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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파죽지세, 악연도 끊어냈다 [유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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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파죽지세, 악연도 끊어냈다 [유로 2020]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07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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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아주리군단' 기세가 대단하다. 최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 악연이 깊었던 '무적함대' 스페인마저 집으로 돌려보냈다. 53년만의 우승까지 단 한 단계만 남았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는 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준결승전에서 스페인과 연장까지 1-1로 맞선 뒤 승부차기 끝에 4-2로 이겼다.

12일 오전 4시 같은 장소에서 예정된 결승에선 4강 대진표 반대쪽 사이드의 덴마크-잉글랜드(8일 오전 4시) 매치업 승자와 만난다.

전반부터 경기 속도감이 상당했다. 스페인은 라인을 높여 전진했고, 이탈리아는 스페인 압박을 벗어나 수비 배후공간을 공략하며 맞섰다. 스페인 공세에 당황한 이탈리아는 전반전 잠시 이번 대회 들어 가장 저조한 경기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점차 해법을 찾아나갔다.

이탈리아가 유로 2020 결승에 진출했다. 53년만의 유럽 패권 탈환에 도전한다. [사진=AP/연합뉴스]

이탈리아는 후반 15분 페데리코 키에사(유벤투스)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경기 종료 10분 전 알바로 모라타(유벤투스)에 동점골을 허용해 연장에 돌입했지만 승부차기에선 웃었다. 동점을 이끌어내며 그간 부진을 씻어내는 듯했던 모라타가 네 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하고 말았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2년 이후 두 대회 만에 다시 결승에 진출했다. 9년 전 파이널에서 이탈리아에 0-4 완패를 안겼던 스페인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 자신감도 수혈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까지 포함하면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10번째로 결승(월드컵 6번, 유로 4번)에 올랐다. 유럽에서 독일(14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날 승리로 이탈리아는 A매치 무패 행진 숫자도 33으로 늘렸다. 승부차기 승리를 무승부로 간주하더라도 27승 6무다.

월드컵에서 4회 우승해 독일과 함께 최다우승 2위에 올라있는 이탈리아지만 유로에선 지금껏 단 한 번 우승한 게 전부다. 1968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 때 딱 한 차례 정상에 올랐던 그들이 다시 기회를 잡았다. 반면 독일과 함께 유로 최다우승국(3회)인 스페인은 9년 만의 정상 탈환이 좌절됐다.

이날 경기는 9년 전 조별리그 명승부를 연상시키기 충분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번 대회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스페인은 이날 전형적인 '9번' 공격수를 두지 않는 제로톱 전술을 들고 나왔다. 페란 토레스, 다니 올모, 미켈 오야르사발로 공격진을 꾸려 공격진의 유기적인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다. 

9년 전 유로 2012 조별리그에서 양 팀이 만났을 때도 스페인은 중앙 미드필더인 세스크 파브레가스(AS모나코)를 스리톱 가운데 포진시키는 파격적인 포메이션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날 루이스 엔리케 감독 전술은 당시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때도 스페인이 주로 공을 잡고 높은 곳에서 공을 돌렸지만 이탈리아가 공을 끊어낸 뒤 날카로운 역습으로 맞섰다. 이탈리아는 후방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아 피를로가 편하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 로시(보카 주니어스)를 스리백 가운데로 내려 빌드업을 돕게 했다.

결국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과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의 치열한 지략대결 끝에 1-1로 비겼는데, 지금도 21세기 최고 명승부 중 하나로 꼽힌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까지 최근 유로 4개 대회 연속 스페인을 만났다. 하지만 이날 전까지 맞대결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유로 2008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에 졌다. 스페인은 그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유로 2012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비긴 이탈리아는 결승에서 다시 스페인을 만나 0-4 대패했다. 지난 유로 2016 8강에선 반대로 2-0으로 물리쳤는데, 이날 다시 승리를 보탰으니 악연을 완전히 끊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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