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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iever' 박효준 MLB 데뷔, 7년 인고 끝에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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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iever' 박효준 MLB 데뷔, 7년 인고 끝에 [SQ인물]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19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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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인 역대 25번째 빅리거가 탄생했다. 박효준(25·뉴욕 양키스)이 미국 진출 7년 만에 마침내 빅리거 꿈을 이뤘다.

박효준은 지난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경기 앞서 26인 현역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라인업에선 제외됐지만, 대타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MLB에 데뷔했다. 0-3으로 뒤진 7회말 2사 1, 3루 팀 로카스트로 대신 타석에 등장했다. 보스턴 우완 불펜 태너 하우크와 맞섰다. 초구 시속 155㎞ 직구에 배트를 내밀었지만, 1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어진 수비 때는 자신의 주 포지션 내야수가 아닌 우익수로 나섰다. 8회초 자리를 지킨 박효준은 9회초 타구 하나를 무난하게 잡아냈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2루수로 활약했지만, 외야수로도 5경기 40이닝을 소화했다. 내외야를 아우른다는 게 그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날 양키스는 0-4로 졌다. 첫 안타를 신고하지도, 팀에 승리를 안기지도 못했지만 박효준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하루다.

25번째 MLB 코리안리거가 된 뉴욕 양키스 박효준. [사진=뉴욕 양키스 공식 트위터 캡처]
25번째 MLB 코리안리거가 된 뉴욕 양키스 박효준. [사진=뉴욕 양키스 공식 트위터 캡처]
박효준이 17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사진=AP/연합뉴스]

팀을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박효준이 기회를 잡았다. 양키스는 경기 전 "내야수 박효준과 포수 롭 브랜틀리를 26인 로스터에 등록, MLB 계약을 한다"고 발표했다. 박효준은 등번호 98을 달았다. 외야수 애런 저지, 내야수 히오 우르셀라,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가 코로나19 관련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1996년생 키 185㎝ 박효준은 야탑고 3학년이던 2014년 7월 계약금 116만 달러(13억2800만 원)에 양키스와 계약했고 2015년부터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2018년부터는 MLB 시범경기에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늘 마이너리그로 내려갔고, 시즌 중 빅리그로 콜업되는 일은 없었다. 올해도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스크랜턴/윌크스-배리 레일라이더스에서 시작했다.

이번에 기회를 얻은 건 1군 선수들이 코로나에 감염된 연쇄작용으로 풀이되지만 박효준이 올 시즌 꾸준한 성적을 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트리플A 44경기에서 타율 0.325 출루율 0.475 장타율 0.541로 맹활약했다. 올해 이스트리그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위(1.017)를 달렸다.

활약에 힘입어 MLB 사무국에서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고자 만든 택시 스쿼드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택시 스쿼드에 든 선수는 원정경기 기간 빅리그 팀과 동행해 콜업 대기한다. 코로나 여파로 선수 개인 이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혹시 모를 변수에 대비해 로스터를 교체할 수 있도록 돕는 규정의 수혜를 본 것이다.

박효준은 올 시즌 트리플A에서 보여준 활약에 힘입어 빅리그 데뷔 기회를 얻었다. [사진=AP/연합뉴스]

박효준은 올 시즌 내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게시하며 '#간절하게'라는 태그를 달았다. 지난 7일에는 해시태그 '#Believer(믿는 자)'로 자신의 의지를 강조했다. 이윽고 17일 MLB 데뷔라는 간절한 목표를 성취했다. 그는 19일 'Living in the DREAM(꿈 속에서 사는 일)'이라는 말로 소회를 전했다.

박효준은 올 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MLB에 입성한 김하성의 야탑고 1년 후배다. 당시 고교 최대어로 통했던 그는 KBO리그 진출 대신 야구 본고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7년 인고 끝에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공교롭게 24번째 코리안 메이저리거로 이름을 올린 김하성 뒤를 이어 25번째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한국에서 프로를 경험하지 않고 어린 나이에 가능성 하나만 믿고 곧장 이역만리 타국으로 날아가 현지 유망주들과 경쟁에서 살아남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박찬호 KBS 야구 해설위원이나 방송인으로 활약 중인 김병현, 최근 KBO리그에 데뷔한 추신수(SSG 랜더스) 등이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통해 MLB에서 생존한 성공사례로 통하지만 많은 선수들은 빛을 보지 못한 채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장재영(키움 히어로즈)도 지난해 미국행이 유력했지만 여러 상황으로 이를 고사하고 계약금 9억 원에 KBO리그를 택했다. 

[사진=박효준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박효준 인스타그램 캡처]

특급 투수로 평가받던 박찬호도 미국에서 자리 잡기까지 2년이 걸렸고, 추신수도 빅리그 데뷔까지 장장 5년을 버텼다. 미국에서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한국 무대를 노크하는 일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현지 팀과 계약이 끝난 후 2년 동안 KBO리그에 입단할 수 없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난 뒤에야 리그 최저연봉을 받는 조건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박효준이 보낸 인고의 세월이 얼마나 많은 선택과 고민의 연속이었을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효준의 빅리그 진입은 비슷한 시기 미국에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진출해 현재 더블A에서 활약 중인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전망이다.

배지환은 경북고 봉황대기 우승 멤버로 활약한 뒤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주전 유격수로 준우승을 이끌었다. 2017년 이영민 타격상을 받는 등 화려한 고교시절을 보낸 뒤 잠재력을 인정받고 미국으로 향했다. 2017년 9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계약했지만, 당시 구단이 계약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무효 처리됐다. 이듬해 3월 피츠버그와 계약금 125만 달러(14억3000만 원)에 사인했다. 꾸준히 스프링캠프에 초청되며 실력을 쌓았다. 2019년에는 싱글A 타격왕을 수상했고, 지난해 MLB 택시스쿼드에 포함되기도 했다.

18일에는 벤치에서 대기한 박효준은 이제 빅리그 첫 안타를 목표로 뛴다. 박효준 행보는 여러모로 귀감이 된다. 

한편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하성,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외에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박찬호, 조진호, 김병현, 이상훈, 김선우, 봉중근, 서재응, 최희섭, 백차승, 구대성, 추신수, 류제국, 임창용, 강정호, 오승환, 박병호, 이대호, 김현수, 황재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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