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8:49 (목)
[올림픽 메달 기대주③] '킹' 이대훈-'신성' 장준, 태권도 자존심 위해
상태바
[올림픽 메달 기대주③] '킹' 이대훈-'신성' 장준, 태권도 자존심 위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07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오는 23일 개막한다. 한국 선수단은 전체 33개 정식종목 중 13개 종목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를 획득, 톱10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Q(큐)는 대회 전까지 포디엄에 오를 후보들을 종합해 시리즈로 송출한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한국의 빼놓을 수 없는 효자종목이 됐다.

초반엔 종주국 싹쓸이를 우려해 핸디캡이 주어졌다. 출전 쿼터 제한에 묶였음에도 2016년 리우 때까지 다섯 차례 올림픽 태권도에 21명이 출전해 금메달 12개 포함 19개 메달을 휩쓸었다. 포디움에 서지 못한 건 단 두 차례뿐. 2008년 베이징에선 출전한 네 명이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종주국 위상을 살렸다.

그러나 더 이상 한국만의 전성시대가 아니다. 전자호구 시스템 도입과 함께 실력 평준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2012년 런던에선 금 1, 은 1에 그쳤다. 5년 전 리우에선 다섯 명이 모두 포디움(금 2, 동 3)에 섰으나 이번에도 뛰어난 성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이대훈(오른쪽)과 장준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태권도의 위상을 지킬 유력한 우승 후보다. [사진=연합뉴스]

 

대회 후반부에 치러졌던 이전과 달리 이번엔 개회식 이튿날 일정부터 나흘간 경기가 치러진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선 남녀 8체급씩, 총 16개 체급으로 진행되는데, 올림픽에선 남녀 4체급씩 총 8개 금메달이 걸려 있다.

특정 국가의 독식을 방지하고자 2012년 런던 대회까지는 한 국가에서 남녀 2체급씩, 최대 4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도록 제한했는데, 2016년 리우 때부터는 세계태권도연맹(WT)이 올림픽 랭킹에 따른 자동출전권을 부여하면서 한 나라에서 체급당 한 명씩, 최대 8체급 모두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 역대 최다인 6명이 출전한다.

이 중 가장 기대감이 실리는 건 한국 태권도의 상징과 같은 이대훈(29·대전광역시청)이다. 68㎏급으로 나서는 이대훈은 런던 대회를 시작으로 벌써 3번째 올림픽에 도전한다. 세계 최강자라는 인식과 달리 결과는 아쉬웠다. 이번엔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금빛 발차기를 목표로 나선다.

한성고 3학년생이던 2010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정상에 섰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챙겼고 아시안게임에선 태권도 사상 최초로 3연패를 달성했다. 월드그랑프리(GP) 파이널에선 2015년부터 5년 연속 우승을 거뒀다. 개인 통산 네 차례나 세계태권도연맹(WT) 올해의 남자 선수로도 뽑혔다.

다만 올림픽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12년 58㎏급으로 나섰던 이대훈은 은메달에 그쳤고 리우에선 68㎏급으로 출전해 아쉽게 동메달에 머물렀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자 이대훈(오른쪽)은 3번째 나서는 올림픽에서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사진=연합뉴스]

 

황경선과 차동민에 이어 한국 태권도 3번째로 3연속 올림피아드 무대를 밟는 이대훈은 마지막 올림픽이 될 확률이 높은 도쿄에서 화려한 마무리를 하겠다는 각오다.

이대훈은 “지난 두 번 올림픽에선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권도의 좋은 점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게 금메달까지 닿지 못한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랭킹 2위 영국의 브래들리 신든(23)은 가장 위협적인 상대다. 이대훈도 두 차례 발목을 잡힌 적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대훈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다만 리우에서 40위에 불과했던 복병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요르단)에게 8강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던 만큼 방심하지 않고 대회에 나선다면 충분히 마지막 올림픽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대훈과 달리 도쿄올림픽을 통해 한국 태권도의 희망으로 거듭나려는 이도 있다. 남자 58㎏급 장준(21·한국체대). 올림픽은 처음이지만 기세는 남다르다. 체급에 비해 큰 키(183㎝)를 앞세운 머리 공격이 주무기.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누구도 장준의 도쿄행을 예상하지 못했다. 같은 체급에 리우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최강자 김태훈(수원시청)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

올림픽 태권도는 한 체급에 국가당 한 명만 출전할 수 있고 WT는 체급별 올림픽 랭킹 1~5위에게 도쿄올림픽 자동출전권을 부여한다. 대한민국태권도협회는 랭킹 5위 안에 두 명 이상 포함되면 대표 선발전을 통해 올림픽에 나설 선수를 정하기로 했다.

김태훈을 꺾고 태극마크를 단 장준은 명실상부 1인자의 위엄을 세계 무대에 알릴 계획이다. [사진=세계태권도연맹 제공/연합뉴스]

 

중학교 시절부터 우승을 놓치지 않았던 장준은 홍성고 입학 후 더욱 빠르게 성장했다. 고3이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김태훈과 2차 결승까지 치른 끝에 감점이 많아 고배를 마셨지만 이때부터 그를 바라보는 태권도계의 시선은 달라졌다.

그해 5월 성인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한 아시아선수권대회(베트남 호찌민)에서 54㎏급 정상에 올랐고 8월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 58㎏급에서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11월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준결승에서 김태훈을 꺾고 결승에 올라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자의 자리를 위협했다.

이후 급성장한 장준은 김태훈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대회에서 수차례 정상에 올랐다. 2019년 10월엔 김태훈이 굳게 지켰던 올림픽 랭킹 1위 자리까지 빼앗았다. 지난해 1월 치른 올림픽 대표 결정전에서 장준은 김태훈에게 2경기를 모두 이겨 도쿄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파죽지세의 장준에겐 시련도 있었다. 미성년자였던 2018년 선수촌을 무단으로 이탈해 술을 마시고 복귀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지난해 5월 협회로부터 2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회가 열리지 않으며 징계는 무의미해졌으나 마음을 다잡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대훈과 장준 외에도 남자부는 80㎏초과급 인교돈(한국가스공사), 여자부에선 49㎏급 심재영과 57㎏급 이아름(이상 고양시청), 67㎏초과급 이다빈(서울시청)이 사고칠 준비를 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 태권도 경기는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개최된다. 대회 이튿날부터 치러질 태권도에서 한국은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노린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