 최숙현의 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가해자들은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대구지법은 1심에서 김규봉(42) 전 경주시청 감독에게 징역 7년, 운동처방사 안주현(46) 씨에게 징역 8년, 선배 장윤정(32)에게 징역 4년, 선배 김도환(25)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는데, 현재는 항소심 진행 중이다. 가장 핵심 인물인 안 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15일.

최숙현을 괴롭혔던 장윤정(가운데)과 김규봉 감독, 운동처방사 안주현 등은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긴 싸움의 끝이 보이지만 고인의 뜻을 기리는 일은 이들이 죗값을 치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에 국회에선 인권침해 재발 방지와 표준 근로계약서 제정 등을 담은 ‘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체육계 폭력과 갑질 논란 등은 지속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구조적 개선을 위해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과거 ‘맷값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당선되고도 거센 반발 여론에 대한체육회로부터 인준을 거부당한 것도 긍정적인 변화의 흐름 중 하나다.

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최근 경주시청에서 최숙현과 함께 뛰던 김 모(32) 선수가 팀 내 폭행을 증언한 최 선수의 동료 2명에게 4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최숙현의 생전 일기에 김규봉, 장윤정과 함께 ‘나의 원수’로 지목된 이 중 하나다. 3년 전 사이클 훈련 때 둘의 과실로 상처를 입었다는 주장이지만 보복성 소송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뒤에도 체육계 변화를 위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故 최숙현. [사진=연합뉴스]

 

 
배구 국가대표 쌍둥이 자매가 학창시절 갑질을 행한 것으로 거의 매장당하다시피 했지만 관심이 덜한 종목에선 여전히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조금만 관심에서 멀어지면 언제고 다시 괴롭히려는 마수가 뻗쳐 있다.

이에 스포츠인권연구소는 성명서를 내고 “지옥 같은 생활을 견디고 살아남아 강요된 침묵을 떨치고 용기를 낸 생존자들에게 다시 한 번 침묵을 강요하려는 나쁜 의도가 감지된다. 억울하게 눈을 감은 동료를 위해 분연히 일어나 목소리를 낸 생존자들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이런 전형적인 행태는 그간 벌어진 체육계 비리 고발 사건에서도 끊임없이 목격된다.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도 스포츠현장에서 제대로 된 보호와 권리구제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따돌림을 당하거나 취업기회를 박탈당하고 소송을 통한 괴롭히기에 시달리며 결국은 운동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각종 피해자 괴롭히기는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함으로써 가혹한 인권침해가 스포츠 현장에서 대물림되고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이는 또 다른 스포츠 인권침해이자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피해자에 대한 긴급하고 신속한 지원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민변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소송 및 상담, 심리치유 등을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스포츠인권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연대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숙현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1년.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은 미미할 뿐이다. 정부와 체육계 내부에서도 잘못된 구조적 문화를 뿌리 뽑으려는 적극적 움직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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