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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기대주⑮] 이혜진-나아름, 한국 사이클 매운맛 보여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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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기대주⑮] 이혜진-나아름, 한국 사이클 매운맛 보여주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7.2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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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오는 23일 개막한다. 한국 선수단은 전체 33개 정식종목 중 13개 종목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를 획득, 톱10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Q(큐)는 대회 전까지 포디엄에 오를 후보들을 종합해 시리즈로 송출한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사이클사(史)가 새로 쓰일까. 73년 만의 첫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 강국으로 통하는 한국이지만 198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초대 올림픽부터 쭉 정식종목인 사이클에선 아직까지 메달이 없다. 1948 런던 올림픽부터 도전했지만 세계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도쿄 대회 사이클에는 금메달 22개가 걸렸다. 수영(49개), 육상(48개) 다음으로 메달이 많이 걸린 종목이니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직전 대회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보다 금메달이 4개나 늘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사이클선수는 트랙사이클 여자 경륜 이혜진(29·부산지방공단 스포원)과 도로사이클 여자 개인도로 나아름(31·삼양사) 둘뿐. 리우 때(8명)와 비교하면 규모가 조촐해졌지만 메달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혜진과 나아름이 한국 사이클 역사에 획을 그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사이클 간판 이혜진(왼쪽)과 나아름. [사진=연합뉴스]

이혜진은 지난해 3월 세계트랙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 여자 경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사이클 사상 세계선수권 최고성적이다. 나아름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최다 타이인 4관왕에 올랐다. 2019년에는 이탈리아 알레-치폴리니에 입단해 도로사이클 최고 레벨인 유럽 프로 투어 무대를 누볐다.

이혜진이 출전하는 경륜은 둘레 250m 실내 벨로드롬 트랙 6바퀴를 돌면서 결승선을 통과한 순서로 순위를 정하는 종목. 첫 3바퀴까진 모든 선수가 오토바이를 탄 유도 요원(더니) 뒤를 따라가며 속도를 시속 50㎞까지 끌어올린다. 더니를 앞서면 실격, 선수들은 그사이 치열한 자리싸움 벌인다. 

더니가 트랙을 떠나면 남은 3바퀴 무서운 속도 경쟁이 시작된다. 금·은·동메달 주인공은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하는 시점에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박진감이 넘치는 종목이다. 트랙사이클 선수들의 자전거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빠른 속도로 밀접해서 달리는 만큼 자칫 브레이크를 잘못 밟았다가는 대형추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름이 나설 개인도로는 남자 234㎞, 여자 137㎞ 도로를 달리는 '사이클 마라톤' 개념이다. 가장 권위 있는 도로사이클 프랑스 일주 대회 '투르 드 프랑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번 대회 개인도로 코스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다. 가파른 경사와 긴 오르막, 높은 고도, 덥고 습한 날씨를 견뎌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사진=연합뉴스]
이혜진은 지난해 3월 세계트랙사이클선수권에서 한국선수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혜진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해 올림픽이 미뤄지기 전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2010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주니어트랙사이클선수권 500m 독주, 여자 스프린트에서 우승하며 2관왕을 달성했다. 한국 사이클 최초의 세계선수권 금메달이었다.

당시 대한자전거연맹(당시 대한사이클연맹)은 트랙사이클 특급 유망주로 부상한 이혜진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자 그를 스위스에 있는 국제사이클연맹(UCI) 세계사이클센터(WCC) 훈련센터로 보냈다. WCC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혜진은 척박한 한국 사이클 미래를 짊어질 외로운 에이스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2012 런던 올림픽에선 높은 벽을 실감했다. 여자 스프린트 예선 14위, 단체 스프린트 예선 9위에 머물고 경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리우 대회에 참가할 때는 세계랭킹 4위였다. 기대감이 무르익었지만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1라운드는 가볍게 통과했지만, 2라운드에서 앞서 달리던 콜롬비아 선수가 넘어지면서 이혜진에게 영향을 줬다. 넘어지진 않았지만, 자전거가 휘청이면서 리듬이 끊겼다. 초반 흐름이 중요한 단기 속도전이기에 뼈아픈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혜진은 결국 선행 주자들을 따라잡지 못한 채 2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최종 8위로 대회를 마쳤다.

2019~2020시즌 연달아 세계 정상에 등극했기에 올림픽 연기가 더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혜진(왼쪽)은 좌절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2019~2020시즌 연달아 세계 정상에 등극했기에 올림픽 연기가 더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혜진(왼쪽)은 좌절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심기일전하며 고대한 도쿄 올림픽이 미뤄진 점 역시 이혜진에겐 '불운'으로 평가된다.

2019~2020시즌 그의 기량은 세계 최고였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반년여 남겨둔 2019년 말 잇달아 세계 정상에 섰다. 11월 벨라루스 트랙 월드컵 여자 경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12월 홍콩괴 뉴질랜드 월드컵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윽고 이듬해 3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트랙사이클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역시 한국 시니어 사이클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 이에 힘입어 세계랭킹 1위를 찍고 올림픽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이혜진은 "올림픽을 못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쉬움이 크긴 했지만, 수긍하고 나니 '잠시 쉬어가는구나. 좀 더 준비할 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내가 할 일만 잘 하면서, 올림픽에 갈 수 있게 준비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절정일 때 잠시 쉬어가게 됐다. 코로나 여파로 1년간 국제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정신력이 강하기로 소문난 그는 여전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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