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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기대주②] 펜싱 오상욱-박상영, 챔프에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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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기대주②] 펜싱 오상욱-박상영, 챔프에 맞서라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05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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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오는 23일 개막한다. 한국 선수단은 전체 33개 정식종목 중 13개 종목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를 획득, 톱10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Q(큐)는 대회 전까지 포디엄에 오를 후보들을 종합해 시리즈로 송출한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펜싱은 2000년대 들어 한국의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점은 2000 시드니 올림픽이었다. 이상기가 남자 에페 개인전 동메달로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겼고, 김영호가 남자 플뢰레에서 첫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유럽이 득세하는 펜싱계에서 한국이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선 남현희가 여자 플뢰레 개인전 은메달을 따냈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금빛 낭보를 전했다. 런던에선 김지연(서울특별시청)이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우승하고, 남자 사브르 단체전도 제패해 멀티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기에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추가했으니 황금기를 연 셈이다.

리우 대회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은 단연 남자 에페 개인전 정상에 선 박상영(울산광역시청)이다. 결승전 대역전극으로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켰다.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은 남자 사브르 동메달을 보탰다.

플뢰레는 몸통만 찌를 수 있고, 에페는 어디를 찔러도 득점으로 인정된다. 사브르는 상체만 공격할 수 있으나 찌르기 외에 베기도 가능하다. 이번 대회에는 남녀부 개인·단체전 포함 금메달 12개가 걸려있다. 한국은 남녀 사브르·에페는 개인·단체전 모두 출전하고, 남녀 플뢰레는 개인전만 나선다. 런던 대회 이상의 성적을 노린다.

2012 여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은 마지막이 될 올림픽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펜싱 3개 종목 남녀부 개인전과 단체전이 모두 열린다. 역대 가장 많은 12개 금메달이 걸려있다. [그래픽=연합뉴스]

남자 사브르엔 세계랭킹 1위 오상욱(성남시청)을 필두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김정환이 버틴다. 에페에는 박상영, 권영준(익산시청), 마세건(부산광역시청)이 단체전까지 모두 출전한다. 플뢰레에선 이광현(화성시청)이 개인전에 나선다.

여자부에선 에페 최인정(계룡시청), 강영미(광주광역시 서구청), 송세라(부산광역시청), 사브르 김지연, 윤지수(서울특별시청), 최수연(안산시청), 플뢰레 전희숙(서울특별시청)이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단체전 후보선수로 남자 사브르 김준호(화성시청), 남자 에페 송재호(화성시청), 여자 에페 이혜인(강원도청), 서지연(안산시청)이 이름을 올렸다.

남자 사브르는 개인·단체전 모두 우승을 노리는 종목이다. 오상욱뿐만 아니라 세계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구본길, 김정환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단체전 세계랭킹 역시 1위다.

9년 전 금의환향했던 여자 사브르 간판 김지연은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리우 대회 깜짝 스타였던 박상영, 여자 에페 세계랭킹 2위 최인정 등도 메달 기대주다.

오상욱의 강력한 라이벌은 아론 실라지(헝가리)다. 런던, 리우 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연속 우승한 디펜딩챔프. 고교생이던 2015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성장을 거듭해 2019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오상욱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실라지 아성에 도전한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 간판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은 디펜딩챔프 실라지를 넘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오상욱은 성인 국가대표 데뷔 2년차였던 2016년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차세대 간판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2017년 월드컵 2연패를 달성하고 그랑프리까지 제패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인전 은메달,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9년 두 차례 그랑프리 우승,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휩쓸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올림픽 대진 상 세계 4위인 실라지와는 준결승에서 만날 공산이 크다. 사실상 미리보는 결승전이 될 전망이다.

키 192㎝ 장신으로 체격에서 실라지(180㎝)를 압도하는 오상욱은 상대전적 역시 6승 4패로 앞선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올해 3월 부다페스트 월드컵 결승에서도 접전 끝에 15-14로 이겼다.

김형열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는 "오상욱은 젊고 피지컬이 워낙 좋다. 대범하고 침착한 데다 전술적으로도 매우 노련해졌다. 공격력은 특히 장점"이라며 "실라지를 상대로도 많이 이겨 본 만큼 자신감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라지는 기술이 좋고 경험이 풍부해 노하우에선 강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강심장인 오상욱이 긴장감을 이겨내리라 믿는다. 정상을 지켜야 하는 실라지의 부담감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 오상욱의 아킬레스건이 있다면 지난 3월 월드컵 우승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한동안 고생했다는 점이다. 당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근육이 좀 빠졌고, 현재까지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컨디션을 80%까지 끌어올렸다. 남은 기간 나머지 20%도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대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박상영은 이번 대회에서도 객관적 전력 열세를 뒤집겠다는 각오다. [사진=연합뉴스]

박상영은 에페 개인전 2연패를 노린다.

5년 전 리우 올림픽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그는 제자 임레(헝가리)에 9-13까지 밀렸다. 그때 관중석에서 들려온 "할 수 있다" 한마디는 그를 각성시켰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말을 되뇌인 그는 10-14까지 몰린 뒤 믿기 힘든 5연속 득점으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당시 그는 대표팀 막내였던 건 물론 에페 참가자 중 가장 어렸다.

이후 그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부진이 길어지자 2017~2018시즌 태극마크도 반납해야만 했다. 대표 탈락 이후 자비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기량을 점검했고, 조금씩 살아났다. 2017년 월드컵 개인전에서 우승하고 그랑프리도 정상에 섰다.

2018년 초 기존 대표팀 멤버 중 결원이 생기면서 선발전 차순위 자격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되찾는 행운이 따랐다. 아시안게임에서 무릎 부상을 안고 투혼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2019년 파리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올림픽 준비가 순조로웠지만 코로나로 연기돼 아쉬움을 삼켰다.

현재는 세계랭킹 8위. 2019년 월드컵 우승자인 1위 게르게이 시클로시(헝가리)를 비롯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압해야 한다. 하지만 5년 전에도 박상영은 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대회 앞서 당했던 부상으로 세계랭킹이 20위대까지 떨어진 상태로 출전했던 대회였다. 당시에도 나이가 스무 살이나 많은 대선배를 무찌르고 우승했다. 이번에도 도전자 입장에서 반전 드라마를 쓰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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